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공판에서 회계사법 위반 혐의 정황 담긴 이메일 혐의점 짚어
어피니티 측 "일부 이메일의 문구를 왜곡 및 오역" 반박

[서울=뉴스프리존]김성우 기자=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간 풋옵션 분쟁 이면에 안진회계법인의 부정이 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나왔다.

2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관계자 2명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절차가 진행됐다. 이날 공판의 쟁점은 안진 회계사들이 마치 자신들이 직접 가치평가를 한 것처럼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회계사법 위반 혐의 정황이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를 토대로 이들의 혐의점을 자세히 짚은 후 1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메일 증거자료에는 어피니티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 값을 높이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담겼다. 어피니티는 안진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은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현재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1년 전 가격으로 자신의 집을 매수해달라는 것과 같다"며 "이메일 증거를 보면 안진 회계사들이 얼마나 계산기처럼 답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최종 풋옵션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어피니티는 안진 회계사에 평가방법 별 풋옵션 가격을 적어주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가치평가를 주도한 점도 드러났다.

어피니티 측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이메일을 보내고, 이에 안진 회계사들은 어피니티 측에 '컨펌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전문가로서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닌 고객 지시에 따라 단순 계산기 역할만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해당 수행기준의 상호 이해 대상은 용역 범위가 어떻게 되며, 그 가치평가 용역을 통해서 어떤 보고서가 산출되는지 등에 관한 것"이라며 "이해 기준에는 끊임없이 주고받은 이메일과 평가방법과 인자, 최종 단가를 협의하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 사옥.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 사옥. (사진=교보생명)

이에 대해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안진에 특정 평가방법과 관련된 지시를 내린 것처럼 묘사한 검사의 주장은 일부 이메일의 문구를 왜곡 및 오역한 것"이라며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한 평가방법만을 채택했다는 검사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계약상 신창재 회장 측과 FI 측 평가 가격이 10% 이상 차이 날 경우 제3의 평가기관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따라서 이들이 특정한 가격을 도출하기 위해 공모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검찰은 지난 14일 3차 공판에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공모 정황이 담긴 이메일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회계사회 판단을 주도한 한 심의위원에 조사 공정성에 대해 물었지만 증인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신창재 회장 측, 재판부 판단 변화 가능성 기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측은 1심 무죄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회계사회의 '조치 없음' 결론 도출 과정에 문제가 발견된 만큼 향후 재판부 판단 변화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투자자들과 회계사들 간의 업무 협의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 협의로 볼 수 있다며 ‘조치 없음’을 내린 한공회 판단이나 이를 그대로 원용한 1심 판결 모두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심 판결에도 변화를 촉구했다. 평가결과를 더 부풀릴 수 있었지만 최대치까지 부풀리지 않았으므로 투자자들이 평가방법, 인자, 최종가격 등을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부 논리에 대해 "100억 원을 편취할 수 있었는데 50억 원만 했다고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과 회계사들은 초기부터 소송에 대비해서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평가자와 의뢰인 간 업무회의는 최초 평가의 방향성 논의부터 최종보고서 내용까지 전 과정에 걸쳐 많을수록 좋다는 1심 논리도 지적했다. 검사 측은 "이 사건의 평가 방법이나 인자, 최종 가격 등에 대해서 나눈 업무 협의도 통상의 것이라고 인정할 경우 과연 공인회계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제시한 40만 9000원은 시장의 예상 시장 가격의 평균 추정 가격의 2배 이상으로 투자자들은 정상 가격에 비해서 1조 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얻게 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길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항소심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 간 풋옵션 공방의 일환이다. 어피너티 등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24%)을 매입하며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받았다. 이후 2018년 10월 어피너티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산출된 풋가격은 매입원가의 2배 수준인 40만 9000원이다.

하지만 신창재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어피너티와 공모해 가치평가보고서에 명시된 주당 가격을 부풀렸다는 논리로 풋옵션 이행을 거절했다. 이에 2019년 어피너티 측에서 신 회장의 풋옵션 불이행과 관련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을 신청하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은 시작됐다.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은 오는 11월 23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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