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처분 인용으로 이준석 기세등등, 尹과 핵관들은 전전긍긍, 다음 희생양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6일 오전 법원이 인용,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인용 결정 직전까지 인용되는 일은 없을거라고 큰소리 친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체면을 구긴 정도가 아니라 책임을 떠앉게 됐다.

가처분 인용이 더 극적인 것은 정기국회 시작(9월1일)을 앞두고 진행한 1박2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당·정부·대통령실이 다 모여 ‘원팀’을 다짐하면서 ‘파이팅’을 외친 직후였다. ‘당무에 관여안한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 조차 연찬회에 참석, 힘을 실어줬다. 이날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윤 대통령의 양옆에 권성동 원내대표와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앉았고, 주 비대위원장은 팀워크를 강화해 정권을 성공시키자고 했다. 외침의 여운이 사라지도 전에, 한껏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비대위 이전 체제로 돌아가야 했다. 

국민의힘이 법정에서 사실상 완패를 당하면서,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무리하게 끌고 간 당 지도부와 윤핵관은 ‘자승자박’의 모양새가 됐다. 무엇보다 법원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로 비상 상황이 아니었고, 비대위를 출범하려고 고의로 ‘위기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한 점, 비대위에 대해 출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명분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준석 전 대표를 제거 혹은 축출하기 위해 편법만 동원하고, 정치력을 보이지 못하고 법원에 매달린 지도부의 정치적 무능만 드러낸 꼴이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인용으로 정치적 승리와 함께 큰 명분을 얻게됐다. 특히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이후 위기 모면을 위해 (당을) 비상 상황으로 억지로 만들었다”는 이 전 대표의 입장이 그대로 수용됐기 때문이다. 이점이 중요한 것은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나 앞으로 윤리위가 징계를 통해 ‘제명 혹은 탈당권유’ 같은 공격도 윤 대통령과 ‘핵관’들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작전으로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사실상 들어주고 비대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면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려던 국민의힘 '친윤' 입장에선 큰 역풍을 맞은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사실상 들어주고 비대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면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하려던 국민의힘 '친윤' 입장에선 큰 역풍을 맞은 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집권 초 가장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에 0선의 젊은 30대 당 대표 하나 제어를 못하면서, 정부여당이 쩔쩔매고 있는 난맥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정부여당으로 국정의 한 축인 국민의힘 내부의 내분은 가뜩이나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윤 대통령으로서도 어떡하든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9 대선, 6·1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여당이 됐고, 이 전 대표 또한 양대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역임을 자부했지만, 윤 대통령과 핵관들은 이 전 대표를 '왕따(밀어내는)'시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6월 지방선거 끝나고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 구상에 대해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사적인 방문’ ‘혁신위 월권’이라고 제동을 걸면서 견제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맞섰다. 당 대표와 당 중진이 ‘개소리’ ‘뒤통수’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상호 비방전을 펼쳤고, 귀국길에 “(당대표 취임) 1년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라면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당내 문제에 대해 ‘윤핵관’들과 계속 부닥치고, 안철수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지만 대부분 이 전 대표의 우위로 끝났다. 마치 <삼국지>에 관우가 조조의 위나라 다섯관문을 넘고 6명의 장수를 물리친 오관참장(五關斬將) 같은 기세였다. 물론 당 내부 문제라 젊은 당 대표와 싸우는 모양새를 피하는 측면도 있지만, 2011년 26살 박근혜 비대위원으로 정치에 입문, 10여 년을 정치평론가로 활동, 입담과 정치감각은 남다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싸움의 고수’로 연전연승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이 전 대표의 가장 큰 힘이자 명분은 지난 2021년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시작,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 3연속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남이라는 지역을 넘어 자신의 지론인 이른바 ‘세대결합(포위)론’을 통해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2030세대의 지지기반을 넓혀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2030세대 동원이 분노한 ‘이대남’ 표심을 자극하는 ‘젠더 갈라치기’나 그만큼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것은 논외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2030을 동원한 것은 오로지 이 전 대표가 물꼬를 처음 튼 것이다. 또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꾸준한 서진정책으로 국민의힘 볼모지인 호남에서 득표력 상승도 나름 이 전 대표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정치공학인 측면이라 할지라도 ‘광주사태’ 운운하는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 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크다. 

‘선거의 달인’인 이 전 대표가 보기에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힘 지도부(윤핵관)는 전형적인 여의도 문법에 충실하고 변화를 원치않는 집단이다. 타협과 거래에 익숙한 집단, 지금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쩌면 ‘도로한국당’의 회귀에 가까운 모습으로 판단한 것이다.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 하에서 윤 대통령은 미래가 없다. 여당의 가장 큰 임무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궁극적으로 정권을 재창출(연장)하는데 있다. 이 전 대표가 지금 윤 대통령과 ‘핵관’들과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정부여당 체제하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정부여당에 ‘핵폭탄’이 떨어진 날, 이 전 대표는 언론에 즉각적인 반응 대신 늦은 밤 10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 링크를 올린 뒤 "당원 가입하기 좋은 금요일 저녁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보수정당, 여러분의 참여로 바꿀 수 있다. 딱 한 분 모자랍니다"라며 "지금 결심해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가 향후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당 안팎으로 지지세를 결집하며 여론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징계 이후 지역을 돌며 잠행하면서도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지지자들을 만났던 이 전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미 탄원서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을 ‘절대자’로 신군부까지 비유, 이미 ‘헤어질 결심’을 굳힌지 오래임을 보여줬다면, 이번 가처분 인용은 국민의힘 대표 자리를 되찾기 위한 전투에 나선 신호탄이 될 것이다.

‘싸움의 고수’ 이 전 대표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 보자. 시간은 이 전 대표가 유리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이벤트라도 해서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힘을 쓸 수가 없다. 지지율이 낮으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살아남기 위해 윤 대통령을 손절할 수 있다. 반면에 이 전 대표는 선거에서 강점을 증명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고 아무도 모른다. 이미 갈데까지 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극적으로 손잡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윤핵관'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와 ‘핵관’들의 전면전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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