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실험 보다는 실전 모드에 초점이 맞춰져야

모든 경기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한국(이하 벤투호)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은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경기였음이 분명하다. 한국 축구는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11.20~12.18)일에서 세계적 강호, 남미 우루과이, 유럽 포르투갈, 아프리카 복명 가나와 한조(H조)에 묶여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이 이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경기력과 경기 결과 모두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코스타리카는 가상의 우루과이였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핵심 선수가 결장한 1.5군 성격이었다. 이에 더욱 벤투호의 경기 결과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정우영을 원볼란치로 하는 4-1-3-2 포메이션 카드로 코스타리카를 상대한 벤투호는, 여전히 빌드업 축구를 고수하며 양쪽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전술과 플레이 변화를 위한 반대 전환 크로스 패스 구사 등으로 공격력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변칙적으로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한 황희찬(26.울버 햄튼)은 오랜만에 활기찬 공격으로 측면을 지배하며 전반 28분 A매치 4번째 출장의 왼쪽 풀백 윤종규(24. FC 서울)와 합작 선제골을 만들어 내며, 경기의 주도권과 분위기를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코스타리카전 4-1-3-2 포메이션 카드는 물론 정우영의 원볼란치, 그리고 황희찬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 그리고 손흥민, 황의조 투톱 조합은 벤투호가 처음 선보인 변칙 전술이었다.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문제는 이 같은 전술이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었지만, 경기력에 비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데 큰 아쉬움이 있다. 벤투호 축구의 핵심은 공격 빌드업 하에서 양쪽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다. 이는 공격력을 배가시키며, 상대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코스타리카전에서와 같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전술이기도 하여 무조건적이 아닌 상황에 따라 구사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한편으로 이는 코스타리카 전과 마찬가지로 중원의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의 능력 발휘에 제한성을 가져다주며 골 결정력에 영향을 미쳐 구사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분명 벤투호에게 주어졌던 핵심은 코스타리카전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전에 초점을 맞춘 포메이션 선택과 더불어 선발 선수 기용과 전술, 전략 구사였을 뿐이다.

벤투호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드러낸 문제점은 명확하다. 그것은 '괴물' 김민재(26.나폴리)가 버티고 있음에도 원볼란치로 인한 수비 불안을 노출했고, 양쪽 풀백의 수비 전환 미흡으로 공간을 허용 상대 헤위손 베네테(18.선덜랜드)에게 동점골과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평가전의 목적은 장점을 더욱 향상시키고 약점을 개선하여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지만 카타르 FIFA월드컵 개최까지는 시간이 촉박하여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벤투호의 문제점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진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선택한 4-1-3-2 포메이션도 장점보다는 더욱 선명한 약점만을 드러내며, 후반 40분 가까스로 손흥민의 고감도 환상 프리킥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서 효율성과 효과성에 의구심이 없지 않다.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 선수 구성은 1.5군의 코스타리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레벨이다. 이에 코스타리카전 무승부가 한국 축구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카타르 FIFA월드컵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한번 되새겨 준 교훈적인 경기였을 뿐이다.

이제 카타르 FIFA월드컵을 앞두고 모의고사라는 명분의 국내 평가전은 27일 아프리카 카메룬과 단 한 경기만 남았다. 그래서 벤투호에게 더 이상 실험은 용납되지 않으며, 오직 포메이션 선택과 선수 기용 및 전술, 전략은 물론 플랜 B까지도 실전 모드에 모두 맞춰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역대 A대표팀 최상의 멤버 중 한 팀으로 손꼽히는 벤투호는 카타르 FIFA월드컵 무대에 서서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모든 것은 벤투 감독의 현명한 빌드업 축구에 달려있다. 그 현명함은 바로 선수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 내는 빌드업 축구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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