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투신교사와 관련해 한 학생과 교사간 단톡방에서 주고 받은 대화내용(왼쪽)과 대자보

[뉴스프리존=이동구기자]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익산의 한 교사와 관련, 이 학교 학생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학생들은 이 교사가 따돌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침묵할 것을 종용하다는 의혹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프리존 3일자 보도)

6일 숨진 교사 A(53) 씨가 근무한 전북 익산의 한 여고에는 '00여고 소수학생 일동' 명의로 작성된 '방관도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일부 학생이 5일 작성한 대자보에는 “평소 A교사는 학교 내의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었다”며 “저희는 이런 일을 단순자살로 넘어가려는 학교 측 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학생들은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이 대자보를 이날 학교에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교사 A씨는 평소 직장에서 잘 어울리지 못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4일 이 학교 한 학급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A교사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대자보는 "평소 선생님께서는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의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었다"며 "오래는 몇 십 년 짧게는 몇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겠다.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작성 배경을 밝히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는 ‘왕따라. 너네가 A교사 평소에 봤잖아’ ‘학교 비판하기 전에 평소에 A교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했는지 묻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며 "단순자살로 넘기려고 했던 점들을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렸으면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아울러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이다"며 "피해를 보신 선생님께 다 알면서도 손 한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이고 방관자이니까요"라고 침묵하는 학교를 비판하고 있다. 한 학생은 “A교사가 평소에 혼자 밥을 먹고, 교사들 간에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A교사는 바보같이 착한 선생님으로 불렸다. 그런 A교사를 가볍게 대한 친구도 있긴 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이와 관련, “교내에서 왕따는 없었다. 총 직원이 38명인데, 이 중 A교사와 친한 사람은 절반 이상이나 된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 ‘왕따라.’에 대한 표현도 ‘왕따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교감은 “5일 교장이 1~2학년생 앞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교육청의 감사를 받겠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A교사 유서에서 실명이 거론된 동료 B 교사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A교사와 어떠한 사적인 분쟁이나 다툼으로 교내외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 교사는 올해 초 학교에서 업무량이 치중되는 수업방식의 변화가 생겼고, A교사가 이 때문에 힘들어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전북교육청은 직원들을 당분간 학교에 상주시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방침이다.전라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최영규(익산4) 의원은 전라북도교육청 업무보고에서“이 사건은 상치교과에서부터 시작됐다”면서 “상치교과는 교사가 본 과목이 아닌 타 과목을 가르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교사간 의견충돌에서 빚어져 발생한 것”이라며 상치교과에 대한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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