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훼손 사건 전임 허성곤 시장 때 벌어진 일 ‘현 시장 책임 없어’
'훼손 논란' 김해 구산동 고인돌, 4월에 이미 박석 다 걷어 내

[경남=뉴스프리존]이진우 기자 = 세계 최대 고인돌로 알려진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 기념물)를 복원·정비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김해시가 결국 형사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문화재청은 18일 문화재 정비사업 과정에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을 훼손(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며 김해시장을 김해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세계 최대 김해 구산동 고인돌 유적지 현장 ⓒ김해시
세계 최대 김해 구산동 고인돌 유적지 현장 ⓒ김해시

문화재청에 따르면 고인돌을 훼손한 유적 정비사업 시행 주체가 김해시인 만큼 홍태용 시장을 피고발인으로 명시해 고발장을 전자문서로 김해중부경찰서로 보냈다.

지난 7월 취임해 고인돌 정비사업과는 관련 없는 홍태용 현 시장이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에서는 '홍 시장이 취임 50여일만에 피고발인 신세가 됐다', ‘홍 시장이 김해시 대표자로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등의 보도도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 1일부터 시장직을 맡은 홍 시장은 고인돌 주변 정비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전직 시장이 저지른 일을 현직 시장에게 책임을 떠 넘기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홍 시장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지난 11일 시청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졌던 일”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김해시가 세계 최대 고인돌 정비사업을 하면서 고인돌 주변 박석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절차에 관심을 덜 가졌고 무지했다. 시정 책임자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실상 구산동 고인돌에 대한 복원·정비사업을 결정한 것은 2016년 4월부터 시장직을 맡았던 전임 허성곤 시장이었다.

허 전 시장은 2018년 역사자원 활용과 유적공원 조성을 위해 구산동 고인돌 복원·정비사업을 결정했고, 올해 6.1 지방선거 직전인 2월 9일 지석묘를 문화재청에 국가 사적으로 신청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지석묘 정비사업에 공을 들였다.

지석묘는 김해 구산동 연지공원 맞은편에 묻혀 있었다. 2007년 구산동 택지개발지구 공사 당시 땅속에서 발견됐고 길이 10m에 너비 4.5m, 무게 350t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엔 지석묘를 노출시킬 경우 훼손 등이 우려돼 발견 지점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땅속에 그대로 매립했다. 그러다 2018년 허 전 시장 시절 땅속에 보존돼 있던 지석묘를 노출시키고 원형을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유적공원 조성계획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김해시는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전문 보수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해 지난 2020년 12월부터 고인돌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지석묘 아래에선 목관묘 1기와 토기 2점이 출토되기도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김해시는 지석묘 일원 복원·정비사업의 종료시점을 올해 6월로 밝혔지만, 갑자기 완공예정 시점이 8월로 바뀐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 홍태용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에 도전했던 허 전 시장을 꺾고 당선됐다.

이런 관점애서 볼 때 홍 시장은 이번 지석묘 사건으로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홍 시장이 매장문화재법 위반 행위를 지시했거나 문제가 된 정비사업을 현장에서 실행한 사람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사를 거쳐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기소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허성곤 전 시장을 비롯한 정비사업의 결재라인에 있었던 김해시청 간부들과 실제 훼손 행위를 한 업체 관련자들이란 분석이다.

한편 학계는 상석 무게 350t,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1615㎡에 이르는 이 유적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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