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최고 서예가 60인 초서 120점 전시
‘선 너머 선’ 주제로 백악미술관에서 10월 5일까지  열려

'소헌 정도준 선생 작' 지킴이 있으니 곤궁해도 태평하고 근심이 없으니 험난해도 편안하네. (사진= 노익희 기자)
'소헌 정도준 선생 작' 지킴이 있으니 곤궁해도 태평하고 근심이 없으니 험난해도 편안하네. (사진= 노익희 기자)

[서울=뉴스프리존] 노익희 기자=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대표 서예가들의 작품 120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중 초서명가60인전'이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중 양국 초서의 달인들이 ‘線外線(선 너머 선)’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선뵈는 이번 전시회는 주한중국대사관과 한중문화교류협회가 함께 주최하고 한·중 초서명가60인전 조직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과 중국의 서예가들 중에서 초서로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60인이 세대별로 엄선됐다. 각 국 30인의 작가들이 1인당 2점씩 출품해 총 120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로 오는 10월 5일까지 열린다.

중국 '왕동링 선생 작'(사진=한·중 초서명가60인전 위원회 제공)
중국 '왕동링 선생 작'(사진=한·중 초서명가60인전 위원회 제공)

서예는 한·중 양국의 수교 이후 문화계에서 가장 많은 교류를 해왔던 예술분야로 이번 ‘한·중 초서명가60인전’은 30여 년간 한국과 중국 서예가들이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역사적인 성과의 뜻깊은 자리다. 

특히 현대 서예계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양국의 작가들이 초서라는 미려하고 활달한 서체의 작품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적 경지와 오랜 시간 연마해 온 양국 서예가들의 높은 기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죽림묵치 정웅표 선생 작' 이천년 이전이라 저 밝은 달은 함께 이 구리자를 입증해주네 아득하고 아득한 숭양의 꿈은 청안이라 만리의 나그네로세 묻노라 가을 달의 이 한 자리는 설눈의 저녁과 어떨는지요 연운이라 지나간 지경을 찾고 설니라 옛 자취를 더듬어보네 당랑거철 스스로 요량 못한것 죽가는 본래부터 바뀜 없나니 문자의 상서빛을 일으켜 노니온 방안에 허백이 생겨나누나 산해의 높깊음을 두들겨보니 티끌 세상 좁다는 걸 깨닫겠구료 천상이라 주안의 화로를 보소 강과 유는 각기 다 스스로 맞네 그댄 부디 구산을 갉아버리소 열선은 산과 늪에 있는 거라네..(사진= 노익희 기자)
'죽림묵치 정웅표 선생 작' 이천년 이전이라 저 밝은 달은 함께 이 구리자를 입증해주네 아득하고 아득한 숭양의 꿈은 청안이라 만리의 나그네로세 묻노라 가을 달의 이 한 자리는 설눈의 저녁과 어떨는지요 연운이라 지나간 지경을 찾고 설니라 옛 자취를 더듬어보네 당랑거철 스스로 요량 못한것 죽가는 본래부터 바뀜 없나니 문자의 상서빛을 일으켜 노니온 방안에 허백이 생겨나누나 산해의 높깊음을 두들겨보니 티끌 세상 좁다는 걸 깨닫겠구료 천상이라 주안의 화로를 보소 강과 유는 각기 다 스스로 맞네 그댄 부디 구산을 갉아버리소 열선은 산과 늪에 있는 거라네..(사진= 노익희 기자)

‘초서’는 너무 날려 써서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서예의 꽃은 초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서가 갖고 있는 예술성은 필설로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 평해지기도 한다. 

축약되고 절제된 획과 조형, 쉼 없이 움직이는 붓을 통해 획은 다 했어도 의경(意境)은 요원하게 이어지는 듯한 아득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초서여서 전문 서예가라 하더라도 예술성 높은 서체인 초서를 구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그중에서도 초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를 엄선해서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다시 모이기 힘든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유한 작가들의 조합”이라며 “서예 애호가 뿐 아니라 동양문화의 정수를 보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반향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중국 '치우전중 선생 작'(사진=한·중 초서명가60인전 위원회 제공)
중국 '치우전중 선생 작'(사진=한·중 초서명가60인전 위원회 제공)

위원회의 임종현 위원장은 “이번 전시에 출품한 양국의 60인은 고전을 완벽히 흡수하되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다양한 작가들로 양국 최고의 서예가들”이라 언급했다.

또 “한국과 중국의 수준 높은 서예가들의 초서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명철한 정신과 차가운 미학적 고뇌가 화선지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보면서 그들의 정신세계와 미의식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그동안 한·중간의 수많은 서예 교류가 양국의 서예 발전에 도움을 줬듯이 이번 전시회도 양국이 서예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주 고범도 선생 작' 집은 푸른시내 언저리에 가까워 저녁이면 시내의 바람이 거세네 숲에선 사람 만나지 못했는데 논엔 해오라기 그림자 서 있구나 때는 석양을 향하는데 홀로 청산 밖을 거니네 매미 늦도록 무수히 울어대고 건너편 나무에선 맑은 바람소리 날리네 소나무 뿌리 위에서 독서하니 책속에 솔방울 떨어지네 지팡이 짚고 길 나서니 반쯤 봉우리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네..(사진= 노익희 기자)
'탄주 고범도 선생 작' 집은 푸른시내 언저리에 가까워 저녁이면 시내의 바람이 거세네 숲에선 사람 만나지 못했는데 논엔 해오라기 그림자 서 있구나 때는 석양을 향하는데 홀로 청산 밖을 거니네 매미 늦도록 무수히 울어대고 건너편 나무에선 맑은 바람소리 날리네 소나무 뿌리 위에서 독서하니 책속에 솔방울 떨어지네 지팡이 짚고 길 나서니 반쯤 봉우리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네..(사진= 노익희 기자)

한편 60인전에는 소헌 정도준, 초정 권창륜, 죽림·묵치 정웅표, 탄주 고범도, 송민 이주형, 시몽 황석봉, 토민 전진원, 한천 양상철, 수중 이종훈, 중재 진승환, 이촌 김재봉, 관촌 박태평, 밀물 최민렬, 국당 조성주 작가 등이 참여했다.

또한 유재 임종현, 마하 선주선, 성재 황방연, 한얼 이종선, 삼석 김병기, 무산 허회태, 일강 전병택, 동우 최돈상, 효산 손창락, 청운 김영배, 오재 김건표, 죽림 김영선, 신산 김성덕, 몽무 최재석, 상백 신현경, 강솔 이완 등의 작가도 함께 참여해 총 30인의 국내 작가를 이룬다.

한·중 초서명가60인전 조직위원회 위원장 '유재 임종현 선생'(오른쪽)과 집행위원장 '최재석 박사' 가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노익희 기자)
한·중 초서명가60인전 조직위원회 위원장 '유재 임종현 선생'(오른쪽)과 집행위원장 '최재석 박사' 가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노익희 기자)

중국 작가로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1회 그랑프리 수상 작가인 왕동링(王冬齡) 외에 치우전중(邱振中), 후캉메이(胡抗美), 양타오(楊濤), 천원밍(陳文明), 천하이량(陳海良) 등의 서예가 30명이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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