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첫 진실규명...사망자 105명 추가, 총 사망자 657명 확인
부산시·경찰·안기부 등 사건 축소.은폐 시도 개입..."중대한 인권침해"

[부산=뉴스프리존] 최슬기 기자=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24일 오전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 조사 결과를 공식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부터 1992년 8월 20일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자행한 사건이다.

위원회는 2020년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했다. 지난해 5월 조사개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첫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번 진실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가운데 2021년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했다.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657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수치다. 위원회는 최초로 확보한 사망자 통계, 사망자 명단 등 14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용자들의 사망자 수가 일반 사망보다 높게 나타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1986년 한해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135명으로 당시 일반국민 사망률 0.318%보다 13.5배나 높은 4.30%였다. 결핵사망률은 더 높게 나타났다. 1986년 형제복지원의 결핵사망률은 0.41%로 당시 일반인구 결핵사망률 0.014%와 비교해 29.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이 이루어진 정황도 드러났다. 위원회가 최초로 입수한 형제복지원 정신과 약물 구입 목록에는 정신과 전문의약품과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형제복지원은 수용자 가운데 부적응자나 반항자에게 임의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정신요양원을 소위 ‘근신소대’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보건사회부가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조사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는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하고, 국회는 2022년 6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해야 한다”며 “특히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위해 적합한 예산, 규정,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형제복지원 사건의 인권침해 진실이 드러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 사회단체 등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실규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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