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대통령은 못되어도 정직한 대통령은 되는 길은

MB가 윤석열에게 달고 싶을 댓글은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은 더는 거짓말이 아니다. 한국의 혼인율은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장사꾼이 손해 보며 장사한다는 말도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다. 길거리 곳곳의 빈 상가들 앞에 부착된 임대문의 안내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대한민국 영세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반영한다. 이제 그만 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푸념만은 제발 거짓말이었다면 좋았을 터이다. 나날이 증가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률은 사는 일 자체가 고통이 돼버린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을 구체적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자신 있게 저건 100프로 거짓말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얘기가 한 가지 남아 있기는 하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이다. 자신은 당무에 전연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야유성 댓글을 달아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엽기적 희비극이 윤석열 연출-권성동 출연으로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한가운데에서 작금에 벌어진 탓이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건 아시죠?”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과 관련된 일들은 당 지도부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사실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개진한 방침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정분리 원칙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시한 강성 친노 인사들에 의해 흔적 없이 형해화되었다. 강성 친노세력은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참여정부의 일관성 없고 모순된 정책기조에 반기를 든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천동태’트리오라고 싸잡아 도매금으로 비하ㆍ조롱하며 열린우리당이 청와대의 영등포 출장소로 전락하는 데 혁혁히 일조했다.

2008년의 제18대 총선 당시 당권을 장악한 친이계가 경쟁자인 친박계를 공천 과정에서 대거 물 먹인 건 누가 봐도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었다. 박근혜 의원은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울분을 토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2016년 봄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진실한 사람들을 뽑아달라며 유승민계 출마자들의 전면 축출을 당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이는 저 유명한 옥새 들고 나르샤 파동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도화선 구실을 하고 말았다.

압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념 발언이었다. 그는 강경 친문 지지층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사이버 테러 행위를 공공연히 두둔하는 뉘앙스의 언급을 함으로써 한국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터로 이끄는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젖혔다. 양산 사저 앞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집요하게 전개하는 볼썽사납고 막말 섞인 악성 시위는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업자득의 부메랑을 맞은 셈이리라.

각하, ‘문제는 거짓말’입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네 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한 가지 대목에서만큼은 명쾌했다. 그들은 본인이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빤한 궤변은 국민들 앞에서 차마 드러내놓고 발설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 네 사람의 전직 대통령들이 심복이나 측근에게 현역 여당 당대표를 정조준한 고약한 뒷담화를 늘어놨다는 후일담은 아직까지는 금시초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정면에서 들이받는 게 이들의 공통분모였다.

국민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참담한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대통령은 앞쪽에서 반대자를 직설적으로 저격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뒤편에서 수군대며 정적을 음해하는 대통령이다. 시시콜콜한 일거수일투족마저 과도하게 폭로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최순실 씨와 함께한 자리에서 김무성 전 의원 혹은 유승민 전 의원에 관한 험담을 했다는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그게 박근혜가 지키고 싶었던 최후의 인간적 품격이자 자존감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자님은 나라를 보전하려면 군사와 식량과 백성의 믿음이 세 요소가 필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그는 이 셋 가운데 불가피하게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민중의 신뢰를 택해야 함을 역설했다. 믿음이 사라지면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존속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교훈이 비롯된 배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축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무리 바닥 모르고 떨어진다고 한들 임기 초기의 막강한 현직 대통령의 바람을 대놓고 거스를 간 큰 수사관계자는 없다.

그러므로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소위 성상납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수사 결과는 윤 대통령 진영의 이 대표를 겨냥한 기획수사, 보복수사, 청부수사, 하명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에 가득 찬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게 명약관화하지만, 이준석만 당장에 숙청할 수 있다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불사할 기세인 윤석열 일행에게 민심의 극심한 반발과 2030 세대 남성들의 격렬한 저항쯤은 안중에도 없을 게다.

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세 차례의 중요한 선거를 승리로 견인한 30대 젊은 당대표를 쿠데타 하듯이 제거한 대가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효과적인 국정운영의 유일무이한 동력인 국민의 믿음을 거의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는 어리석어도 너무나 어리석은 선택이거니와 잠시 살려고 영원히 죽는 근시안적 길일 뿐이다. 왜냐? 검찰도, 경찰도, 감사원과 국정원도,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과 가로세로연구소 부류의 극우 유튜브 상업방송들도 국민의 신임을 잃은 정권을 책임지고 지켜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낮아서 신뢰를 잃는 게 아니다. 신뢰를 잃으니 지지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 방안을 놓고서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필자는 신속하고 확실한 지지율 반등 대책을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에게 기꺼이 무료로 제공하련다. 그건 윤석열 대통령이 이참에 아예 국민의힘의 총재로 정식으로 취임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당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익명의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 명의의 어쭙잖은 허풍선이 해명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테고,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하도록 옥죄고 있는 ‘거짓말쟁이 프레임’의 답답한 굴레로부터 비록 부분적으로나마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당무를 100프로 직접 영도하고 계십니다.”

이 얼마나 투명하고 솔직담백한 고백인가? 유능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정직하기는 한 대통령의 모습.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걸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자 기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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