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칼럼] 윤석열과 열린우리당의 유혹 ⑤윤 대통령이 브루스 윌리스를 뺨친 날

참여정부의 몰락 초래한 대북송금특검

“지지층을 넓히면 성공하고, 지지층을 좁히면 실패한다.”

박성민 「민 컨설팅그룹」 대표가 신문에 그의 이름으로 기명 칼럼을 기고할 적마다 거의 빠짐없이 결론처럼 포함시키는 문구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정치컨설턴트가 줄곧 강조해온 내용이라면 두 가지 방향으로의 해석이 가능이다. 첫째로, 정치인들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 수칙이리라. 둘째로, 그럼에도 수시로 환기시켜주어만 할 정도로 자주 망각되거나 무시되는 교훈일 게다.

필자는 금번 연작칼럼의 도입부에서 한국정치를 유령처럼 징그럽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세 가지 치명적 유혹의 정체를 소개한 바가 있다. ① 출마의 유혹 ② 패자 부활전의 유혹 ③ 신당 창당의 유혹이 바로 그것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생 최초의 공직 출마 선거에서 덜커덕 당선되는 역대급 기록의 행운아로 등장했다. 패자 부활전의 유혹을 운좋게 피해간 셈이다. 허나 그는 출마의 유혹에 뒤이어 신당 창당의 유혹에마저 잇달아 사로잡힌 양상이다.

갓 임기가 시작된 현직 대통령은 신당 창당의 강렬한 충동에 스멀스멀 휩싸이기 마련이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면 으레 벽지의 도배를 다시 하고, 바닥의 장판을 새로 까는 일만큼이나 자연스러운 본능의 발로일 수가 있다. 문제는 신당을 창당하려면 자신을 대통령 후보자와 대통령으로 차례로 선출시켜준 기존 정당을 허물어야만 하는데, 이게 결코 호락호락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극소수의 특정인들에게는 만만하고 수월한 과제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이미 당권을 확고히 틀어쥔 카리스마적인 강력한 정치 지도자들의 경우이다. 그 덕택에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으로 문패를 바꿔 달 때에도, 새정치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시에도 당내에서 별다른 심각한 갈등과 내홍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임기 초반 한창 의욕과 자신감에 충만해 있을 신임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자기 마음대로 뜯어고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빚어진다. 여당의 현역 당대표가 대통령과 불편하고 서먹서먹한 관계에 놓여있을뿐더러, 고유의 확고하고 독자적인 지지기반마저 확보하고 있을 때다.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 중, 돌연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8%p 이상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재명 후보 지지층의 투표 열기를 식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진=연합뉴스
'윤핵관'이라는 이름하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성접대 공세는 사실 윤 대통령 뜻이라고 봐야 하나?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러한 곤혹스러운 난관에 직면했었다. 그는 16대 대통령 선거 국면 내내 한화갑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불협화음을 겪었다. 게다가 한화갑은 호남이란 탄탄한 지역적 기반에 더하여 DJ와 동교동계라는, 노 전 대통령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든든한 배경까지 갖추고 있었다. 노무현은 대선후보 시절 후단협, 즉 후보단일화협의회를 결성한 민주당 안의 구태 기득권 중진 정치인들의 집요한 흔들기와 노골적인 단일화 압박에 수없이 지독히 시달린 터였다. 그에게 새천년민주당은 정말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이때 때맞춰 터진 사건이 대북송금특검법안 파동이었다. 대북송금특검이 정확히 어떠한 계기를 시발점으로 삼아 출발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관계자들의 증언과 기억이 서로 크게 엇갈리는 탓이다. 관건은 한나라당이 발의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수용한 대북송금특검이 펼친 장기간의 혹독하고 무자비한 수사의 후과로 말미암아 ‘수도권 개혁세력+호남 민중’의 양대 기반으로 이뤄져 있던 참여정부의 지지층이 완전히 반 토막이 나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생때같은 지지기반의 절반이 뚝 떼어져나간 정권이 성공한 정권이 될 리 만무했다. 신생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잔류파가 결탁·합작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의 후폭풍이 선물해준 반사효과에 힘입어 2004년 4월 15일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호시절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실시된 크고 작은 각종 선거전들에서 23전 23패라는 기네스북에나 오를 법한 부끄러운 기록만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윤핵관은 윤석열이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다!”

인도 태생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미국의 스릴러 영화 '식스 센스(원제 : The Sixth Sense)'는 해당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관람한 사람들의 수보다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놀라운 결말을 아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통해왔다.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 곧 귀신이었다는 충격적 반전으로 보는 이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특수부 검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을 윤석열 대통령은 어쩔지 몰라도 '식스 센스'가 제작돼 한국의 극장가에서도 개봉됐을 시기에 20대 후반의 나이였던 김건희 여사는 이 영화를 국내 유수의 상영관들 가운데 한 곳에서 관람했을 개연성이 짙다.

한데 젊은 네티즌들이 발휘하는 과감하고 재치 있는 추리력에 근거하면 '식스 센스'의 대반전을 압도적으로 능가하고도 남을 기상천외한 시나리오가 현재 남한 권부의 최상층부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열혈 핵심 지지자들인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윤핵관이었다는 주장과 추측들이 홍수에 봇물 쏟아지듯 폭발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껏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같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생사람을 황당하게 유령으로 취급해온 셈이다.

윤핵관은 무차별적 욕설과 패륜적 막말로 악명 높았던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와 여러모로 유사한 복선을 제공해왔다.

첫째로 누가 윤핵관의 몸통이고, 누가 누리꾼들 사이에 혜경궁 김씨로 불린 트위터 계정의 실소유지인지 다들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둘째로, 윤핵관도 혜경궁 김씨도 여럿이 돌아가며 쓰는 일종의 공동 아이디로 추정돼왔다. 셋째로, 지금의 여권과 야권을 통솔하는 두 유력 인사의 현실적인 정치적 영향력이 각자의 진영에서 실질적으로 소멸한 연후에야 윤핵관의 실체와 혜경궁 김씨의 진실이 반박 불가능하게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윤핵관은 혜경궁 김씨와 달리 수중에 현존하는 막강한 국가권력을 장악한 터라 한층 더 고약하고 불길하며, 음산하고 위험하다. 대신, 윤핵관이 혜경궁 김씨와 견주어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하나는 있다. 조기에 그 장막을 자발적으로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세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과 지방선거의 두 중대 선거가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오매불망으로 학수고대하며, 오랫동안 답답하게 쓰고 있던 ‘윤핵관’이란 익명의 탈을 마침내 화끈하게 벗어젖혔다고 판단·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그간 윤핵관의 가면 아래 숨어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주도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숙청 공작은 노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 수용 결정을 매우 찌질하고 졸렬한 형태로 재연하는 중이다.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통찰력 넘치게 역설한 변증법적 유물사관의 완성자 칼 마르크스의 거침없는 연승행진은 약간의 변주만 살짝 가미해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⑥편에 계속됨…)

* 필자는 '메시지버스' 운영자(공희준.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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