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박진영 기자=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장남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 회장이 국내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 지분을 모두 털어냄에 따라 한국 롯데와 롯데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달 26일, 롯데지주 우선주 3만 4962주를 모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이날 종가(1주당 4만 7200원) 기준으로 약 16억 5000만 원이다. 신 회장은 지난 해 12월 부터 롯데지주 보통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판매해 왔다.

이에 따라 신동주 회장의 롯데그룹 상장사 보유 지분은 0%이 됐으며, 비상장사인 롯데건설 0.38%, 롯데캐피탈 0.53% 등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신동주 회장의 행보에 대해 세간에서는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드디어 끝이 났다고 보는 분위기다. 신동주 회장은 2015년 1월 롯데그룹 모든 보직에서 전격 해임된 이후 신동주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분쟁이 시작된 이후 신동주 회장은 주주총회(주총)를 6차례 열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제출하고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지만, 결국 실패의 쓴 맛을 봤다.

지난해 6월 박근혜 전(前) 대통령 정부 당시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롯데그룹 브랜드 가치·평판·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것에 책임을 물어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나마 올해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자에 신동빈 회장이 오르면서 명분이 크게 줄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그룹)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그룹)

이번 지분 정리 결과를 보면, 비상장사는 롯데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롯데그룹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롯데지주의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는 점에서 '형제의 난'이 종식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무리가 없어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신 회장 지분 정리가 상속세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실제로 SDJ코퍼레이션 측은 몇몇 언론을 통해 "경영권과 관련 없는 주식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롯데쇼핑 주식 19만9563주, 롯데칠성 주식 2만6020주를 전량 매각해 총 200억 원, 롯데지주 보통주 93만3029주와 롯데제과 주식 7만1852주도 차례로 매각해 총 370억 원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롯데그룹, 연합뉴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롯데그룹, 연합뉴스)

다만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의 지배력은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씨가 남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주 회장은 일본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50.2%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39.03%를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의 핵심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이고,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호텔롯데의 대주주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즉,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의 상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광윤사의 지분 점유율이 떨어지고, 일본 롯데의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은 옅어지게 된다. 호텔롯데는 그동안 꾸준히 상장을 추진해 왔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호텔업종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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