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봉건 시절 때는 물론 근대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특정 가문(들)이 대대로 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일본의 내각책임제는 이런 가문들의 권력 나눔, 혹은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극우정치세력이 한국과의 과거사를 전면 부인하고 식민 침략과 착취의 불법성을 완강히 부정하며 혐한을 부추기는 것은 이것이 자기 가문의 명예와 위신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흥미롭게 접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죽은 아베의 경우만 하더라도 친가 외가 쪽 ‘윗어른’들이 모두 한반도 식민통치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아베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의 불법을 인정한다면 자기 조상을 욕 보이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자기 정치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친일행각이 가관이다. 대통령이 아베를 직접 문상하며 곡진한 조사를 남기는가 하면 박진 외교장관이 방일해 한일 정상회담을 애걸했다고 한다. 도대체 왜 한국의 친일파들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2류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일본에 이토록 목을 매달고 있는 걸까?

나는 이 역시 한국의 일부 기득권층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즉 일부 기득권층이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과 부는 선대의 친일 행각으로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친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부와 권력,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친일학자들처럼, 몇 푼 돈을 얻어먹으려는 실용적인 이유로만 하는 친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나온 것은 알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책 제목에서 ‘민족주의’가 아니라 ‘종족주의’라는 단어를 쓴 것에서 이미 그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반일’이 얼마나 편협하고 적대적인 행위인가를 설파하는 내용일 것이다. ‘반일’이 과거지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개념이라는 내용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일부 기득권층의 친일행각에 대해 「친일 족벌주의」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우리나라의 친일파는 대개 자기 자신과 기껏해야 자기 집안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일본에 붙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족은커녕 종족에 대한 최소한의 염려와 미안함도 없다. 언론계에는 방 씨, 김 씨, 홍 씨가 대표적인 친일 족벌이다.

정계, 재계, 학계에도 친일 족벌이 무수히 많다. 정계에서는 (국민 대부분의 철저한 반일의식이 두려워) 음지에 숨어 눈만 끔뻑 거리고 있는 자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용감한 (혹은 지각없는) 나 씨만이 홀로 우뚝 서있다.    

이제 느닷없이 학계에서 정계로 진출한 윤씨 족벌이 친일 대표자리를 넘볼 태세다. (몇 번이고 반복하지만 친일은 부적당한 단어이다. 친일 정도라면 나도 일본(국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친일 대신 찬일(讚日) 종일(從日) 숭일(崇日)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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