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 가능성 농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최악의 저성장 징후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이 겨울의 매서운 한파처럼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급감하고, 에너지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악 수준이다.

사진: 코스피가 23일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해 2,300선 아래로 내려갔다.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31포인트(1.81%) 내린 2,290.00에 장을 마쳤다.
사진: 코스피가 23일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해 2,300선 아래로 내려갔다.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31포인트(1.81%) 내린 2,290.00에 장을 마쳤다.

특히 미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에 따른 달러화 초강세는 선진국이나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자국 통화 약세로 연결되어 곧바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원유, 곡물 등 필수 원자재나 생필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그 충격 파장이 매우 크다.

한국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 22일 1400원대로 진입하면서 원화 가치의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의 상승은 전년 대비 5~6%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층 자극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대위기 국면에서 복합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진원지를 미국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 美國 연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2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올리며 올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앞서 연준은 올해 3월 16일 0.25%, 5월 4일 0.5%포인트, 6월 15일 0.75%포인트, 7월 27일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 나섰다.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5회 연속 인상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최초로 지난 3월 16일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지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연준은 올해 5번이나 금리를 인상하면서 매번 공통적 이유와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초래한 높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파생시킨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적극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기준)금리는 3~3.25%로, 연준은 올해 남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1.2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한국도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우려하여 연준의 금리인상과 동조적인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에만 5번의 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2022년 현재 8월 25일에는 2.5%, 7월 13일에는 2.25%, 5월 26일에는 1.75%, 4월 14일에는 1.50%, 1월 14일에는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7월 13일에는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래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은행도 이에 발 맞춰 다음 달 기준금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연말에 더욱 벌어진다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높은 금리를 쫓아 빠져나갈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여 수입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참조로, ‘베이비 스텝’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을, ‘빅스텝’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을, ‘자이언트스텝’은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 세계 각국! ‘금리인상 불가피’ 배경 

2022년 들어 세계 도처에서 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이에 맞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은행들의 금리도 연쇄적으로 오르게 되어 시중의 통화량이 이전보다 줄어들어 물가 급등세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토록 전 세계가 이토록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처한 것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며 최근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민감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21년 하반기부터 그 징조가 명확해지고 있었다. 

2021년 가을 들어서 팬데믹 동안 억제되었던 수요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공산품, 원자재, 에너지 공급망의 불균형 현상이 자명했다. 익히 알고 있는 사례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다.  에너지 가격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 겨울에 이미 치솟고 있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나라들이 석탄 대신 탄소를 덜 배출하는 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가스 수입을 늘리고 있었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펙플러스(OPEC+)와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가격만을 올려 부당 이익을 취하려 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따른 기상 이변 또한 생계비 급등도 한 원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염과 가뭄은 식품 가격 상승을 한층 부추겼다. 

● ‘우리 한국의 실상’ 대책마련 쉽지 않다

정부가 대기업 감세와 규제완화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고물가는 서민생활을 덮쳤다.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6.3%로 치솟았다. 8월 16일 관세청이 발표한 7월 무역수지는 48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사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 트레이더의 모습
사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 트레이더의 모습

설상가상으로 금리 인상에 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되자 집을 사려는 수요도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내 부동산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6%대를 돌파하는 등 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복합 경제 위기에 대응하려면 취약계층과 노동자 지원을 위한 충분한 재원이 필요한데, 윤석열 정부가 감세와 긴축 재정만을 천명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특히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대출 대환프로그램 실시  ▲자영업자 등 한계 채무자의 경제생활 위한 파산회생 제도 정비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확대 등 주거권 박탈 방지대책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 갱신거절 및 해지금지 등 정부는 신속하며 과감하게 선제적인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격정보 공개’를 강화해 소비자의 감시를 통한 물가안정을 유도해나가는 한편, 서민생활에 영향이 큰 농축수산물의 경우 유통단계 축소와 유통비용 절감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구조적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감시와 합리적 선택 역시 매우 중요한 만큼, 우리 모두가 물가안정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점진적인 지속적 해법으로는 산업전반의 혁신적 구조개혁을 통해서 잠재 성장률을 높여야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시적 기술 진보와 효율적 생산성 향상 및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실효적 제도를 필히 실천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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