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한 폭우! ‘기상재해 막대한 피해’ 

“매미 같은 수많은 태풍을 경험했지만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이런 사고는 초유의 사태입니다.”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HINNAMNOR)로 내린 폭우에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옮기려던 주민들이 다수 실종된 사건은 인근 하천의 물이 범람해 대거 유입되어 벌어진 대참사이다. 

사진: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해 8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후변화대응센터 사업 대상지를 공모해 전남 해남군을 선정했다.정부는 예타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해남군 삼산면 일원에 3㏊의 부지를 확보하고 총사업비 594억원을 투입해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기후변화대응센터는 농식품 분야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2026년 운영 시작이 목표다.기후변화대응센터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는 미세한 기상변화 대응, 농산물의 재배 적지 점검, 병충해의 효과적 방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재해 대비,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업으로의 이행 등을 위한 정책과 연구지원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진: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해 8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후변화대응센터 사업 대상지를 공모해 전남 해남군을 선정했다. 정부는 예타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해남군 삼산면 일원에 3㏊의 부지를 확보하고 총사업비 594억원을 투입해 기후변화대응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대응센터는 농식품 분야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2026년 운영 시작이 목표다.기후변화대응센터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는 미세한 기상변화 대응, 농산물의 재배 적지 점검, 병충해의 효과적 방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재해 대비,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업으로의 이행 등을 위한 정책과 연구지원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냉천(冷川)의 가장 하류 지역에 위치해 있어 포항에서 가장 낮은 지대에 속하며, 지하주차장과 해수면 높이가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조건에서 포항에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단 6시간 만에 280mm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더욱이 인덕동 지하주차장은 이 냉천과 직선거리로 약 80m, 남짓하여 도보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앞서 8월 수도권에 내린 집중 호우로 차량 1만여 대가 침수 피해를 본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힌남노 상륙 여파로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의 집중 폭우는 비단 한국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파키스탄은 최근 미중유의 폭우로 전국 160개 지역 중 72개 지역이 기후 피해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6월부터 3개월 가까이 지속된 폭우로 국토 3분의 1이 침수됐으며, 파키스탄 전체 인구 2억2천의 15%에 이르는 3천만 명이 홍수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구 7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누적 이재민만 570만 명에 달했다. 파키스탄은 1918년 이후 기록된 역사 속에서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 올해 파키스탄의 전국 강우량은 지난 30년 평균의 무려 3배에 달했다.

잠시 2년 전 우리 한국의 엄청난 치수 피해를 생생하게 소급하여 본다. 2020년 8월 8월은 전남 구례읍 장날이었다. 손님맞이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하던 장터를 덮친 건 파도 같은 강물이었다. 구례읍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겼다. 읍내 오일장 장터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물이 들이닥쳤다. 구례에서만 이재민 1,149명이 발생했고, 주택 711동, 상가 597동, 시설하우스 509동, 축사 49동이 훼손되거나 아예 못쓰게 됐다. 구례군이 공식 집계한 재산 피해액은 1,807억 원에 달했다.

수해는 구례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전북 남원, 경남 하동, 충남 금산, 충북 영동 등 5개도 17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이 8,000가구가 넘고, 전체 피해액은 무려 3,800억 원 이상이었다.

2002년 8월에는 ‘루사’(RUSA)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루사는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강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피해를 줬는데 사망·실종자는 246명 나왔고 이재민은 8만8천명 발생했다. 재산피해액은 5조1천419억 원으로 이는 역대 국내 영향 태풍 재산피해액 가운데 1위다. 루사 때문에 2002년 8월 31일 강릉에 870.5㎜ 비가 온 것은 우리나라 역대 일강수량 최고치 기록이다.

● 해수면 상승! ‘저지대가 위험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앞으로 한국의 저지대가 위험에 직면할 것은 불보 듯하다.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 해수면은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가속화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열팽창을 한 요인과 내륙 빙하와 해빙이 녹아 해양 용량이 커진 요인이 복합되어 발생한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은 2030년에 이르면 최대 11cm까지 상승하고 해수면 온도는 1.2°C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 8월 31일,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한반도 주변해역의 미래 전망에 대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유럽과 동아시아의 일부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 피해는 각국의 기반시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버텨내기에 얼마나 불충분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도시의 93%가 홍수, 폭염, 물 부족, 기반시설 훼손 등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위협을 받는 가운데, 2021년 전 세계 812개 도시 가운데 43%는 기후변화적응대책이 전무했다. 이들 도시에 속한 인구는 무려 4억 명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은 막대한 편익을 가져오지만, 기후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금부족’ 때문이다.

● 현대판 ‘뉴딜 치수(治水) 사업’ 

치수(治水) 사업은 국가적으로 물길을 다스리는 사업을 실시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치수는 핵심적 사업이었는데, 기본적으로 농사에 엄청나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은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다. 

너무 적으면 가뭄에 흉년이 들고, 너무 많으면 물이 넘쳐서 홍수라는 재해가 발생한다. 어느 쪽이든 백성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고대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왕들은 심혈을 기울여 치수 사업을 실시했다.

조선시대 영조의 치적으로 대대적 ‘수리사업(水利事業)’을 들 수 있다. 영조의 삼대 치적으로는 탕평·균역 외에 준천(濬川), 즉 청계천(淸溪川)을 준설한 것이 꼽힌다. 도성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을 오랫동안 방치하여 홍수 때 범람이 잦아 1760년에 ‘준천사(濬川司)’를 설립하여 대사역을 진행시켰다. 1773년 6월에는 개천의 양변을 돌로 쌓아 흙이 내려가지 않도록 하여 홍수에 만전을 기하였다. 

사진: 백두산에 내린 눈으로 바퀴가 잠긴 손수레 [웨이보 캡처]
사진: 백두산에 내린 눈으로 바퀴가 잠긴 손수레 [웨이보 캡처]

치수(治水)는 치국(治國)의 근본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사회·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 지난 오랜 시간의 정책 구도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너무 소홀히 다뤘다. 이제 한시라도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탄소배출을 저감목표로 삼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물 관리 사업을 더해 신경제 부흥의 혁신적 단초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치수사업은 다목적 댐 건설과 하천 제방 축조를 두 축으로 추진돼 왔다. 1970~80년대 활발했던 대규모 다목적 댐의 건설은 90년대 들어 사회·환경적 이유와 댐 후보지 고갈로 한계에 도달했다.

홍수 피해는 도시의 침수로 인한 피해와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로 나눠진다. 먼저, 도시의 침수는 하수도 용량 부족이 주요한 원인으로 도시에 내린 비가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한다. 현재 하수관로와 빗물 펌프장 개량 등 정비가 완료된 지역은 32%인 43개소로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빗물터널은 지하에 큰 터널을 설치해서 도심지의 빗물을 일시에 저류하였다가 호우가 끝나면 펌프장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배출하는 시설이다. 현재 135개소인 하수도 중점관리지역의 지정을 확대하여 빗물이 하수도를 통해 빠르게 하천으로 빠질 수 있도록 하수관로와 빗물 펌프장을 보강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하수관로를 상시 준설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두 번째, 하천 범람은 하천제방의 규모가 부족해서 하천의 물이 도시로 범람해서 발생하며, 현재 전국 하천의 본류는 20%, 지류는 53%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우리가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천유역 내의 모든 치수 방재수단을 연계하는 유역 종합 치수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하천 치수를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하천제방, 소형댐, 도시 내 배수시설 등의 안전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보수·보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홍수 경보시설을 확충하고 홍수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종합적인 수단을 강구해 하천유역의 치수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현재 3시간 전 예보를 6시간 전 예보로 훨씬 빠르게 하고, 75개 지점 대하천 위주의 예보에서 전국 218개 이상의 지점에 대해 촘촘하게 예보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치수시설물의 홍수방어 능력을 재평가하고 대폭 보강해야 한다. 제대로 유지·관리하지 않고 있는 노후제방이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기존 하천제방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정밀 진단과 보강 공사는 필수적이다.

홍수재해 경감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국책연구소 주도의 연구나 국가 연구사업의 추진이 필요하지만 현재 조직적인 연구투자가 전혀 없다. 이에 행정조직을 보강하고 홍수 피해를 줄이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필히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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