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마비노기'가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불만을 토로하던 유저들이 이제는 나서서 "바뀌고 있다"고 홍보를 해 줄 정도다.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트럭시위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개선을 이뤄낸 게임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비노기' 관련 이미지. (자료=넥슨)
'마비노기' 관련 이미지. (자료=넥슨)

지난 2021년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트럭시위였다. 트럭시위는 2021년 1월 초,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금액으로 게임사들 앞에서 불만이 적힌 패널을 단 트럭을 운행하게 한 것을 뜻한다. 1월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 대한 트럭시위를 시작으로 NC소프트 '프로야구 H2'에 대한 트럭이 보내졌고, 넥슨의 '마비노기'에 대한 트럭이 연이어 보내졌다.

위의 게임업계 빅3(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이어 4월에는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에 대한 트럭시위도 발발했고, 11월에는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에 대한 트럭시위까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트럭시위는 직접적인 게임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정치권의 관심까지 이끌어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게임법 전부개정안)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 중 넥슨의 '마비노기'에 대한 불만은 다소 심각했다. 지난해 3월 트럭시위 이후, 대응책으로 넥슨 측에서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밀레시안 간담회'를 열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유저들이 요구한 상급 경영진의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출석한 디렉터 등 사측 대표자들은 "자신에게는 권한이 없으니 검토해 보겠다", "고민하겠다"는 식의 발언만 반복하면서 불만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트럭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임들은 같은 달 3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로의 대이주 사건을 맞았다. 마비노기 유저 뿐 아니라 같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등 게임의 유저들이 대거 로스트아크로 옮긴 것이다. 당시 이주 유저는 약 40만 명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엉뚱하게도 로스트아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넥슨 민경훈 디렉터가 25일 열린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유저 반응은 지난해 3월 열린 간담회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넥슨)
넥슨 민경훈 디렉터가 25일 열린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유저 반응은 지난해 3월 열린 간담회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넥슨)

그랬던 마비노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간담회 직후에는 간담회에서 지적받은 사안인 서버 렉 개선을 위해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스크립트 수정같은 간단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했으며, 건의사항과 일정 및 답변을 정리한 사이트를 공개하는 등 조금씩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리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유저들의 시선이 호의적이 된 것은 올해 6월부터였다. 간담회에서 지적됐던 문제점 400개를 추려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음을 공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비슷한 토론광장을 신설, 건의사항에 대해 매달 답변하고 게임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유저들이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선된 편의성 패치만 200가지가 넘자 패치에 대한 호불호는 넘어가더라도 넥슨 측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소위 '다클라'를 차단하면서 게임을 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다클라는 '다중 클라이언트'의 약자인데, 게임을 하면서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게임창을 띄우고 게임을 하는 행태를 뜻한다.

다클라를 마비노기 유저들이 이용하는 이유는 게임이 워낙 많은 노동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게임사에서도 다클라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6월 넥슨이 이 다클라를 차단한 것이다. 다클라 차단 뒤 게임 내 경제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여론이 긍정적이다.

이밖에 64비트 클라이언트 도입, 서버통합 경매장 운영 등 유저들의 불만을 다수 개선하던 중 7월 14일 대형 업데이트를 앞두고 6월 25일 열린 썸머 쇼케이스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유저들의 여론이 호의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유저들이 나서서 7월 14일 유저들이 사전등록을 홍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행사는 마비노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용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유튜브 생중계까지 진행됐다.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 전경. (사진=넥슨)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 전경. (사진=넥슨)

이날 단상에 오른 넥슨 민경훈 디렉터는 7월에는 신규 및 복귀 이용자를 위해 ‘마비노기’ 성장 요소들을 개선하고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원활해진 어빌리티 포인트 수급과 쉬워진 수련을 통해 성장 정체 구간을 타파하고 빠른 성장을 돕는다고 밝혔다.

또, 각종 초보자 혜택을 1만 레벨까지 제공하고 초보자 채널은 1만 레벨까지 상시 입장 가능하도록 변경하며, 퀘스트 수주 게시판 추가, '아로마 베어' 털로 만든 '거미를 무서워하는 여행자를 위한 최면향' 등장, 더욱 다양하고 매력적인 외형을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생성 프리셋 지원 등 각종 개선점을 공개했다. 특히 징그러운 거미 캐릭터를 곰돌이로 바꿔주는 '최면향'의 등장은 운영진 측의 센스와 함께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사실 마비노기의 개선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2004년 오픈했으므로 무려 18년에 달하는 역사를 갖고 있어 클라이언트부터 매우 낡은 구조를 띄고 있었으며, 그동안 바뀐 탐장의 수도 적지 않아 게임의 방향성도 여러 번 바뀌었다. 실제로 게임을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단축키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미 장기간 게임을 즐긴 유저들, 소위 '고인물'들이 적지 않아 게임의 경제 구조를 바꿀 경우 기존 유저들의 항의에 접할 각오를 해야 했다. 10대, 20대에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 30대, 40대가 된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기도 했다. 또 수익성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실 게임을 수익성이나 최신 트렌드에 맞춘다고 싹 갈아 엎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선택지였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비노기 운영진이 선택한 것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문제점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기존 유저층 외에 신규 유저 유입이 어려운 오래된 게임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참고로 문제가 됐던 2021년 3월 간담회 당시 답변에 나섰던 넥슨 민경훈 디렉터는 마비노기 팀을 맡은지 5개월 밖에 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7년 된 게임의 문제점을 5개월 된 디렉터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 점도 뒤늦게 호평이 나오고 있다. SNS에서는 소위 '영업글'(소비자가 나서서 제품을 홍보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SNS에 올라온 한 유저의 이른바 '영업글'. 확실히 호의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와 마비노기 유저가 아닌 이들에게서도 관심을 끌었다. (자료=SNS, 인터넷 커뮤니티)
최근 SNS에 올라온 한 유저의 이른바 '영업글'. 확실히 호의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와 마비노기 유저가 아닌 이들에게서도 관심을 끌었다. (자료=SNS, 인터넷 커뮤니티)

현재 넥슨 측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년 가까이 된 게임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지난해 트럭 시위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개선된 사례로 꼽힌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민경훈 디렉터는 "지난 쇼케이스에 참석해주신 그리고 시청해주신 밀레시안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성원에 보답하고자 더 나은 '마비노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 마련해 적극적으로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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