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한밭대 통합 ⑩] 충남대 교수가 본 이진숙 총장 ‘통합 찬성론’의 허와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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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한밭대 통합 ⑩] 충남대 교수가 본 이진숙 총장 ‘통합 찬성론’의 허와 실은?
  • 이기종 기자
  • 승인 2022.09.2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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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2022년 1월부터 대전지역에 불고 있는 대학교 간의 통합 논의 갈등은 총장, 교수, 직원 등 대학본부와 학생 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충남대학교 졸속통합반대 교수 모임(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모임 일동)은 그동안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에서 추진한 일련의 통합 과정에 대한 입장문의 현수막을 게재했다.(사진=이기종 기자)
충남대학교 졸속통합반대 교수 모임(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모임 일동)은 그동안 이진숙 총장 등 대학본부에서 추진한 일련의 통합 과정에 대한 입장문의 현수막을 게재했다.(사진=이기종 기자)

충남대학교의 이진숙 총장, 한밭대학교의 최병욱 총장 등 양 대학의 관계자는 지난 2021년 후반기부터 ‘충남대-한밭대 통합’을 비공개 속에서 협의해 오다가 올해 1월부터 공개적인 일정으로 전환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충남대학교는 대학본부와 학생 간의 갈등 속에서 졸업생 등 내외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득 과정을 거치고 있고 한밭대학교는 교수, 직원 등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와 한밭대의 자체적인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진숙 총장이나 최병욱 총장 등 대학본부 측이 생각하지 못했던 반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임의적으로 설정했던 통합 논의의 업무협약(MOU) 시기인 3월을 넘겼다.

특히 충남대 총학생회가 지난 2월 18일 20시부터 22일 24시까지 진행한 학생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충남대 학생은 “통합 의사가 논의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에 대해 98.25%(4734명 중 4651명)로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이 결과 이후의 다른 설문조사가 없기 때문에 이 결과가 충남대 학생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본지는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온 충남대, 한밭대 등의 현장 취재와 정보공개 자료, 그리고 총학생회, 학생과 교수 모임, 총동문회 등에서 제시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충남대-한밭대 통합”이라는 연재를 기획했다.

최근 충남대와 한밭대의 내부 구성원 중 이진숙 총장과 최병욱 총장을 지지했던 교수들이 졸속 추진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중에서 현재 충남대학교 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모임’의 특성과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내부적으로 게재한 글을 현 시점에서 되짚어 보았다.<편집자 주>

- 졸속통합반대 교수 모임이란?

▶ 졸속통합반대 교수 모임(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 모임)의 활동은 지난 5월경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통합은 학교발전을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인식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는 통합 추진은 절대 반대”라는 인식 속에서 “통합의 추진은 숙고(deliber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학내민주주의가 구현된 공론의 장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현재까지 졸속통합반대 교수 모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내에서 활동을 보면 8개의 관련 글이 게재돼 있다.

여기에 게재된 내용을 보면 ▲통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1차 성명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근거한 기만적인 통합 추진(feat. 김종영 칼럼) ▲통합하면 연구비 총액이 크게 증가되는가▲자체혁신을 못한 것은 교수 탓이라는 책임전가(보직자의 망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인 김종영 칼럼에 대한 반론 ▲용역연구에 의해 통합의 타당성은 증명되었는지 검토합니다 ▲통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평가하고 그 의미를 살펴봅니다 ▲교수회 주관 설문조사에 대한 인문대 교수 66인의 입장 등이 있다.

다음 내용은 본지의 요청에 의해 위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 충남대·한밭대 통합 찬성론의 조건은?

▶ 충남대학교 이진숙 총장의 통합찬성론은 학령인구의 감소, 규모의 경제, 연구중심대학으로 요약된다. 국립대 간 통합의 당위성을 세 가지 키워드(위기-수단-목표)로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국립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통합이라는 주장은 꽤나 설득력을 갖는 논리처럼 보인다.

일종의 고정관념 또는 편견인데 여기에는 통합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간과되기 쉽다. 통합의 부작용(비용)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물적 토대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의 규모는 대학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데 이는 대학의 서열과 교육 및 연구의 성과는 튼튼한 재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2021년 기준)를 보면 서울대 5300만원, 연대 3600만원, 고대 3000만원, 성균관대 2700만원, 한양대 2300만원, 국립대 1500-2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립대의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이를 가속화시킬 뿐 작은 규모의 예산과 지리적 위치에 기인한다.

교수들이 나태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수도권집중화 현상과 특정대학에 집중되는 정부재정지원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대학의 서열은 돈의 서열’이다.

따라서 국립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해법은 간단하다. 대규모의 예산지원을 통해 교육 및 연구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된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대표되는 국립대 육성의 조건과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 일부 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거점국립대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저자인 김종영 교수는 거점국립대 1개교당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추가적인 지원을 하자고 제안한다.

우수한 학생을 유인하려면 연·고대 수준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영 교수는 더 나아가 국립대 간 통합을 통해 교수의 수가 늘어나면 학문단위(학과)의 연구력이 크게 향상되어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김종영 교수의 제언과 주장은 지난 대선운동 기간 동안 거점국립대 총장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각 대선캠프의 대학 관련 공약에도 일정 부분 반영되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이진숙 총장은 학내 간담회에서 충남대와 한밭대 간 통합 추진의 대표적인 근거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충남대가 위탁한 용역연구를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정책이 국립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하여 통합은 재정위기의 타개책이며 크게 증가된 사업비와 교수·학생정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자체혁신과 비교할 때 혁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요컨대, 이진숙 총장의 통합찬성론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논리를 추종하면서 통합의 편익(B)과 비용(C)을 비교 분석함에 있어서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국립대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의 재정지원을 추가적으로 해줄 수 있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대선공약과 구호만 난무할 뿐 구체화된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현 정부는 지방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대학 반도체, 디지털 관련 학과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지방대학시대’라는 공식적인 입장과 배치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9.6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서울대, 연대, 고대, 서강대 등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부의 권한이양, 통합지원금은?

▶ 기획재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3조 6000억원을 대학예산으로 추가 배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도교육감들의 강한 반대가 있고,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이 예산은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나눠 갖는 것이어서 그 혜택을 국립대가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교육부의 행·재정적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도 후속조치로서 법령과 계획이 정비되어야 하므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고 거점국립대 총장들 사이에서는 지자체의 평가역량 부족과 지역정치의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진숙 총장은 최대 500억원 규모의 통합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경제위기와 현 정부가 지향하는 긴축재정의 기조를 감안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교육부의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2022-2025년), 7.29자 새 정부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자료 등을 보면, 현 정부는 국립대 간 통합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과거 사례를 보면, 통합된 대학들은 총 200-400억원을 3-4년에 걸쳐 나눠 받았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통합을 추진할 때 제시된 당근책이었다.

설령 통합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통합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며, 통합의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나눠먹기라도 한다면 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보다는 한 끼의 푸짐한 식사에 그칠 것이다.

게다가 통합지원금은 부분적으로 자발적인 정원감축에 대한 보상금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며 일시적인 지원에 불과하다.

- 삼일회계법인 연구용역과 통합의 편익 대비 비용은?

▶ 통합의 편익은 과장된 것이며 냉혹한 현실을 무시한 낙관적인 전망에 의존하고 있다.

등록금수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대폭적인 정부재정지원이 없다면 교육 및 연구의 여건이 개선될 수 없기 때문에 우수한 입학자원을 확보할 수 없고, 연구중심대학도 요원하다.

규모가 커진 통합된 대학은 장기적으로 입학정원의 감축압력을 강하게 받게 되고 정원이 감축되면 등록금수입이 감소하고 신임교수의 채용도 어려워지게 된다.

대학원생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충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충남대는 현재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통합 이후 교수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오지 않던 대학원생이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등과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한 인재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은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및 연구여건의 질(quality)의 문제이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통합하면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현재 충남대와 한밭대가 받는 정부재정지원사업비의 합 외에 추가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와 한밭대는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의 직원 수(양교 합치면 1000명 내외)를 갖고 있고 통합 이후에도 이들의 신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학내기구와 학과의 축소에 따른 비용절감요인은 많지 않다.

또 정부재정지원사업비는 학교의 규모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학교별 안배와 경쟁유도를 위해 1개 학교가 받을 수 있는 사업비의 최대규모는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선정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대규모의 정부재정지원이 없다면 추가재원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게 된다.

한편 종합대학으로 전환한 후 한밭대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충남대와는 여전히 경쟁력에서 큰 격차가 난다.

두 대학 간 입학성적의 유의미한 차이로 인해 입학성적의 하락에 따른 대외적인 평판도의 저하가 예상된다.

학생들의 수준이 떨어지면 교육의 수준도 함께 떨어지며 우수한 신입생의 유치가 더욱 어려워지고 우수한 재학생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연구력의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

인재기반이 취약하고 튼튼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같은 대학 내의 학과 간 통합도 성공하기 힘든데, 연구역량, 교육의 질과 수준, 대학 문화, 역사와 전통이 아주 다른 두 대학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유사중복학과의 통·폐합, 캠퍼스별 특성화를 위한 공간 재배치, 학사조직의 개편, 급여체계의 조정, 직원인사관리체제의 재구축 등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갈등관리비용이 관리 불가능한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벌써부터 충남대생들과 한밭대생들은 통합문제를 놓고 크게 갈등하고 있다. 교수와 직원·조교, 동문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장래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결론적으로 이진숙 총장의 통합찬성론은 통합의 편익이 그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크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정책은 서울중심주의를 완화하기는커녕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덩치만 커진 통합된 대학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미래는 암울하다.

철저한 통합모델의 준비를 통해 구체적인 통합의 전략과 방향이 마련되고 이에 대한 구성원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진숙 총장은 준비과정은 소홀히 한 채 지역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플레이에만 골몰하고 있다.

통합이 학교발전을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는 졸속한 통합 추진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통합의 추진은 숙고(deliberation)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학내민주주의가 구현된 공론의 장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한밭대와의 통합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진숙 총장을 지켜 보면서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잠시 멈추고 차분한 마음으로 통합의 대외적인 여건, 시기, 상대교, 추진절차 등에 대해 재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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