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교도소 찾는 이들

[수원=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추석을 앞둔 수원구치소에 반가운 이들이 방문했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았던 수원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해가 비치기 시작했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위력을 익히 예보에서 들었던지라 이날 수원구치소를 찾는 봉사자들의 마음은 다소 착잡하기도 했다.

차 두대에 사과, 귤 등의 과일 200인분과 떡상자를 싣고 들어가는 수원구치소 문의 빗장이 열렸다.

이날 활짝 갠 날씨처럼 경비직원이 반가히 맞는다. 들어서자 교정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과일 상자 등을 테이블 위에 진열하는데 때마침 뒤 따라 들어온 우체국 차량에서 내려진 재소자들에게 온 우편 상자들까지 정리하느냐고 분주하다.

지난 6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수원구치소' 입구 (사진=뉴스프리존)
지난 6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수원구치소' 입구 (사진=뉴스프리존)

담장넘어서의 모습은 해서는 안될 일과 들어가서는 안될 곳이 연결된 곳이 이 곳이다.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되고 그로인해 들어가서는 안될 곳 '교도소' 또는 '구치소'를 사회에서는 '학교' (핵교)라고 부른다.

들어가서는 안되지만 피치못해 들어온 재소자들도 있고 사회와 격리 필요성에 의해 형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하는 수형자들의 명절에 '나눔'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봉사자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챙겨야 하는 리스트에 '구치소'가 들어있어 매해 챙기지 않으면 한 해 마무리를 못한것 같아 어딘가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27년째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누군가의 가족인 '수형자'들의 명절을 챙겨온 김광수씨(나유E&C 대표)가 6일 수원구치소 한희도 총무과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들은 25년전부터 영등포교도소에서 알게 됐다. 김광수 대표는 27년전 영등포교도소를 시작으로 수형자들의 명절을 챙겨왔다. 올 추석에는 그때 인연으로 가끔  연락하고 지낸 한희도 총무과장이 현재 일하고 있는 수원구치소에 방문하기로 정했다.

수원구치소 수형자들이 올 추석에 훈훈한 정을 나눔 받게 된건 어쩌면 한 총무과장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광수 대표가 27년전 '영등포교도소 교화협의회 부회장'을 맡았을 당시에 한희도 총무과장은 '교화과 계장'이었다. 김 대표는 한 총무과장이 당시에 수형자들을 위해 헌신적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인상을 받은 후 교정위원을 그만 둔 지금에도 '교정위원'의 마음가짐으로 명절을 맞이한다고 했다.

교정직원들과 잠시 차담을 나눴다. 사업차 만난 지인들이 봉사에 합류했는데 그들이 아직 도착을 안한 사이에 생긴 차담이었다.

수원구치소는 2천2백여명 정도의 인원이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열악한 환경속에 수감자들은 피폐해져 정신분열증 등 갖가지 질병에 노출되지만 이를 관리하는건 쉽지 않다.  또 그만큼 교도관들의 업무에도 비상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들어 교도관들이 예전보다 높아진 수감자들의 '인권'에 대비 그만큼 업무도 힘들어졌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이곳에 오니 실제 상황인지 궁금해 직접 물어보았다. "네, 교도관들 많이 힘듭니다. 코로나 장기로 정신분열 일으키는 수감자들 많아요"  기사에서 읽은것들은  '현실'이었다. 어느곳이나 힘들지 않은 곳,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는걸 깨닫는다. 사회와 단절된 이 곳은 더 유별날 것만 같다.

수원구치소의 서호영 소장과도 인사했다. 체격은 자그마하지만 어딘가 '대쪽'같아 보이는 콧대와 선한 눈빛, 목소리가 다정한 여성 소장이 이들을 맞이한다. 

차담부터 나눴다. 수원구치소는 전통적으로 김장을 대량으로 한다. 단체로 김장 담그는 일은 상상만 해도 힘들어 보인다. 서호영 소장은 "소장이라고 예외는 없죠, 김장 담그는건 수원구치소의 전통이라 팔을 걷어 부칩니다" 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든 김치는 나눔을 할거고 수감자들 입에도 들어갈 것 같다.

수형자들을 교화시켜 사회에 한사람이라도 잘 복귀시키기 위해 교정기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는 기관이 구치소라는 걸 서 소장과의 차담을 통해 깨닫는다. 서 소장은 "특히 코로나시대에는 명절시즌에 예년같은 관심이 덜해 모두가 어려워 그런것이나 범죄로 인해 사회와 격리된 수형자들을 이렇게 찾아 온정을 베푸는 분들을 오랫만에 만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높아진 수형자들의 인권 뒤에 그만큼 더 힘들어진 교도관들의 업무적 스트레스 등의 문제점들을 짚기도 했다. 

서 소장은 "수형자들의 인권 중요하다"며 "높아진 인권 문제, 그렇기 때문에 교도관들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져 교정의 어떠한 균형점을 찾을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했다. 

사회와 봉사자들의 작은 관심과 손길은 수형자들에게만 필요한게 아니라 이곳 종사자들에게도 필요한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광수 대표는 "명절이 다가와도 영치금도 없이 생활하는 수형자들도 꽤 많다"며 "27년전 어떤일에 연루돼 수형자가 된 친구를 면회하기 시작하면서 교도소 봉사를 지금껏 이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형자들뿐 아니라 또 3년전 코로나 19 창궐 초기 서울 동부구치소에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교도관들이 구치소 밖을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수형자들과 생활하게 되자 교도관들을 위로하기 위한 위문품 보내는 일도 자처했다. 또 그 시기 송파보건소에도 코로나 검진을 위해 고생하는 간호사들에게 위문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서 소장은 "사회에서부터 격리된 수형자들을 위해 이렇게 명절에 찾아 마음을 나누는 일을 꾸준히 하는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라며 "수형자들은 언젠가는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고 나가서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는게 교정기관의 역할인데 봉사자들의 이러한 관심이 수형자들과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수원구치소 교정직원 건물 현관앞에서 봉사온 일행들이 (가운데) 서호영 소장, (왼편) 한희도 총무과장, (양끝)교정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수원구치소 교정직원 건물 현관앞에서 봉사온 일행들이 (가운데) 서호영 소장, (왼편) 한희도 총무과장, (양끝)교정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이에 교도소 봉사일에 갓 입문한 최영숙(에덴 850 대표)씨는 이번 방문을 한 소감으로 "재소자가 만든 핸드폰거치대에 자꾸 눈길이 가요. 언젠가는 사회로 나올 이 분들에게 자그마한 손길이 필요로 하다는데에 공감해서 참여"했다며 "(보육원에서 자라)자립을 위해 퇴소하는 자립청소년들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며 "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봉사를 온 조범희(유원이씨에스 부사장)씨는 "청소년 범죄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사회와 어른의 몫인거 같다"고 응수했다. 이외 함께 온 정재용, 김상배씨는 "매해 교정 봉사에 동참하겠다"고 말해 차담 분위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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