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추천 합니다] ‘8월의 독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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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추천 합니다] ‘8월의 독서산책’
  • 김소영 기자
  • 승인 2022.08.05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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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는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을 정비하며 읽으면 좋은 8월의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1. [문학] 남자가 된다는 것│니콜 크라우스, 문학동네

첫 번째 책을 펴낸 스물다섯 살 때부터 이미 ‘문학의 신동’으로 불렸던 니콜 크라우스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남자가 된다는 것 TO BE A MAN』. <미래의 응급 사태>를 포함해 총 여덟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맨 앞의 수록작은 이제 십대 아이를 둔 화자가 삼십여 년 전 자신이 그 나이 때 스위스의 하숙집에서 만났던 언니를 떠올리며 뒤늦게 깨달은 삶의 불온성과 매혹에 대해 말하는 <스위스>. 어떤 사람을 만난 지 반평생이 지난 후에도 그 만남이 “무르익어 터지며 온전히 실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명징하게 보여주는 단편소설이 또 있을까.

조금 어려운 선택이긴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한 편만 언급해야 한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현재 상황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미래의 응급 사태>를 고를 것이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모든 주민은 지역 배급소에서 가스마스크를 보급 받아 가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가스마스크를 왜 써야 하고, 그런 자기 보호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관리자들은 말해주지 않는다. 가스마스크라는 이 중요한 사물은 한 젊은 지식인 부부, 안정된 평균에 가깝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다 읽고 나면 요즘 우리가 상시 착용하다시피 하는 ‘마스크’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될지 모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산책길에서 가스마스크를 쓴 행인을 보며 화자가 하는 진술만으로도 이 소설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니콜 크라우스가 이 단편을 발표한 건 거의 이십여 년 전인데도.

풍부하면서도 사색적인 문장을 곱씹어보고 싶어서 표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남자가 된다는 것>까지, 단숨에 달리듯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남성과 여성, 사랑과 폭력,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아주 작은 일에서 불가해한 생의 상처와 부조리를 보는 작가의 눈에 조용히 감탄한다. 무엇보다 이 첫 소설집을 공기처럼 가득 채운 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하는, 본질적이나 잊기 쉬운 질문이다.

_조경란 위원, 소설가

2. [인문예술] 모던의 시대 우리집│최예선, 모요사

이 책은 쉽게 분류하기 어려운 책이다. 통상적인 분류법을 따른다면 마땅히 한국 근대건축사로 분류되어야 하겠다. 책은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이태준의 성북동 자택과 이효석의 평양 벽돌집 같이 정원이 잘 가꿔진 근대 문인의 집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다. 탐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세운 명동성당처럼 벽돌을 쌓아올린 근대 건축물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고, 193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한옥이 생겨나게 된 이야기가 뒤따른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지으려고 했던 화려한 불란서 양관에 관한 이야기, 식민지 시기 유행했던 모던 가구에 얽힌 이야기, 적산 가옥을 둘러싼 세심한 고찰도 흥미롭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건축사로만 한정하기에는 식민지 시기 조선의 예술과 문화에 관해 너무 풍부한 논의를 담고 있다. 이태준의 정원에 관한 이야기는 여성화가 정찬영의 비극적인 삶으로 이어지고, 이효석의 모던 하우스에 깃들인 생의 아픔에 관한 기억으로 마무리된다. 명동성당에서 김수근의 공간 사옥으로 이어지는 벽돌 건축의 문화사, 김유방의 관능적인 근대 주택론, 딜쿠샤에서 화신백화점에 이르는 식민지 소비문화에 관한 고찰은 저자의 관심이 건축사를 넘어 문화사 전반에 걸쳐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의 빼어난 글솜씨에 주목하면, 이 책은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다. “장소는 기억과 앎 속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그리하여 사유의 장소가 된다”든가 “가회동 한옥은 이웃 한옥들과 어울려 고유의 풍경을 완성한다. 저 혼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이웃 모두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빌려오는 셈이다”같은 문장에 담긴 저자의 독특한 시선과 사유가 독자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_진태원 위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3. [사회과학] 전라디언의 굴레│조귀동, 생각의 힘

세상을 살아가려면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판단이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믿을만한 근거가 없어도 다수의 사람이 공유하는 판단을 ‘편견’이라고 부른다.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한 절차가 존중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편견은 현실을 왜곡시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비호남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호남 배제의 관습도 편견의 일종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호남인 차별을 미국의 인종차별과 비유하면서 그런 편견이 형성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 엘리트가 배제되었고 호남 출신의 농민들이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하층민으로 이주하면서 호남인을 차별하는 편견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편견의 형성 과정 분석에 머무르지 않는다. 5.18 광주항쟁으로 민주화에 이바지했지만 민주화 이후 호남의 정치와 경제에서 드러나는 부패와 무능을 호남 ‘내부의 시선’으로 비판하면서 호남의 진정한 개혁 방향을 모색한다. ‘전라도 출신의 굴레’는 결코 외부에서 벗겨주는 것이 아니므로 호남인 스스로 자각과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호남 출신이라면 호남에 대한 편견의 뿌리를 알아보기 위해, 호남 출신이라면 호남 내부의 한계를 자각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호남인 비하 호칭인 ‘전라디언’이라는 용어를 책의 제목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그 의미를 전복시키려는 저자의 지적 용기가 돋보인다.

_정수복 위원, 사회학자/작가

4. [자연과학]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정부희, 동녘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개미, 송충이, 땅강아지, 잠자리, 여치… 한때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신기해하던 벌레들, 매미채를 휘두르며 한 마리라도 잡아보겠다고 애쓰던 벌레들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벌레들, 곤충들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 책은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정부희 박사가 쓴 곤충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알려진 곤충만 1만 8천종이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이 중에는 개미, 반딧불이처럼 익숙한 것들은 물론, 흑진주거저리, 백합긴가슴잎벌레… 낯선 곤충들의 명칭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곤충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뒤늦게 학업을 시작한 주부이자 엄마인 학자가 겪은 학문 세계에서의 차별과 무시, 그리고 학업과 자녀교육을 병행하기 어려웠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자연과학 책이면서, 늦깎이 자연과학자의 길을 걸은 한 여성의 이야기. 이 책은 그렇게 두 갈래로 읽힌다.

_권복규 위원,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5. [실용일반]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임다은, 이유출판

“우리 집이 산내였는데, 그때는 아주 시골이었어. 내가 중학교 3학년을 댕기다 학교를 중퇴했어. 돈이 없어서. 그때만 해도 철공소 하면 돈을 엄청 많이 번다고 했거든. 그래서 아버지 지인이 추천해줘서 여기 남선기공이라고 있었는데, 거기 주물부로 취직을 했어. 그때가 열일곱 살 때였지.”

1950년 원동에 설립된 대전 최초 공업사 남선기공에서 한평생 주물 일을 해온 송기룡 장인의 회고다. 윤창호 장인은 홀어머니의 고생을 덜어드리고자 14살 때부터 철공 일을 시작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막걸리 마시며 회포 풀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도전한다. 80년대 후반 철공 일을 시작해 한 공장에 10명씩 기계 돌리던 대전 미니 공단 호황기를 기억하는 홍경석 장인은 오늘도 자리를 지킨다.

1970~80년대 고도성장 시대를 거치며 IMF 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 메카 가운데 한 곳으로 이름 높던 대전 원동 철공소 거리의 역사는 대전의 역사, 대한민국 역사의 축도(縮圖)이거니와 그 지역에서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의 역사다. ‘미니 공단’으로 불리던 그곳에는 작업하다가 기계에 손 잘리거나 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일터로 향해 얻어 맞아가며 일 배워야 했던 사람들의 삶이 있다.

‘미니 공단’으로 불리며 88올림픽 전후로 최고 호황을 누리다가 쇠락한 철공소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사통팔달 입지 덕에 북적이던 대전역 근처 원도심 혹은 구도심은 이제 한적하기만 하다. 6.25전쟁 때부터 조성된 역전시장은 좋은 농산물이 많아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그 시절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점포도 줄어들고 왕래하는 사람도 적다. 어느 도시에서든 원도심, 구도심은 쇠락의 다른 말이다.

과거와 오늘을 기록하여 보존하고 기억한다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드물게 인간적이다. 주제는 대전의 특정 지역과 분야, 관련 인물들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한 지역 한 지역, 한 분야 한 분야의 이야기가 쌓이고 얽혀 이루어진 것이 우리 모두의 역사다.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 포도밭출판사, 대전 이유출판, 전남 순천 열매하나,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등 다섯 출판사들이 공동 기획으로 펴낸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권한다.

_표정훈 위원, 평론가

6. [그림책/동화]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김효은, 문학동네

“우리는 다섯입니다. 그것은 이 케이크를 혼자서 다 먹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5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는 지하철 입니다’로 202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된 김효은 작가의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은 이렇게 시작한다.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림책은 다섯 남매가 케이크처럼 나누기 쉬운 것부터, 한 켤레의 노란 장화와 선풍기 바람, 삼촌처럼 나누기 어렵고 때론 나눌 수 없어 보이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나누는가, 어떻게 함께 누리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나누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리고 현명하고 따뜻하다.

똑같이 5분의 1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쉽다. 하지만 한 마리 통닭만 해도 똑같이 나누기가 어렵다. 브로콜리처럼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라면 서로 서로 양보하지만 달콤한 솜사탕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따라가며 나누는 방법, 나눌 때의 마음은 물론, 제 몫을 챙기기 위해 어떻게 재빨리 움직여야 하는지 일종의 노하우까지 담아낸다. 그렇게 매일이 나눔의 연속인 어느 날 우연히 나누지 않고 온전히 혼자 누리는 기쁨의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온전히 제 몫이 됐을 땐 고민도 결정도 책임 역시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삶의 법칙도 들려준다.

요즘이야 물건이 넘쳐나고, 한 자녀 가정도 많아 모든 사랑이 한 아이에게만 쏟아지기에 이 그림책은 더 소중하다. 나눈다는 것은 지혜롭게 함께하는 셈법을 배우는 것이고,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 또 상대를 알아가는 길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결국 나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이다. 나누지 않으면 결코 그것을 알지 못한다.

_최현미 위원, 문화일보 문화부장

7. [청소년] 한 컷 한국사│조한경 외, 해냄에듀

사진 한 컷에서 역사를 읽어낼 수 있을까. 찍은 사람의 관점, 프레임과 앵글에 따라 사진은 ‘사실’이 아닌 ‘해석’을 보여 준다. 마치 어제 벌어진 사건을 신문마다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전하듯 사관史觀에 따라 역사는 우리에게 다르게 인식된다. 전후, 좌우 맥락을 살피고 원인과 결과를 살피며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청소년에게 가르쳐야 하는 ‘객관적 역사’란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도 하고, 일본 역사 교과서가 ‘왜곡’되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역사 교과서 집필 경험을 공유한 역사 교사 열 명이 모여 만든 이 책은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흥미를 느낄 만하다. 왼쪽에 한 장의 사진과 오른쪽에 한쪽 분량의 텍스트를 배치했다. 전곡리 주먹도끼를 들고 있는 미군부터 담뱃대를 든 조선이 맥주병을 안은 사연에 이르기까지 145컷의 사진이 보여 주는 역사는 흥미롭다. 사진에 곁들인 설명은 어렵지 않고 친절하다. 다양한 시선이 교차할 수 있는 사진 속 역사는 토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객관적 사실의 나열과 정리에 불과한 교과서에서 벗어나 한 장의 사진이 안내하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은 사라진 사람, 흔적만 남은 유적,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은 현재가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을 여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당시에 벌어진 사건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역사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story’가 모여 ‘히스토리history’가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여 오늘 우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학교 수업 현장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며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거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_류대성 위원, 『읽기의 미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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