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약협회장·국회의원이자 토비콤·시네츄라 개발 등 제약史 남긴 족적 살펴보니

故 어준선 안국약품 명예회장. (사진=안국약품)
故 어준선 안국약품 명예회장. (사진=안국약품)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국내 제약업계 1세대 경영자인 안국약품 어준선 명예회장이 향년 85세의 일기로 영면 했다.

故(고) 어준선 명예회장은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향남제약공단을 개발하여 중소제약회사의 GMP 공장건립 문제를 해결했고, 2009년 한미FTA, 생동시험 파문, 포지티브 리스트 등 제약산업이 3중고를 겪고 있을 때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한 어준선 명예회장은 대전고등학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농, 오양공사에서 일을 하던 중 서울약품의 파견관리이사를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1969년 부실화 되어 있던 안국약품을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제약인의 길을 가게 됐다.

1996년, 제 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는 '자산재평가법' 개정안을 발의, 통과를 이끌었고, 의약분업이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고자 1년 연기하여 안정적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투수코친' 개발과 광고 탄압, 토비콤·시네츄라 개발까지

고인의 이름은 그가 개발을 진두지휘한 의약품의 이름과 함께 남을 전망이다.

그는 우선 안국약품을 인수한 뒤, 첫 번째 의약품으로 기침약 '투수코친'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그러던 중 19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에 반발, 투수코친 광고를 진행해 중앙정보부로 소집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당시 정부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기업 광고의 당위성을 설파했다가 여러 가지로 정부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이후 고인은 1981년 먹는 시력감퇴 개선제 '토비콤'을 발매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안국약품의 대표 제품으로 남아있으며, 이후 업그레이드 된 '토비콤-S' 등으로 이어졌다.

2000년 4년간의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어 명예회장은 직접 의약품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푸로스판', '애니펜', '레보텐션', '시네츄라', '레보살탄', '레토프라' 등 전문의약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 중 레보텐션은 기존 유사 제품 에 비해 약 절반 용량으로 동일한 효과를 발현하는 이성질체 의약품으로 2006년 발매 당시 획기적 제품으로 주목받았지만,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가 '노바스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 2년간 소송이 이어졌지만, 결국 승소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CCB(칼슘채널블로커) 고혈압약 시장의 대표 의약품 중 하나로 남았다.

국내 천연물 5호 신약 '시네츄라'도 대표적 의약품이다. 안국약품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서 이러한 천연물 신약의 발매는 유래가 없었고, 시네츄라는 발매 1년만에 연매출 300억대 제품으로 성장한 바 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어 회장은 바이오분야에도 연구개발(R&D)를 진행, 사내에 바이오의약본부를 수립하고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구로디지털단지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이중 및 다중항체 개발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 해외 특허를 신청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어 명예회장의 우수의약품 개발과 보급에 대해 정부에서는 2001년 대한민국 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평소 고인은 임직원들에게 '主專自强成'(주전자강성)을 강조했다. 자기업무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 나가면 자신감이 생겨서 강한 추진력으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고인은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으며 영업, 마케팅 직원에 대한 사랑이 각별 했다. 대표이사 재임 초기부터 영업부 직원들과의 자리를 많이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기울였으며, 국회에서 회사로 돌아온 후에도 영업부 임직원과의 자리를 마련하여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했다"며 고인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어준선 명예회장의 유족은 부인 임영균씨와 아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딸 어연진, 어명진, 어예진 해담경제연구소장 등 오남매가 있다.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17호이다. 영결식은 6일 오전 6시 이며, 발인은 오전 6시30분에 진행 될 예정이다. 장지는 충북 보은군 탄부면 매화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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