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카카오게임즈가 '우마무스메' 사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때 리니지를 넘어설 '원탑'을 꿈꿨지만, 지금은 조계현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려도 오히려 역풍만 부는 분위기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지난해 2월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존 경주마를 의인화 한 소녀들이 등장한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준수한 그래픽과 뛰어난 캐릭터성, 속도감 넘치는 레이스 연출,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위닝 라이브 등으로 순식간에 인기를 끌어모았다. 특히 일본 경마 팬들도 극찬할 정도로 경마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며, 실존 경주마들의 달릴 때 특징 등의 요소를 잘 반영해 수많은 매니아를 양산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미지 (자료=카카오게임즈, 사이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미지 (자료=카카오게임즈, 사이게임즈)

국내에서는 6월부터 카카오게임즈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대형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초기부터 상당한 광고를 집행했고, 이는 국내 흥행으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동안 카카오게임즈가 운영을 잘 한 편은 아니어서 약간의 불안은 있었지만, 그래도 콘텐츠의 힘은 상당했다. 한때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운영미숙 사례가 크게 불거지며 유저들의 불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일본과 한국 운영사의 게임 내 재화(인재화)인 쥬얼 지급량의 차이였다. 게임 시작 당시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을 위해 이벤트로 뿌리는 쥬얼이 있는데, 일본에 비해 한국 운영사가 지급하는 쥬얼의 양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지급 기준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지만, 유저들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구입해야 하는 쥬얼의 양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운로드가 일정 회수에 도달했을 때 지급하는 쿠폰(SSR 확정 메이크 데뷔 티켓)도 일본은 1년, 한국은 1달로 사용 기한을 한정했다는 점 등의 불만 요소가 팽배해 있었다.

국내 유저들의 운영에 대한 불만은 이 뿐이 아니었다. 언제인가부터 게스트 계정으로 리세마라(원하는 캐릭터를 얻고 시작하기 위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행위, 리셋 마라톤의 약자)를 일정 횟수 이상하면 오류가 나거나,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국내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로 만든다거나, 캐릭터 소개 내용 누락(신체 사이즈나 생일 등), 운영 미숙, 혹은 고의적인 유저 손해 유발로 의심되는 운영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불만이 크게 불거진 사례가 픽업 가차(특정 카드의 뽑기가 유리하도록 한 이벤트) 운영 미숙이었다. 인기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이벤트의 시간을 게임사 임의로 바꾸고, 제대로 된 공지를 하지 않는 일이 몇 차례 불거지자 유저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방치한 것이다. 픽업 가체 시간이 바뀌면 단순히 캐릭터를 뽑지 못하는 문제만 있는게 아니라, 금전적 손실까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8월 20일, '564 캠페인 잭' 이벤트를 계기로 유저들의 카카오게임즈의 운영에 대한 성토가 시작됐다. 중요한 이벤트임에도 하루 전에 공지를 하자, 분노한 유저들이 구글플레이 평점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4.6점(만점 5점)이었던 평점은 바로 2점대로 떨어졌다.

다음날인 21일, 카카오게임즈 측은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구체적인 조치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한 유저들에게는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어 22일 올라온,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최종 콘텐츠에 해당하는데다. 장기간 준비가 필요한 챔피언스 미팅 '타우러스배' 공지가 내용이 부실한 것은 물론, 1주일 직전에야 올라왔다는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각 커뮤니티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23일부터 유저들은 '마차 시위'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시작 29분만에 954만 9418원이 모이며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몇 유저는 한번에 100만 원 씩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에서 재차 사과문을 냈지만, 유저들의 마음은 냉랭했다. 무엇보다 담당 책임자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아 카카오게임즈가 진정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29일,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있는 판교역 일대에 1차 마차시위가 벌어졌고, 주요 언론사들의 주목까지 받기 시작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재화 추가 지급 등의 몇가지 대책 외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유저들은 8월 31일 판교동 카카오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고, 9월 1일에는 여의도국회의사당 앞에서 2차 트럭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이날은 마침 제 400회 정기국회 개회일이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있는 날이었다.

여기에 유저들이 연이어 환불 신청을 시작, 환불 요청 금액이 순식간에 70억 원을 돌파했고,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은 9월 1일에만 5% 하락세를 보였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일 저녁 8시 30분 쯤에 국민의힘 하태경 국회의원이 권익침해 소식듣고 왔는데 누가 정리해줄 수 있냐는 글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운 등과 유저들의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결국 1일 오후 6시 경 공식 카페에 3차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전히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워낙 사태가 커진 뒤 이기도 하지만, 3차 사과문에도 담당자 이름이 올라오지 않았고, 유저들 입장에서 납득할만한 해명도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9월 2일에는 환불 요청 금액이 80억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본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소비자청원제도 신설을 촉구하자 3일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4번째 사과문이자 첫 책임자 이름이 붙은 사과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과문도 유저들에게는 화만 불러일으켰다. 3차 사과문의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며, 추가된 내용은 담당자 재교육 및 업무 기록 평가를 통한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정도 뿐인데다, 간담회 등의 유저 소통 방안, 미디어 콘텐츠, 사투리 미번역 문제, 픽업 공지 수정 등 유저들이 해명이나 개선을 원하는 이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5일, 카카오게임즈가 간담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의 개최도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11일,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간담회를 앞두고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측에서의 참석은 불가능하고, 불참 사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초상권, 녹취, 회사시설 노출 등의 이유로 유저 측의 방송 송출은 불가능하다. ▲추후 이런 일이 재발시에 대한 조치 약속은 기준이 애매하여 답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유저들의 분노는 다시 커지기 시작했고, 13일에는 판교역 일대에서 다시 마차시위가 벌어졌다. 14일에는 카카오게임즈를 대상으로 한 일부 유저들의 환불 소송 금액도 10억 원을 넘었다.

그리고 17일, 드디어 카카오게임즈 측과 유저들이 만나는 간담회가 열렸다. 하지만 7시간이 걸쳐 진행된 간담회가 초기에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픽업 조기 종료에 따른 피해는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다"라는 내용의 발언이 나오면서 오히려 유저들의 분노를 사는 과정이 됐다. 이날 환불 요청 금액은 94억 원을 돌파했고, 일부 유저들은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픽업 조기 종료에 따른 피해는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우마무스메 유저 간담회 유튜브)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픽업 조기 종료에 따른 피해는 고객 개별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우마무스메 유저 간담회 유튜브)

이후 18일. 4번째 사과문보다 짧은 조계현 대표의 5번째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더 커졌고, 이후 단체 환불 소송을 준비 중인 유저들이 역시 게임사 측과 대립중인 '리니지2M' 유저들과 접촉했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참고로 '리니지2M' 유저들은 엔씨소프트의 차별적 '프로모션'(광고료 지급)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우선 카카오게임즈 측의 무성의한 대응이 지적된다. 특히 게임 제작사인 사이게임즈의 핑계를 대고 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일부 캐릭터의 사투리 문제의 경우, 사이게임즈가 직접 운영,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임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사이게임즈와의 협의 문제로 캐릭터에 사투리 번역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이다.

게임사가 게임에 진정 관심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도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간담회에 나온 카카오게임즈 측 관계자 중 우마무스메를 해 본 인원도 적었고, 픽업 조기 종료가 미치는 영향도 잘 모르는 모습이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지만 고객 개별 선택이었고 피해라고 보진 않고 있다"며 "(픽업 조기 종료의 원인인) 점검은 서비스 원활한 운영이 목적이고 서비스 안정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유지 보수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지 않아 피해 사례를 확인해보지 않았다. 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면 점검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전형적인 발언이었다.

사태는 장기화 될 분위기다. 우선 23일 예고된 소송 접수가 문제다. 사실 이 소송에서 유저들이 이길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게임 유저들의 분위기는 실제 소송에서 이기겠다는 것 보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분노가 더 커 보이기 때문에 카카오게임즈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주가도 하락세를 찍으면서 20일 현재 4만 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에 대한 전망도 하락세다. 삼성증권 오동환 연구원은 "회사 3분기 매출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 이번 3분기 우마무스메 일평균 매출 추정치를 기존 17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하태경 의원, 이상헌 의원, 전용기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가능성도 높아 어디까지 이 사태가 커질 것인지 업계의 이목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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