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판정문 등 투명 공개하고 사법주권 위협하는 ISDS 폐기해야"
3000억 물게한 책임자들 지금도 윤석열 정부 국가 요직에 배치

[ =정현숙 기자]= 윤석열 정부의 주요 수뇌부가 한국 정부에 날아든 거액의 배상 후폭풍에 책임론이 대두됐다. 야당과 참여연대와 경실련,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단체는 국정조사와 함께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론스타 먹튀' 재발방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 국민의힘은 1일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약 2천8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기구의 판단과 관련, 야당이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데 대해 "과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연합뉴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배상 결과 관련 정당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약 2925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결을 두고 ‘모피아(재정 금융 관료+마피아)’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론스타가 이미 챙겨간 4조7000억원과 이번에 추가로 챙겨갈 3000억원 이상(이자 포함)의 투기이익은 모두 국민 혈세이자 노동자의 피눈물"이라며 중재 판정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병덕 의원은 “론스타의 불법 인수 및 매각을 도왔던 공범이라 할 수 있는 전현직 경제관료, 모피아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은 “한덕수 총리, 추경호 장관 등 론스타 사건과 관련한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부 책임자로 자리하고 있다. 이젠 이들에게 대체 사실이 무엇인지, 그들의 책임은 없는 건지 물어야 한다”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배 의원은 “ISDS 진행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작성해 제출했던 모든 자료를 국민께 하나의 숨김이 없이 공개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재판부로부터 어제 전달받은 최종 판결문 원문부터 즉각 공개하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론이 나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한 총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고문을 맡았고, 추경호 부총리는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 매각의 실무 책임자였다. 정부가 매각을 결정할 당시 경제부총리는 김진표 현 국회의장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첫 단추'부터 이후 과정까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있는 모양새다.

참여연대는 이날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800억원(이자 제외)을 배상토록 명령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론스타 판결에 즈음한 국회 기자회견'하는 시민단체 대표들 =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왼쪽두번째), 김종우 민변 통상위원회 변호사(왼쪽)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판결에 즈음한 국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9.1
사진: '론스타 판결에 즈음한 국회 기자회견'하는 시민단체 대표들 =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왼쪽두번째), 김종우 민변 통상위원회 변호사(왼쪽)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판결에 즈음한 국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9.1 ⓒ 연합뉴스

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면서 "론스타의 불법 인수·매각을 도운 '공범' 김대기·추경호·김주현·이창용 등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는 배상액이 당초 청구액이었던 약 6조원보다 크게 줄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 선방론’을 펼치고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민병덕 의원은 “(한국 정부의) 패소 원인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당시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했음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서다. ‘한국정부 선방론’의 출처는 어디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배상액을 감안해 우리 정부가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 장관은 지난 31일 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판정부 소수 의견도 우리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만 봐도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 하다. 정부는 취소 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006년 대검 중수부 수사팀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초호화 검찰 특수통이 포진됐지만 론스타 관련자들을 모두 불기소처리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다만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려 헐값에 외환은행과 합병시켰다는 주가조작 혐의는 유죄를 받아냈는데 이번 판결을 한 국제분쟁 재판부가 배상금을 깎은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이후 2012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 때 추경호 부총리가 또 등장한다. 당시 매각을 승인한 금융위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때 실무를 책임졌던 금융위 사무처장이었다.

청구액보다 줄었다곤 하지만 론스타에 돈을 물어주란 판결이 나오면서 매각을 승인했던 경제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다.

당사자들은 "2003년 론스타에 팔지 않았다면 외환은행은 파산했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하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절차 및 의사 결정에 관여한 인사들이 현재 윤석열 정부 주요 경제 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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