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절차로 승인 받아 휴일에 개별적으로 사비 들여 논의..직무 아니다"

지난 23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경찰대 4기)이 회의 직후 곧바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0여명에 대해서도 해산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에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작심 토로했다. 그는 24일 MBC 인터뷰에서 "예전에 잘못된 그런 역사가 그걸 분명히 이야기해주고 있다"라며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에 정말 많은 민주 열사들이 경찰에 의해 희생됐는데, 왜 그랬느냐. 그건 경찰이 내무부라는 정치권력에 예속이 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견찰’로 양성될 것이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견찰’로 양성될 것이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견찰’로 양성될 것이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견찰’로 양성될 것이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

류 총경의 소신발언이 이어지면서 공무원·경찰 노조는 류 총경의 대기발령에 대해 부당하다고 철회를 촉구하고 울산 경찰들은 1인 시위로 응원하고 있다. 전국의 경찰들도 "나부터 징계하라"고 호응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민주 경찰'로 다시 태어나라"는 응원을 보태고 있다.

류 총경은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과거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평검사·검사장회의와 달리 총경회의로 인해 곧바로 인사 조치가 취해진 것에 대해 “법관하고 평검사는 되고 경찰은 안 된다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경찰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당한 직무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경찰서장들이 공식적인 절차를 받아서 승인을 받아서 관외를 이탈하고 관외를 여행하겠다는 승인을 받아서 개별적으로 다 사비를 들여서 휴일에 경찰의 일에 중대한 변화를 한번 논의해보자 하는 것은 직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 세미나 형식의 모임은 직무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명령 발동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라며 “오히려 불법한 직권명령을 내린 부분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류 총경은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찰청 상부가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을 엄정 조치하한 것을 두고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칼만 휘두르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인데, 우리는 목을 내놓고 하고 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류 총경은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경찰 수뇌부의 대기발령 조치를 두고 "장관이 인사권을 쥐었을 때 ‘까불면 죽는다’는 것을 시범보인 것이다. 경찰이 80년대처럼 돌아가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내무부(옛 행안부) 치안본부로 있다가 1991년 경찰청으로 독립했다. 치안본부에 있을 때 경찰이 민주투사들을 억압했다"라며 "그렇게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돌아가셨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생겼다. 내무부 장관 지시를 받거나 눈치 보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 반성으로 생긴 게 경찰청이다. 행안부 장관은 심지어 선거 사무를 관할하는데, 지난 30년 동안 어떤 장관도 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이 장관이 바꾸자고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법관 회의나 평검사 회의할 때 그 사람들은 처벌 받았나. 평검사 회의 참석한 사람 엄정하게 보겠다고 한 적 있나"라며 "법관 회의 참석한 사람 징계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나. 우리 경찰은 다른가. 우리 경찰이 경찰 이야기를 했고 법관은 법원 이야기를 했고 검찰은 검찰 이야기 했는데 무엇이 다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경찰국 신설은) 30년 전 권위주의 정부로 회귀하고, 치안본부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라며 "30년 동안 잘 있다가 갑자기 두 달 만에 바뀌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서장회의 이어 전국의 경감·경위들 회의.."정권 하수인으로 후퇴 말자"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하면서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경감·경위들도 회의 개최에 나설 조짐이다. 팀장회의도 총경급 회의와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되며 동참 의사가 있는 미참석자들의 화환 기증도 받을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경찰국 신설의 정당성, 회의 참석 총경에 대한 징계 및 감찰의 정당성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견찰’로 양성될 것이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경찰대 14기)은 24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오는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김 경감은 류삼영 총경의 대기발령을 두고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경감은 “우리 지휘관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선 먼저 나를 베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라며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대기발령, 감찰조사 자청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민웅 목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은 잘못 짚어도 한참 크게 잘못 짚었다"라며 "무식과 무능이 결합하면 이런 오만의 작태를 낳는다. 감당이 될까? 누가 더 상처가 커질까?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순간, 자리를 거는 쪽이 이긴다"라고 했다.

아울러 "하물며 국민들이 함께 하면 결과는 진작에 정해진다. 시대가 이미 달라진 걸 혼자만 모른다. 자멸을 스스로 재촉하는데 누가 말리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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