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직무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법을 위반했더라도 중과실이 입증돼야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전상화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국가배상법 2조 1항 본문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 부장판사가 제청한 심판 대상은 국가배상법상 국가의 배상 책임을 다룬 제2조 1항 본문에 명시되지 않은 법관에 관한 가중된 요건을 포함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관이 재판 과정에서 법령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는 경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중과실이 입증돼야만 한다는 판결을 수차례 내렸고, 이 판결은 깨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과거 판결들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을 했거나 법이 직무 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이 수임한 민사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오판을 내린 결과 의뢰인이 패소해 항소심을 수임하지 못하고 성공보수금도 받지 못하게 되자 법관의 잘못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관의 잘못으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해석해 1∼3심 모두 전 변호사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전 변호사는 재차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법관의 재판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 청구에서 '위법·부당한 목적이나 중과실' 유무가 아니라 국가배상법이 정한 '고의 또는 과실' 유무에 대해서만 심리해야 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 부장판사는 "위헌이라고 의심할 이유가 있다"며 전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법률조항을 적용하면서 공무원 중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만 분리해 특별히 그 배상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 제한 정도가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 현저히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특히 "사법과 재판을 향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대한민국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신분보장 외에 별도의 특권적 지위를 창설하지 말고, 지위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 스스로 법률에도 없는 요건을 새로 창설해 국민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대신 법률을 법률 그 자체로서 제대로 지키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서 국민의 기본권 수호자로서 사법권의 독립과 진정한 신뢰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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