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칼럼] 윤석열과 열린우리당의 유혹 ④ 윤석열판 독수리 5형제 등장

서오남 정권의 태육남 지지자

‘서오남’은 서울대, 50대,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서울대학교 출신의 출세한 장년층 남성들에 편중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진용을 예리하고 발랄하게 풍자하는 표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신임 대통령이 정식으로 취임한 지 한 겨우 한 달여 만에 이례적으로 발생한 데에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편협하고 폐쇄적인 끼리끼리 나눠먹기 인사 기조를 영락없이 판박이로 꼭 빼닮은 새 정부의 인사정책 실패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태육남은 '태극기 부대, 60대, 남성'을 지칭한다. 필자가 일반화의 오류를 과감하게 무릅쓰고 검색해 추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극렬한 안티들의 세 가지 계층적 특징이다.

이대녀, 곧 20대 여성들이 이준석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그를 파렴치한 성 매수자로까지 단정적으로 성토하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철밥통 서태지 세대와 기득권 586 세대 또한 이준석 대표를 수시로 맹공한다. 허나 그들은 이준석이 제거돼야만 윤석열 정부가 조기에 위기에 빠질 거라는 일종의 전략적 역선택의 일환으로 이준석을 타격할 따름이다.

태극기 부대, 60대, 남성의 머리글자를 각각 따온 태육남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망한다고 진지하게 믿고 있는 탓으로 말미암아 이준석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당대표직으로부터 어떻게든 하루빨리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교롭게도 태육남 집단은 강용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극우상업 유튜브 방송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요하고 핵심적인 구독자들이기도 하다. 가세연이 태육남들 사이에 이준석을 향한 비뚤어진 원한과 증오를 퍼뜨린 것인지, 아니면 태육남들이 그릇된 주적 설정에 가로세로가 영악하고 신속하게 편승한 것인지 구분하는 일은 이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처럼 부질없는 노릇이리라.

충남 예산군을 방문해 선거운동 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이해든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퇴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빈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사진=이해든기자)

그럼에도 필자가 단언할 수 있는 부분은 이준석 대표를 집권여당의 지도부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신정권 주류세력의 노골적 의도가 성공적으로 관철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지금부터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지지기반을 스스로의 손으로 반토막을 내버리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어리석고 자해적인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란 점이다.

윤석열 신당의 독수리 5형제는 누구

윤석열 정부 지지층의 중핵을 형성하는 태육남은 겹치기도 하고, 겹치지 아니하기도 한다. 필자는 태육남의 세 구성요소인 태극기 부대, 60대, 남성이 각각 별도로 존재한다는 가설적 전제에 입각해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태극기 부대가 이준석에서 앙심을 깊게 품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통과된 결정적 이유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끄는 새누리당 안의 개혁보수 그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데 있다.

이준석이 유승민의 분신과도 같은 인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준석은 당대표로 선출되기 직전까지도 그의 최종적인 정치적 목표는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탄핵은 무효임을 주장하며 유승민을 박근혜를 배신한 철천지원수로 간주해온 태극기 부대가 유승민 전 의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이준석을 미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의 발로이리라. 게다가 이준석은 보수의 아성이자 심장부인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는 본인의 소신이 여전히 불변임을 재확인했다. 가뜩이나 기왕에 미운털이 잔뜩 박힌 이준석이 태극기 부대에게 더더욱 괘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연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운동 기간을 거치며 남한의 보수진영 전체가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탄핵의 강을 건넌 건 맞다. 그런데 태극기 부대는 강 저편으로 잠시 도하했을 뿐이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원래 있던 곳으로 도로 잽싸게 강을 건너 돌아왔다.

유승민은 박근혜 탄핵 발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게 거의 전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실제로 구속해 감옥에 가두는 작업은 당시 특검팀의 일원으로서 수사를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었다. 탄핵의 강을 잠시 건넜다가 원위치로 복귀한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를 모질게 대하기로는 유승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윤석열과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에게 왜 아무 찍소리도 못하고 마냥 고분고분하게 구는 것일까?

왜는 왜이겠는가? 정권 출범 초기의 막강한 현직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대들 여권 혹은 범여권 지지자들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진입할 즈음에야 태극기 부대가 윤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인정사정없이 잔인무도하게 물어뜯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게 바로 중력의 법칙보다도 더 강력한 염량세태의 법칙이다.

태극기 부대는 당분간은 윤석열과 한동훈에게는 순한 양이, 이준석과 유승민에게는 사나운 이리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이너서클은 선거 승리의 흥분과 여운에 도취돼 이와 같은 냉정한 권력의 생리를 완전히 잊었다. 태극기 부대는 윤석열의 힘이 떨어질 때만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건만, 윤핵관들은 화무십일홍의 교훈을 망각한 채 자기네가 태극기 부대원들을 적당히 달래고 구슬려 손에 피 묻히지 않고서 이준석을 숙청할 수 있다는 안이하고 치명적인 착각에 단단히 빠져 있다.

진공상태를 싫어하기는 자연이나 권력이나 매한가지다. 윤핵관들과 태극기 부대의 일시적 통일전선이 위력을 발휘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머잖아 축출된다면 그가 남긴 빈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곧바로 채워질 게 명약관화하다.

새천년민주당이 분당돼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이부영, 이우재 등의 한나라당 소속 인사들이 당을 탈당해 노무현 신당에 전격적으로 합류했다. 언론매체들은 이들을 독수리 5형제로 호명했다. 당적을 바꾸는 게 칭찬받을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제1 야당에 몸담아온 독수리 5형제는 정치개혁이라는 명징한 대의를 갖고서 신생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갈아탔다. 구태정치의 대명사로 내몰린 동교동계가 물러난 공백을 이들이 적절히 채웠던 셈이다.

유승민과 이준석의 쌍두마차로 대변되는 개혁 보수가 새 정권에서 무자비하게 퇴출되면 그 자리에 어떤 이들이 들어올까? 윤석열 정권에게는 기대 밖의 실망스런 불행한 사태전개이겠으나 유승민과 이준석과 견주어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대중성 있는 인사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두 사람을 대체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도 누군가 나서서 빈자리를 메우기는 메워야 하니 윤석열 신당 버전의 독수리 5형제가 부득이하게 임시변통으로 출현할 걸로 보인다. 필자는 윤석열 신당의 독수리 5형제의 적임자로 하필이면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퇴영적인 인사들의 면면 외에는 다른 대안을 달리 생각해내기 어렵다.

박근혜 정권의 2인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부정선거 음모론의 신봉자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의 주인공 차명진 전 의원, 가세연의 실소유주 강용석 전 의원, 김건희 여사 공식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며 최근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물의를 빚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

방금 거명된 윤석열판 독수리 5형제 무리에 20대 대통령 선거 정국 막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부터 ‘조명연합군’ 결성을 은밀히 제안 받았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를 추가하면 태극기 부대의 독특하고 기괴한 잣대로는 그야말로 지구방위대 수준의 어벤저스가 탄생되지 않을까? 필자 같은 일반적인 평균적 민심의 소유자들이 평가하기에는 지구방위대가 아닌 지구침략군이겠으나. (⑤회에 계속됨…)

* 필자는 '메시지버스' 운영자(공희준.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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