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까지 부산 조현화랑
손으로 문지른 질감에 에너지
18m대작 싱그러운 색의 아우성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설악산 화가 김종학 화백이 부산 조현화랑(달맞이)에서 8월 21일까지 ’SUMMER’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기 다른 색과 형의 꽃들이 아우성치는 ‘판데모니움(Pandemonium)’ 연작과 시원한 여름 숲을 파노라마로 옮긴 ‘풍경(Landscape)’ 연작을 통해 싱그러운 푸름을 만끽할 수 있다.

1979년 설악산에 정착한 작가는 당시 주류였던 추상화와 단색화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특히 설악산은 계절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계절별 특성이 뚜렷하여 사계절을 연구하기에 최고의 무대가 됐다. 지난 3월 조현화랑에서 열린 ‘SPRING’전에서 작가는 7.8m의 대형 작품을 전시장 입구에 배치하여 벚꽃비 흩날리는 공간에 온듯 한 압도감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SUMMER’전에서 스케일은 더욱 커지고 내용은 촘촘해졌다. 18m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에 그린 숲 앞에 서면 관람객은 광활한 자연 속의 일부가 된다. 꽃의 표현은 핑크빛에 한정되었던 봄의 색채에서 해방된 듯, 원색적이고 다양한 색채로 변화무쌍해졌다.

작품 제목 판데모니움(Pandemonium)은 ʻ대혼란’을 뜻한다. 영국의 문학가 존 밀턴(John Milton)은 대서사시 ‘실낙원’에서 지옥의 도성에 ʻ판데모니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판데모니움의 어원에는 '모든 영혼이 모이는 곳ʻ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판데모니움’은 꽃을 비롯하여 벌과 나비, 거미, 잠자리를 등 다양한 곤충과 식물들이 대혼란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모든 영혼이 모인ʻ 형국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듯 각자의 색채를 뽐내고 있다. 색을 바르고 문지르는 작가는 꽃을 붓이 아닌 손으로도 그린다. 물감을 캔버스에 부어 손바닥으로 펼쳐 그린 꽃잎의 표현, 손가락으로 길게 늘어뜨린 줄기와 잎의 표현에서 작가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18m에 달하는 대형 풍경작품에는 작가의 대범함과 세심함이 동시에 투영되어 있다. 커다란 고목나무를 중심으로 양옆에 숲이 우거져 있고 뒤에는 폭포가 있다. 폭포는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나무의 배경으로서의 역할이다. 폭포의 밝은 색채와 대비되어 나무의 실루엣을 강조시킨다. 이는 나무의 기둥이 더욱 단단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또한 나무의 중심이 폭포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개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온갖 세속적 유혹과 시류의 흔들림 속에서 깊이 뿌리박고, 견뎌내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상징일 수 있다. 또 하나는 ʻ물’의 존재다. 화면 내의 거대한 물줄기는 꽃과 풀, 그리고 넝쿨들에 생명력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화면 전체의 시각적 조응과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함과 상쾌함의 감정을 선사한다. 그리고 작가는 관람객의 상상 속에서 숲의 위와 아래를 완성하도록 유도한다.

작가에게 작품의 완성이란 ʻ기운생동’이다. 자연을 주제로 하는 작가는 그림에서 천지 만물이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완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판데모니움’에서 꽃과 곤충, 동물들은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굵은 붓과 신체를 직접 활용한 과감한 터치, 추상적 화면구성 속에 기운생동의 맛을 온전히 전달한다.

‘풍경’에서는 폭포와 고목의 상호작용 속 긴장과 조화, 그리고 그 사이의 꽃과 풀, 덩굴들에 대한 생명력 있는 묘사가 기운생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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