당장 큰 영향 없어 보이지만 기업가치 하락 우려 … 호텔롯데 상장 등 대안 필요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SDJ코퍼레이션 신동주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이하 '신 전 부회장')의 '롯데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창 '뉴롯데'로 거듭나는 롯데그룹에 당장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은 적지만, 기업가치 온존을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DJ코퍼레이션은 24일 신 전 부회장이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 회장의 이사 해임,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와 사전질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있지만 일본 측 지분이 적지 않아 탈 일본을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일본 지분 희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은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있지만 일본 측 지분이 적지 않아 탈 일본을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일본 지분 희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은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신 전 부회장 측이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뢰를 받지 못해 제안서는 계속 부결됐다.

지난 5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 롯데서비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서비스 대표 재직 당시 벌였던 이른바 '풀리카' 사업에 대해 이사로서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고 4억 8000만 엔(약 47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에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취임 이후 지난해 설립 이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과 경영자로서의 수완 면에서 좋은 평가가 어렵다며 신 회장의 책임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현재 활발한 M&A로 그룹을 성장시키고 있어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롯데그룹의 새로운 성장 테마로 제시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 ▲뉴라이프플랫폼 4가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테마를 내세웠고, 이어 5월에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5년 동안 37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어 그룹 체질개선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 시선이다.

참고로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중 유통사업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33%에 달한 화학사업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아졌다. 유통 사업의 그룹 내 매출 비중은 2017년 41%였으나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해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져 화학 사업에 첫 역전을 허용했다. 같은 기간 화학 사업군의 매출 비중은 27%에서 33%로 상승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롯데그룹 내 유통사업 매출 비중은 평균 30%, 화학은 약 27%였다.

호텔 사업군과 식품 사업군의 매출 비중은 각각 10% 정도다. 나머지는 렌탈과 건설 등 이들 주요 4개 사업군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군들이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 화학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은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5.7% 증가하며 미래 먹거리의 축이 될 기반을 닦고 있다.

변화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헬스케업사업을 전담할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바이오사업을 전담할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만드는 등 새로운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 실시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인력을 대거 수혈하면서 롯데그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다만 더 이상의 '그룹 흔들기'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경영 효율화가 상장 등 '묘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력 사업부인 면세사업부와 호텔사업부가 큰 타격을 받은 탓에 최근 2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만 76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신 전 부회장의 행동은 결국 롯데그룹의 입장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는 롯데그룹의 한일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적이다. 신주를 상장해 일본 측 지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호텔롯데의 실적이 개선되기 전까지 상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그룹 경영진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2015년 롯데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후 신격호 명예회장을 통해 신동빈 회장과 롯데 홀딩스 이사 6명 해임을 지시하면서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은 연이어 주주총회애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지난해 6월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하면서 분쟁의 불씨가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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