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일까지 김홍주 이진우 함명수 '전념의 회화'전
독자적 회화양식 추구...회화에 대한 근본질문 던져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미술사를 공부하고 컬렉터로서 활동했던 박범기씨가 서울 잠원동에 비유엠(Bum)갤러리를 열고 8월20일까지 오픈기념전으로 김홍주(1945-)·이진우(1959-)·함명수(1966-) 작가가 참여하는 ‘전념(專念, dedicated)의 회화’전을 연다.

전시의 키워드는 ‘전념’으로 완전한 몰입(沒入)으로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가리키며 헌신(獻身)을 뜻하기도 한다. 완전한 몰입으로 세계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는 경지를 체득한 작가들의 전시라는 의미다.

김홍주는 한국 현대회화사에 독자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다. 1960년대 출범한 개념미술그룹 S·T그룹의 일원이었으로 초기 실험적 회화로 출발해서 사물이나 대상도 그리지 않고 추상이라는 개념도 거부하는, 그림 자체(painting itself)를 추구하고 있다. 그림 자체를 사유하는 방법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만큼 독특한 사유방식이다.

이진우 작가는 한지와 숯을 이용해 지난한 반복과정을 거쳐서 화면을 잉태한다. 천에 아크릴 용액과 미디엄을 바른 후 숯과 목탄을 뿌리고 그 위에 한지를 덮는다. 쇠로 된 솔로 문지르고 긁기를 반복하고 다시 한지를 덮고 (한지와) 숯, 목탄을 뒤섞어 긁고 문지르기를 수십 차례 거듭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표면을 창조해낸다.

‘긁기’의 작가로 잘 알려진 함명수 작가는 그동안 ‘긁기’라는 제스처로 회화를 완성해왔다. ‘긁기’의 제스처는 기존의 상황과 조건을 덜어내고 비우는 제스처다. 화면에 덮인 물감을 긁어내서 오히려 충만하고, 온화하며 완전한 의미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의 화풍과 기법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세필(細筆)의 중첩으로 대상(정물)이나 풍경(도시, 자연)을 속도감 있게 그려 냈다. 시선이동 시점이 눈길을 끈다. 신작 회화연작 ‘Oneness’는 화가와 대상(풍경, 정물), 캔버스가 하나 되는 경지를 보여준다.

세 작가 모두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회화양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회화가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 질문도 놓지 않는다.

현대미술작품의 수장가이자 아트컨설턴트로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박범기 대표는 “‘전념의 회화’전은 일생을 헌신하여 의미를 이룬 세 사람의 경지를 통해서 우리나라 회화의 경지를 들여다보는 창틀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시를 통해 있고 없음이 하나라는 진리, 시간의 퇴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역사는 우리를 만드는 근본적 토대이며 우리는 역사를 벗어나서 살 수 없다는 인간존재의 생래적 진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깨우침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 여는 개관전인만큼,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랑스러운 한국 회화, 시대가 얼마나 흐르더라도 자랑스러운 현재의 대표적 작가를 고르고 또 골랐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30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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