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험난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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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험난한 ‘한일관계’  
  • 蘇晶炫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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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상 최악 지지율 ‘외교성과’ 전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지난 9월 27일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국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국장에는 일본 정·재계 인사 약 3,600명과 해외 218개 국가·지역·국제기구 인사 700여 명 등 총 4,300명이 참석했다. 이번 일본의 국장은 전 세계 동맹국 지도자를 한자리에 끌어 모은 것이다. 

한덕수 총리(오른쪽)가 27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열린 도쿄 부도칸에서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2.09.27
한덕수 총리(오른쪽)가 27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열린 도쿄 부도칸에서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2.09.27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마무리 된지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지구 반대편 일본에는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시하며 미국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등이 대거 합류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직 총리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진 사례는 이전 단 한번 뿐이다. 일본이 패전 후 주권을 회복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2년)을 체결한 요시다 시게루(1878∼1967) 별세 때다. 일본에서 이번 아베의 국장은 그의 위상이 절대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공격적인 재정 확대와 엔저 정책으로 일본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과거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후퇴시켰고,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 증강정책을 거세게 밀어붙인 우익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아베의 국장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아베의 그림자를 벗어나 본격 리더십을 과연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론적 시각이 존재한다. 기시다 총리는 국장을 치러 활력 있는 지도력을 과시하려 했으나 일본 야당은 물론 자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면서 그의 리더십은 심히 손상되었다는 것이 대략적 평가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만큼이나 최악의 수준에서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약식 한일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성과는 애당초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지난 9월 1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9%로 집계됐다.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9월 20~22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의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겨우 28% 수준이었다. 

이처럼, 한일 양국 정상의 총지지율을 합산하여도 불과 60%미만인데,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외교적 성과인들 아예 기대할 수 없는 대내외적 환경에 봉착했던 것이다.

● 형식적인 만남은 ‘이젠 피해야’ 

지난 9월 22일, 한일 정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마주 앉았다.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자,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일 회담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을 방문해 30분가량 의제를 미리 설정하지 않은 약식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회담이 열린 건물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마련된 유엔인구기금 빌딩에서 대면 회담이 성사되었지만, 회담 영상도 없이 사진만 공개됐고, 의장기와 탁상기도 없이 너무 왜소하게 치러진 것이다. 

여기에서 금번 한일 정상 회동에 한국은 ‘약식회담’ 일본은 ‘간담’이라고 규정한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만큼 마지못해 성사된 회동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는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한국은 이전 정부에서도 “최소한 형식을 갖춘 정상회담,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양국 정상이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우리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으며,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대화에 속도를 높일 것을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한국 여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빈손 비굴 외교라며 국격이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은 약식회담일지언정 소기의 성과는커녕 어떤 결과 하나 명료하게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 한일 양국간 햇볕 포용정책 ‘필히 모색’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재단 해산 문제로 꼬이기 시작한 한일관계는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도발로 촉발되어 한일 간 각종 갈등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진: 악수하는 한일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사진: 악수하는 한일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특히,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일본기업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된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무조건 한국 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일방적 태도를 고수하면, 윤대통령 재임기간에도 한일 관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한일 국민감정의 골도 깊어져 정치적으로 민감한 역사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기가 절대 쉽지 않다.

일본과의 문화개방의 역사적 서막을 연 故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그 대상이 북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에까지 범주를 확장시킨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포용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로부터의 협력이 필수이며, 미국과 공조는 물론 일본으로부터의 협조 역시 필수 요소로 간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했다.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전진할 때 과거사 문제도 온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거는 전임 정부와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중국 개방화의 물꼬를 튼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인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抓老鼠 就是好猫)’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은 양국의 정치이념은 고수하되 문화‧경제정책만큼은 필히 진척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과 공조는 필수적이다. 당장 북핵문제가 그렇지만, 양국 경제관계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2019년 7월 1일 촉발된 경제보복조치로 인해 한일관계는 과연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일본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고 한국 기업들은 기술자립도와 수입다변화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한일 양국의 신뢰회복의 단초는 쌍방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 복원이다. 현재의 대립 분위기를 대화의 분위기로 일신시키려는 담대한 노력이 상호 필요하다. 일방의 입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필히 관철될 수는 없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모두 국내에서 반발이 있겠지만 이를 설득하고 중장기적으로 상생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한일 양국은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함께 번영하는 지역별 협력 네트워크 구축 ▲경제안보 및 과학기술 외교 ▲북한 비핵화 추진 세부 이행계획 등에 공조하고 협력하는 대승적 외교를 견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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