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K리거 주력선수 제외 '독' 될 수도, 후방 빌드업 지휘할 선수 안보여

11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파울루 벤투(이하 벤투) 감독이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26인 명단을 발표했다. 동아시안컵은 2003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는 9회 대회로서 한국, 일본, 중국, 홍콩 4개국이 참가 7월 19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7.19~27일)하여 우승을 향한 열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데이 기간에 열리지 않아 해외파 강제 차출이 불가능하여 대회 위상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구도와 함께 각 국가간의 이념 차이에서 오는 경쟁 관계까지 형성되어 축구 팬들이 갖는 관심은 기대 이상이다. 따라서 비록 4개국이 참가하는 소규모 대회지만 한국 축구에 필승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문에 비록 대표팀 핵심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 황의조(30.지롱댕 보르도) 등 유럽파가 참가하지 못한다 해도 동아시안컵대표팀 선수 선발은 최상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른다. 이에 벤투 감독은 유럽파를 제외한 K리거와 아시아권 해외파를 선발 사령탑에 오른 후 처음으로 일군 2019년 제8회 대회에 이어 4회 연속 우승(2015, 2017년)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파라과이 평가전은 벤투호의 월드컵 출전에 아직도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벤투호의 월드컵 출전에 많은 의문을 제기한 대한민국과 파라과이 평가전. 이번 2022동아시안컵 대회도 선수선발에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현재 선수 선발의 아쉬움과 함께 의구심으로 우승을 쉽게 예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K리거 대부분을 선발하면서 K리그에서 12골 5도움과 9골 2도움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주민규(32.제주 유나이티드)와 이승우(24.수원 FC),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 짠물 수비를 이끌고 있는 박승욱(25)은 물론 K리거 수비를 대표하는 홍정호(33.전북 현대)까지 제외했다. 이는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된 강성진(19. FC 서울), 고영준(21.포항 스틸러스), 이기혁(22.수원 FC) 선발 등을 염두에 뒀을 때 벤투 감독의 선발 명분은 떨어진다.

특히 무릎 부상중인 손준호(30.산둥 루넝)까지 선발해 한편으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벤투 감독이 2018년 8월 취임 이후 4년 동안 자신의 축구 철학 구현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 선발은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이는 분명 납득하기 힘든 선수 선발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일본은 U-23세를 비롯 U-21세 이하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고, 중국 또한 자국 리그 소속 선수만으로 대회에 임한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만약 우승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다시 한번 벤투 감독의 후방 빌드업 축구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K리그 자존심 역시 추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강성진, 고영준, 이기혁 선발에 대하여 "대표팀이 추구하는 전술과 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라는 말로 여전히 선수 선발의 자기 주관적 입장만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대회는 벤투 감독이 밝혔듯이 11월 개최되는 카타르 FIFA월드컵 로드맵 즉 과정의 일환으로서의 대회다. 그렇다면 진정 카타르 FIFA월드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선수 선발이었나 한 번쯤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단언컨대 K리그에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는 팀은 없다. 이는 곧 벤투 감독의 후방 빌드업 축구가 혼자만의 고집에 의한 외침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 한국 축구에 전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를 간과할 때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벤투 감독의 후방 빌드업 축구는 결코 수월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축구의 지향점은 대표팀의 전력 향상에 의한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에 있다.

이점은 K리그도 불변하다. 이같은 가치 추구를 위해서는 대표팀 선수 선발이 우선이며, 이후 감독의 지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이에 만족하는 선수 선발과 지도력에 의한 대회 결과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카타르 FIFA월드컵을 약 4개월여 남겨놓고 있는 현시점에서, 벤투 감독의 동아시안컵 선수 선발 건과 더불어 결과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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