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의 통일의길] 친일해야 나라가 산다는 한국 수구보수의 허황된 믿음

이번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규탄하거나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촉구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심지어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낸다는 것을 알고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어떠한 성명발표도 없었다. 이렇게 전과 비교하여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민주당에서 비판하자, 국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옹호하며 민주당에게 반일감정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출처=연합뉴스)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출처=연합뉴스)

한편 같은 8월 15일,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 종전 77주년을 기념하며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우익단체 회원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거리를 유유히 행진했다. 또한 한국의 뉴라이트 사관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인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로 인해 한반도에 문명이 자리 잡았다는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하였다. 또한 극우 성향의 현직 각료 몇몇은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방문해 참배하는 등 일본 우익은 삐뚤어진 민족주의를 드러내며 과거 일본 제국을 회상하고 그리워했다.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욱일승천기를 들고 행진하는 일본 우익 단체(출처=연합뉴스)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욱일승천기를 들고 행진하는 일본 우익 단체(출처=연합뉴스)

이를 통해 한국 수구보수와 일본 우익이 역사적 측면을 토대로 한·일 관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수구보수는 일본을 협력 관계로 규정하여 친일을 말하고 있지만, 일본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철저히 자국의 옛 영광을 기리며 반한, 혐한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수구보수가 일본에게 일방적인 구애만 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백번 양보하여, 한국 수구보수가 말하는 것처럼 향후 한국의 미래를 위해 외교적 차원에서 일본과 친선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치자.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일본과 충분히 대등한 입장에서 외교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왜 한국 수구보수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일본에게 스스로 몸을 낮추며 굴욕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인가? 이는 한국 수구보수가 일제강점기 전후로 일본에게 식민적 사고를 주입받으며 철저히 수구적 관점에 사로잡힌 친일 세력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잠시나마 수구보수의 역사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조선 후기, 미개한 국가에게 문명을 전파한다는 미명하에 일본은 조선을 끊임없이 침범해왔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이라는 일방적인 조약을 맺고 난 후 최혜국 대우 규정을 들어 각종 이권을 획득하여 조선의 자원과 물자를 약탈하였고, 끝내 1910년에는 조선을 일본에 종속시켜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일본은 강력한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을 상대로 문맹 정책(피지배층의 지적 깨우침을 방해함으로써 지배자에 대한 비판력을 빼앗아 수동적 존재로 만들어, 지배체제의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또한 조선인들에게 근대화론이나 타율성론 등의 식민사관을 가르침으로써 일본이 조선보다 우위에 있고, 일본이 조선을 통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세뇌시켰다.

이러한 일본의 문맹 정책과 민족 말살 정책에 앞장섰던 이들이 바로 친일파(민족 반역자)와 친일 어용 역사 · 언론 기관이었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떠나 막대한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혀 일본에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일제의 패망과 함께 갑작스럽게 맞이한 해방 이후 냉전 시대와 맞물려 극심한 이념 갈등과 내홍을 겪었고, 급기야 6·25 전쟁이 벌어졌다. 이때 친일 행위로 인한 처벌이 두려웠던 친일파는 다수의 반공세력으로 둔갑하여 공산군 격멸과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친일 행적을 지우고자 했다. 분단 이후 이들은 반공 프레임과 이념론을 앞장세워 1~6공화국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그 기득권을 유지하며 한국 수구보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상황을 통해 한국 수구보수의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수구보수의 이중잣대이다. 이들은 일본을 용서하자며 일제 과거사를 덮고자 하지만, 정작 북한 공산당에 대해서는 용서하기는커녕 자유를 위협하는 자들로 단죄하며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과거부터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침범하고 위협하며 반인륜적이고도 포악한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을 용서할 수 있다면, 북한 공산당도 용서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수구보수가 한없이 용서할 수 있는 건 일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 반공을 빌미로 친일을 일삼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2019년 8월에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제5차 기자회견'에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2019년 8월에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제5차 기자회견'에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둘째, 친일해야 나라가 산다는 한국 수구보수의 허황된 믿음이다. 일제가 식민 지배를 함으로써 조선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었다는 근대화론이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지금까지 계승되어 오며, 지금은 예전과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협력해야만 한다는 것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만행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란 낙인과 함께 패가망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을 답습하고 깨달은 것으로 인해 생긴 가치와 사고가 반민족적인 역사관으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2009년 11월 24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뉴라이트 창립 4주년 기념식 행사(출처=오마이뉴스)
2009년 11월 24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뉴라이트 창립 4주년 기념식 행사(출처=오마이뉴스)

이렇게 한국 수구보수는 친일과 반공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며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렸다. 자신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향해 ‘좌파’, ‘빨갱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수구화 된 친일파라는 사실에 대해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한다 해도 쉬이 무시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일제의 과거사 규명 없이 무조건적인 친일을 말하는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자들을 향해, 반일감정을 이용하지 말라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수구보수가 줄기차게 외쳐대는 식민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국민으로서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갖추는 것이다. 부디 한국이 일본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의 면모를 갖추고 당당하게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북한을 공산주의로부터 해방하고 통일을 이루는 그 날, 우리는 완전하고 온전한 광복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두려워하는 한국의 그 광복의 영광을 위해, 우리는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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