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란 어떤 존재일까요? 아내는 내가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같이 한 살 더 먹으며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리고 아침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까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이지요.

또한 집안일 반 쯤 눈감고 내버려 둬도 혼자서 다 해 놓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파르고 위태로운 정점이 아니라, 잔잔하게 펼쳐진 들녘 같은 사람인 것입니다.

세상의 애인들이 탐하는 자리, 눈보라 몰아치고, 폭풍우 휘몰아치는 자리, 장맛비에 홍수 나고, 폭설에 무너져도 묵묵히 견뎌내는 초인 같은 사람이 아내이지요. 가끔 멀리 있는 여자를 생각하다가 도 서둘러 다시 돌아오게 되는 사람, 그리고 되돌아와 다시 마주 보고 식탁에 앉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티격태격 싸우고 토라졌다가 도 다시 누그러져 나란히 누워 자는 사람, 불편했던 애인을 가져봤던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아내가 얼마나 편안한 지를 요! 그런 사람 하나 곁에 있어서 세상에는 봄도 오고 여름도 오는 것입니다. 그런 아내가 옆에 있는 덕분에 새소리도 즐겁고 예쁜 꽃도 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곁에 있어서 우리 남편이란 족속이 험한 세상 이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 땅 위엔 나란히 곁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묵묵히 곁에서 지켜주는 아내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전 커피숍에 갔었는데 『Happy wife, happy life』라는 글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핏 보기에 커피숍에 생뚱맞게 무슨 ‘Wife’라는 글이 적혀있는가 의아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멋진 뜻이었습니다. 「아내가 행해야 인생이 행복하다」라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인명 재 처(人命在妻)’입니다. 아내가 없으면 꼼짝 못 하는 제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맞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고, 남편이 편합니다. 이렇게 남편의 운명은 아내의 손에 달린 것이지요.

그래서 칸트는 “남편 된 사람은 아내의 행복이 자신의 전부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중국 위(魏)나라 문후는 “가난한 사람은 좋은 아내를 얻고 싶어 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좋은 재상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법이다.” 또 북송(北宋)의 구양수는 “내가 재력이나 지위 때문에 마음고생 하지 않고 지낸 것은 아내 덕이다.”라고 말했지요.

그 밖에도 아내를 칭송하는 아름다운 말들이 많습니다. 《대장경(大藏經)》에는 ‘아내는 남편의 영원한 누님이다’ 영국 속담에는 ‘좋은 아내를 갖는 것은 제 2의 어머니를 갖는 것과 같다.’ ‘좋은 아내는 남편이 탄 배의 돛이 되어 그 남편을 항해 시킨다.’

어떻습니까? 이 세상에 아내라는 말처럼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 또 있을까요? 천 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평화를 짜는 사람(peace weaver)’이라고 불렀습니다. 작가 피천득(皮千得)은 ‘아내는 행복의 제조자 겸 인도 자이다.’ 그리고 탈무드에는 ‘아내를 괴롭히지 마라. 하느님은 아내의 눈물 방울을 세고 계신다.’라고 했지요.

또 베이컨은 ‘아내는 젊은이에게는 연인이고, 중년 남자에게는 반려자이고, 늙은이에게는 간호사다.’라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아내의 존재를 황금같이 보면 삶이 달라집니다.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라 했습니다. 그 뜻을 한 번 알아봅니다.

「가난하고 천할 때 사귄 벗은

잊을 수가 없고, 조강지처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

빈궁할 때 사귄 벗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고,

가난할 때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

어떻습니까? 제가 너무 아내 예찬을 많이 했나요? 아닙니다. 사실은 저의 아내가 많이 안 좋습니다. 지금까지 아내 덕에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아프다니 요? 하늘이 무너지는 듯 마음이 아픕니다.

더군다나 저도 건강이 안 좋아 거의 걷지를 못합니다. 이제는 두 늙은이가 꼼짝 없이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하였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고요.

그래도 우리 부부가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歸依)한 후, 신앙과 수행에 일직 심으로 달려온 결과 하늘이 도우시고, 나라가 도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인연의 소치입니다. 나라에서 좋은 요양 사를 보내 주셔서 이제 간신히 한숨 돌리게 되고 안정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소망이 있다면, 우리 부부 한 날, 한시에 두 손 꼭 잡고 떠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아내 덕분에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생에 못다 한 아내 사랑 내 생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일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8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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