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트럭 시위'에서 감사의 '커피 트럭' 받기까지 … 넥슨 '마비노기' 등도 재평가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카카오게임즈가 담당자 교체 등 강수를 냈음에도 유저들이 결국 '소송'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이에 비슷한 사례에 현명한 대처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린 넷마블 '페그오' 사례가 재주목받고 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리콜소송대표인단(단장 김성수, 대리인 이철우 변호사)은 23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의 권리실현 행동의 일환으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LKB의 신재연 파트너변호사, 김현권 파트너변호사, 양태영 변호사와 함께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환금을 청구하는 소송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했고, 국내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경주마를 의인화한 우마무스메(한국어로 직역하자면 말 아가씨)를 육성하는 게임이다.

최근까지 우마무스메를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서버의 이용자들에 비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게임 내 중요 이벤트 또는 변경사항에 대한 공지를 제때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게임 내 캐릭터들의 대화를 온전히 번역해내지 못하는 등의 운영미숙과 불통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자, 유저들은 실제 말과 동행하는 '마차시위'나 성명문을 내는 등으로 권리 보장을 요구해왔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유저들을 대표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용자 대표 김성수 씨(오른쪽)와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가운데)가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유저들을 대표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용자 대표 김성수 씨(오른쪽)와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가운데)가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최근 이용자들의 요구로 이루어진 우마무스메의 이용자와 카카오게임즈 간의 간담회에서, 사측이 (운영상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유료 재화를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취지로 발언 하거나, 책임자의 대부분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게임을 해보지도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유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결과로 이뤄졌다.

카카오게임즈의 조계현 대표가 "회사를 대표해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사과에 나섰으며, 21일에는 우마무스메 담당 본부장을 교체하고 '우마무스메 서비스 개선 TF'를 설치하며 게임 서비스의 개선을 예고했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계속 서비스를 하는 상황이어서 여러가지 개선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간담회에서 나왔던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이같은 내용을 공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며 "개선TF를 만들어 인력 면에서도, 서비스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유저들의 불만은 아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실제로 유저들이 체감할만한 개선점이 느껴지게 하기에는 멀어보인다는 것이 유저들의 분위기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리콜소송대표인단의 대리인이자 게임·엔터테인먼트 전문 이철우 변호사는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나 전자상거래법 등이 게임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것 또한 소송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 중 하나"라며 해당 소송 뿐 아니라 법 제도 개선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우마무스메:프리티 더비' 국내 유저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마무스메:프리티 더비' 국내 유저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하는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게임 운영사와 유저들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비슷한 사례인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 사태가 주목받고 있다.

페이트는 2015년 일본 딜라이트웍스(현재 라센글)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으로, '페이트'라는 대규모 팬덤을 갖고 있는 프렌차이즈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2017년 11월 21일, 넷마블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여러모로 우마무스메와 행보가 비슷한데, 상당한 규모의 팬덤을 갖고 있는 일본 게임을 국내에 들여왔다는 점, 그리고 상당한 뽑기(소위 '갓차')를 필요로 하는, 현금 지불이 이뤄지는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유저와의 대립으로 인해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로부터까지 주목을 받았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

특히 페그오 유저와의 대립은 '2021년 게임업계 연쇄파동'의 시발점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이번 우마무스메 사태와도 연결성을 가진다.

페그오 사태 역시 우마무스메 사태와 시작은 비슷했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2021 신년 켐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로그인 보너스 이벤트'에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고, 그동안의 운영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해 같은 달 '평점 하락 시위'에 이어 국내 게임업계 처음으로 벌어진 '트럭 시위'(우마무스메 사태의 '마차시위'도 트럭시위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로 이어졌다.

이 트럭시위는 3차까지 진행됐으며, 시위가 이뤄지는 중간 과정 동안 넷마블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종종 발표됐으나 대립은 여전했다.

그리고 같은 해 2월 6일, 넷마블과 페그오 유저들의 간담회가 이뤄졌다. 이 시점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왔는데, 넷마블 측 운영자는 페이트 IP(지적재산권)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느가 하면, 해당 게임의 부서 인원조차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간담회 내용 대부분이 "앞으로 잘하겠으니 한번만 믿어 달라"는 내용으로 일관했을 뿐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페그오 유저들이 넷마블 페그오 운영진들에게 보낸 커피 트럭. (사진=넷마블)
페그오 유저들이 넷마블 페그오 운영진들에게 보낸 커피 트럭. (사진=넷마블)

하지만 이후 우마무스메 사태와 다른 길을 긷기 시작했다. 사실 페그오 간담회 때도 넷마블 측이 시작할 때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시작했고, 끝날 때는 90도 인사를 했다는 점, 그리고 실무를 담당한 사업부장은 복구 및 DB와 관련해서 최종적인 통계 수치를 직접 제시하는 등, 성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2월 9일, 넷마블 페그오 운영진들이 '서비스 개선 계획 발표'를 하면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넷마블은 연간 업데이트 로드맵을 공개하고, 운영자 노트를 통해 개선 일정을 밝히고, 이벤트를 성의있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넷마블은 어느 정도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고, 2022년 9월에는 유저들로부터 이번에는 항의의 의미가 아닌 감사의 의미를 담은 커피 트럭을 받기에 이르렀다. 시작이야 어쨌든 '해피엔딩'이었다.

페그오 유저들이 보낸 커피 트럭과 페그오 유저 대표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은 넷마블 한지훈 그룹장(왼쪽). (사진=넷마블)
페그오 유저들이 보낸 커피 트럭과 페그오 유저 대표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은 넷마블 한지훈 그룹장(왼쪽). (사진=넷마블)

페그오 사태는 여러모로 국내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이 사태 이후 다른 게임 유저들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시위를 벌이는 경우가 생겼다. 넷마블 뿐 아니라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시프트업 등이 유저들의 트럭 시위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 중 '해피엔딩'을 맞은 게임은 위 페그오와 넥슨 '마비노기' 정도다.

참고로 마비노기의 경우 운영에 대한 불만으로 2021년 3월 트럭시위가 벌어졌고, 간담회에서도 넥슨과 유저들의 대립이 커지면서 유저들이 타 게임으로 대거 이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간담회에서 지적됐던 문제점 400개를 추려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음을 공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비슷한 토론광장을 신설, 건의사항에 대해 매달 답변하고 게임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SNS에서 마비노기 유저들이 소위 '영업글'(소비자가 나서서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자발적으로 올리는 등 관계 개선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넥슨 민경훈 디렉터가 6월 25일 열린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넥슨)
넥슨 민경훈 디렉터가 6월 25일 열린 '마비노기 판타스틱 데이'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넥슨)

게임업계 관계자는 "페그오와 마비노기 사례를 보면 유저들은 게임사에 적대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게임에 애정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유저 친화적인 운영으로 돌아선다면 얼마든지 다시 애정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카카오게임즈도 유저 친화적 운영을 하려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세를 바꿔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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