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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반사회적 인격 장애타인의 권리를 침해 반사회적 행동의 습관
  • 김신희 기자
  • 승인 2018.02.08 12:53
  • 수정 2018.02.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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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폭력, 일러스트

[뉴스프리존=김신희기자] 성범죄는 『형법』에 의하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즉, 사람이 스스로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파렴치한 범죄다. 단지 자유를 뺏는 것을 넘어,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수치심과 정신적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근본적인 성범죄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급증하는 충격적 성범죄…해결책은 강력한 처벌?

최근 몇 해 동안의 우리 사회는 성범죄 대란을 겪었다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지금도 뇌리에 생생한 김길태 사건, 조두순 사건 등의 충격적인 성범죄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대형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언론 및 정치권은 해결책으로 강력한 처벌을 제시한다. 부산에서 한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선일보>에는 ‘괴물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해야’라는 표제의 논평이 실리고 여당에서는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최대 30년간 채우도록 하자는 전자발찌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근본적 해결책은 예방…처벌보다 우선시돼야

그러나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다함께의 한 활동가는 “단지 처벌을 강화하고 개인을 감시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성범죄가 아는 사람에 의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끌려 발생하기 때문에 보이는 곳에서 감시의 수위를 높여봐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성범죄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경찰력을 강화해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고 비판했다. 일반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공포심을 통해 자유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아버지 송 씨도 성범죄자 처벌의 한 종류인 신상공개에 대해 “형을 살고 나온 뒤 성폭행범의 신상을 공개하면 뭐하느냐”며 “시간이 한참 지나 얼굴을 공개하면 다 잊혀진 뒤라 아무 소용없다”고 <서울신문>을 통해 하소연한 바가 있다. 처벌 위주의 현행 정책은 이와 같은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 대신하여 사회 구성원의 의식 변화, 교육 제도 개선 등의 예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다미 활동가는 “성폭력을 비롯한 성범죄, 나아가 폭력과 차별에 대한 제도적 차원에서의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예방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성범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우리 사회 그리고 나 자신이 성범죄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

지난 해 고대신문에 의하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9살 습작생들에게 등단한 시인의 관심은 행운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 행운에는 어두운 이면 역시 존재했다. 그 시인은 ‘소설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틀을 깨지 못해서 그렇다’, ‘시 세계를 넓히기 위해선 이런저런 경험들을 해봐야 한다’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습작생들을 성적으로 유린했다. ‘문단 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문인의 해코지가 무서웠던 습작생 다섯 명은 성년이 되고난 뒤에서야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그들이 겪은 일을 #문단_내_성폭력 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세상에 고발했다. 이렇게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폭로운동은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행처럼 빠르게 번졌다.

하지만 SNS 폭로 운동이 가진 익명성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허위 고발자로 인해 애꿎은 문인이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일도 벌어졌다. 박진성 시인은 1 년 전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올해 11월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고,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이는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박진성 시인은 트위터를 통해 그간의 고통을 이렇게 남겼다.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된 어떤 시인이 1 년 만에 전화를 하셔서 잘 지내셨어요, 하시길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통화 말미에 다시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1년 사이처럼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게 낫겠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나쁘지 않다.’

사회적 이슈가 된 #문단_내_성폭력 운동
작년 10월, 트위터에서는 ‘고발자5’라는 계정을 필두로 남성 작가들에게 성희롱, 성 폭행 당했던 사실을 폭로하는 ‘#문단_내_ 성폭행_해시태그_운동’이 일어났다. ‘고발자5’는 고양예술고등학교(교장=김덕천,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다섯 명이 재 학 당시 강사였던 배용제 시인으로부터 성희롱, 폭행 당한 사실을 고발하기 위해 만든 연대이자 트위터 계정이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작가지망생, 그리고 출판계에 종사 중인 여성 편집자까지. 문단 내 여성 종사자들은 익명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남성 기성문학인들로부터 성폭행,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문단뿐만 아니라 문단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영화 예술계에도 성범죄 폭로가 이어졌다.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로 인해 가해자로 지목된 몇몇 작가들은 형사기소를 받기도 했다.

문단 내 성폭행 해시태그 운동에 대한 관련당사자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당한 작가들 중 배용제, 박범신, 박진성 씨는 SNS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글을 올렸다. 작가마다 사과의 수위는 달랐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세 작가 모두 결과적으로 집필중인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고발자 5’의 첫 번째 폭로 이후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단체 ‘탈선’은 기자회견에서 모교인 고양예고에 ▲문학 강사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위 원회 설치 및 조사 ▲교내 성폭력 실태조사 및 성폭력상담실 설치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등의 구체적인 수습방안을 요구했다. 시집출판사인 문학과 지성사는 '극히 예외적인 일탈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다수의 사건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입장문을 올리고 배용제, 박진성 시인의 시집 출고를 정지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문인협회인 한국작가회의는 “공지영 소설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성폭력 가해 문인들을 자 체 조사하여 징계처리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시인협회 역시 “가해자로 지목당한 협회원의 혐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협회 제명 등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해 피지목인과 문인협회의 입장변화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는 듯했던 가해 피지목인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 ‘사죄한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 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작품활동 정지를 선언했음에도 법적 책임을 묻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태세 전환에 나섰다. 소설가 박 씨는 사과문을 삭제했으며, 일부 작가들은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피해자와 폭로자들을 명예훼손, 무고죄로 고소했다. 지난 9월,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고양예고 강사 배용제 시인도 판결 직후 항소를 제기했다.

▲사진: 성폭력, 일러스트

현재 문단 내 기성 협회들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국작가회의 징계위원회는 징계 내용을 공개 발표하기로 했던 기존입장과는 달리 ‘일반인에게 징계내용과 징계대상 작 가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는 “내부 협의 끝에 징계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일절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첨언했다. 한국시인협회의 관계자는 “징역을 선고받은 배용제 시인의 경우 한국시인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나머지가 해자로 지목당한 시인들은 원래부터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던 시인들”이라며 징계를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문단'이기 때문에 특수했던 상황
모든 성폭력 문제와 마찬가지로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의 문제 역시 재범을 미연에 방지하는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건 문학계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제도 개혁’이다. 현재로선 문단 내 핵심 인물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견제 장치가 없다. 이에 대해 이선경 변호사는 “교육을 담당하는 자는 심사를 못 하게 하거나, 출간과 관련한 출판사의 기획위원을 못 하게 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이후 에도 왜 꾸준히 가해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직접 겪은 ‘성범죄’와 가해자 의 변명으로 쓰인 ‘성적 개방성’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자신의 예술성 결여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고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도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피해자들이 꾸준히 자신의 피해내용을 공론화할 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론장에 나와 피해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의 불쾌한 경험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 했던 피해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며 “문단 내 성폭력이 하나의 ‘문화’라고 정당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구체적인 문제로 인식되기 위해서 많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론화 이후 만들어진 변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취지로, 문학계와 정치계에서는 문단 내 성폭력을 공 론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올해 1월,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이 주최하고 정춘숙 의원이 주관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책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월에는 출판사 창비가 ‘#문단_내_성폭력, 문학과 여성들’ 간담회를 열고, 올해 새로 창간한 잡지 ‘문학3’에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글로 실었다. 창비 관계자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만큼 그 곳에서 오간 대화를 기록하는 행위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의 ‘문단 내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국회와의 협력을 통 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해자의 처벌과는 별개로,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은 문단 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의 역할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고양예고 신진태 교감은 1년이 흐른 지금, 탈선의 요구안 실천여부에 대해 “고양 파주 여성민우회에서 탈선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는 공문이 내려왔었다”며 “당시 답했던 바와 같이 사건직후에는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벌였고, 진로상담센터에서 꾸준하게 성폭력상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밖에도 문단 내 위계구조로 인한 성폭력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문화적 변화가 일어났다. 시인 임솔아 씨는 문학과 지성사와의 출판계약서에 ‘양자 간 성폭력, 희롱, 그 밖의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고, 문학과 지성사는 이에 합의했다. 문학과 지성사 관계자는 “성폭행 폭로사건 이후 출판계 내부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직접 해결을 해나가야된다는 공통의 합의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겨울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례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회사 내규에 성폭력처리과정에 대한 기준안을 마련, 계속 조율합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SNS 폭로, 유포와 수용 모두 경각심 가져야
익명성을 담보로 하는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은 무고한 피해자를 낳기도 했다. 이번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서 허위고발을 당한 피해자 시인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두 명이다. 시인 박진성 씨는 트위터 폭로를 계기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10월 말에 성폭 행 무혐의 통고를 받았다. 도리어 성폭행 피해 주장자가 명예훼손과 무고죄가 인정돼,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당시의 고발자가 먼저 자신의 허위 고발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 전 A 시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고발글을 올렸던 트위터 계정 ‘무지개단두대’는 이번 달 트위터에 자신의 폭로가 허위라고 고백하며 경솔함을 사과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힘든 과정과 시간을 거쳐 시인의 누명은 벗었지만 그동안 시인을 비난했던 이들은 사과하지 않았고, 자신의 시집에 대한 출판사의 출고정지도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이다.

이렇게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트위터에서는 ‘익명폭로의 정치학’에 대한 고 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허위 고발자 때문에 고통받아야 할 진짜 피해자를 걱정하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쏟아졌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예원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가 트위터와 같은 극단적인 익명형식의 폭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단 내 자정작용을 가능케하는 내부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어떠한 형태의 무고한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문단뿐만 아니라 각각의 공동체 내부에 문제제기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예율 소속 최용문 변호사는 트위 터와 같은 SNS를 통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릴 경우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를 벗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죄의 처벌 범위가 넓어,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도 때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피해사실을 알리고 싶은 절박함은 이해가지만, 명예훼손죄의 조각사유인 ‘공익성’이 인정돼 혐의를 벗는 경우가 희박한 만큼 피해자들에게 법적 대응을 먼저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김신희 기자  shinee@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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