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김예원 기자= 한국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 운항을 29일부터 재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의지 확인' 차원에 머무르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한일관계 개선 시도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 교류 활성화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가 되면서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모색할 민관 협의회가 구성되고, 일본의 운신 폭을 좁혔던 참의원 선거(7월 10일)가 끝난 후 고위 외교채널도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와 다른 모습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일이 꽉 막힐 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와 관련해 7월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과 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간 협의회를 구성 중이다. 민관 협의회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온 해법 모색 작업을 보다 공식적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때문에 2년여 만에 운항이 재개된다는 소식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복원의 첫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다만 민관 협의회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은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협의회가 이르면 이달 중에도 출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출범 시기는 내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매각)가 다가오는 것은 현재 한일관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 일본 측은 현금화 문제를 일단 시급히 해결할 것을 강하게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적 현금화를 막을 방안이 어느 정도 마련되지 않고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사실상 궤도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미 많은 해법들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차후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대위변제' 방안이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자에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 기금 조성에 양국 기업은 물론 국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문희상 안'(1+1+α) 등도 제시된 바 있다. 정부가 검토할 아이디어도 기본적 골격에선 이런 기존 아이디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건은 일본 측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행동을 취할 수 있느냐지만, 정부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는 않다.

특히,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개인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이 이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한국 정부 일방의 행동만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면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게 지급할 기금 출연에 강제징용 피고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 피고 기업들의 참여는 개인 배상 판결을 인정하는 성격이 된다는 점에서 완강히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양국이 3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 300여명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며 여기엔 피고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정부는 피고 기업들의 참여는 여전히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라는 인식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 대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린 일본 기업의 재항고에 대한 최종 판결을 이르면 올가을 내놓을 예정인데, 만약 기각되면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 일본은 현금화 가능성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매각 진행 시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그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한데, 그 일환으로 정부는 민관합동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박 진(외교부 장관)은 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민관협력기구가 출범하면 실질적인 문제들을 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한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이번 주 나토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어서, 양자 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상급 접촉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법적으로 대위변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고 측인 피해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피해자들이 만족할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한편, 일본의 사과 메시지 등이 해결책에 수반될 수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일본이 문제 해결에 보이는 태도는 국내 여론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강경해진 일본의 국내 여론상 이 역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또한, 다음 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한일 외교장관이 나란히 참석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조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일 외교장관이 발리에서 정식으로 양자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9∼30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고,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의 첫 정식 대좌는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추진될 박진 외교부 장관의 첫 방일을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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