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측이 국세청의 2천억 원대 증여세 부과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승소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세무당국이 부과한 2126억 원대 증여세를 돌려받을 가능성도 생겼다.

서울고법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12일 신 명예회장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과세 당국은 신 명예회장이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1%를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경유물산에 명의신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이 주식은 2003년 신 명예회장의 지시로 경유물산에 매매해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2006년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그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전 고문에게 3.21%, 신 명예회장의 큰딸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3%가 각각 매각됐다. 이에 국세청은 신 명예회장에게 2126억 원의 증여세를 물렸다.

신 명예회장은 2018년 5월 과세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0년 1월 별세했다. 이에 따라 자녀인 신 전 이사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전 고문이 소송을 수계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롯데홀딩스 주식이 2003년 경유물산에 매각된 것을 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의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 그 명의자가 등기된 시점에 재산이 증여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명의신탁 증여의제'하고 하는데,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 등의 재산을 소유자(명의신탁자)와 명의자(명의수탁자)가 다르게 등기하는 경우 이를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했다고 보고 증여에 대한 과세를 하는 제도다.

유족은 "신 명예회장이 주식을 가족들에게 증여하려 명의를 이전한 것일 뿐 명의신탁을 하기 위해 명의만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과세 당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3년 주식을 거래할 당시 경유물산의 자금이 거래 대금으로 지급됐고, 이 대금이 망인(신 명예회장)에게 전달됐다"며 "만약 명의신탁이라면 경유물산이 망인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형식적으로 지급하더라도 이후 반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증여세는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7년 1월31일 전액 대납했다. 당시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에 향후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지만, 일단 부과된 세금은 기한 내 전액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해당 증여세는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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