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 비전문가에게 교육행정 맡겨 파탄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훌륭한 인물 봤냐'고 극찬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전격 사퇴했다. 부총리에 임명된 지 35일, 대통령에게 취학연령 하향, 외국어고 폐지 정책을 보고한지 열흘 만이다. 교육정책에 혼란을 불러왔다는 측면에서 사퇴했지만, 이 모든 것이 과연 박순애 부총리 탓인가? 사퇴를 둘러싸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는 후보가 되자마자 터져나온 만취 음주운전, 논문 중복게재, 교수시절 갑질의혹, 자녀 생활기록부 불법 컨설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거셌다. 다른 부처도 아닌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만취 음주전력은 도덕성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리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 부실인사와 검증 실패 지적이 있다“라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전 정권(문재인)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이 조차도 부족했는지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 자질이나 이런 것을"라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박순애 부총리를 두둔했다. 당일 임명식에는 “야당(민주당) 공격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고 위로까지 했다. 

박순애 부총리 임명전후 "전 정권(문재인)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발언 등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지만, 단 하나 박순애 부총리 자질논란은 가라앉았다. 박 부총리 또한 “정책으로 지켜봐 달라”며 꿋꿋이 부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교육전문가 아닌 행정학 교수인 박순애 부총리의 정책은 대통령실 부처별 보고 단 하루만에 파탄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취학연령 하향, 외고 폐지 등의 문제는 박순애 부총리 단독 구상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실에서 주문한 내용이 아닐까?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취학연령 하향, 외고 폐지 등의 문제는 박순애 부총리 단독 구상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실에서 주문한 내용이 아닐까? (사진=대통령실 제공)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외국어고 폐지’ 등의 정책을 갑작스럽게 들고 나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나 인수위 보고에도 없던 내용, 업무보고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던 박 부총리의 의도와 달리 업무보고 후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후폭풍을 맞게 됐다. 박 장관은 이후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침묵만 지키다가 결국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떨어지는 등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자 결국 사퇴를 택했다.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교육전문가 아닌 박 부총리가 큰 것 한방을 노리고 ‘취학연령 하향’이나 외고 폐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 추진에 앞서 이해관계자 및 정책 전문가와 사전 소통하는 절차를 갖는 '소통의 기본'을 지키는 게 필요한데 기본적인 소통도 없이 덜컥 추진하다 분란만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말을 아끼면서 학제개편안을 교육부가 만든 게 아닌데 비난이 쏠리는 것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보고는 교육부와 대통령실이 아주 구체적인 사안까지 하나하나 조율하고, 긴밀히 논의해 만든다”면서 “박 부총리가 독단적으로 학제개편안을 내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교육부 보고 최종안에 학제개편안이 들어가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대통령실에서 교육부에 ‘취학연령 하향’ 등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박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사전교감이 없다면 나올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어쩌면 ‘취학연령 하향’ 같은 이슈로 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이 나서서 “박 부총리가 의견 수렴을 해서 연말에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대통령이 그걸 신속하게 하라고 한 것”이라며 책임을 박 부총리로 돌렸다. 전형적인 ‘남 탓’이자 ‘꼬리 자르기’로 볼 수 있다.

결국 박 부총리는 정책실패의 오명을 쓰고, 지지율 급락에 대한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박 부총리는 역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5번째로 단명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사임으로는 첫 사례다. 

그렇다면 만취 음주운전 등 갖은 논란을 초래한 박 부총리를 ‘이렇게 훌륭한 장관’이라고 했던 윤 대통령의 ‘극찬’했던 근거는 무엇일까? 

지금으로서는 ‘극찬’의 근거가 없는 윤 대통령 특유의 ‘오기’로 볼 수 있다. 다만 정치는 효율적인 정책과 여론 등을 통해 장관의 정치적 능력을 돋보이거나 미화시킬 수 있다. 그런 작업이 일종의 정치력이며, 정부여당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집권 3개월도 안된 가장 힘이 좋을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부총리 지명과 임명, 그리고 대통령 정책보고를 통해 최악으로 끝났다. 박 부총리를 활용하지도 못하고 정치력의 한계만 노출했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의 민낯만 드러냈을 뿐이다. 

문제는 박 부총리의 사퇴가 국면전환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박순애 부총리 사퇴와 관련,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 박순애 장관 사퇴로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며 “부적격 인사를 국민 검증도 거부하고 임명 강행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단이 부른 인사 참사의 결과"라고 규정한 뒤, “박순애 장관 사퇴는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전면적 인적 쇄신을 바라는 국민을 충족하기는 어려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인적쇄신을 강력히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이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두 부처가 공석이다. 낮은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인 인사참사로 더 이상 임명을 강행할 동력도 없다. 철저한 인사검증없이, 아무런 기준없이 ‘훌륭한 인물’이라고 극찬한 발언 댓가는 혹독하다. 

윤석열 정권의 다음 장관 후보에 어느 누가 나오는지 더 지켜보자.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