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갤러리 5~25일 ‘김응원, 류민자, 하태임’전
난법(蘭法)의 필법 ... 혈맥으로 이어진 화맥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류민자(80) 작가와 요즘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하태임 작가는 모녀지간이다. 게다가 류민자의 외증조부가 조선후기 묵란(墨蘭)으로 유명한 소호 김응원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하태임에게는 외고조부가 되는 셈이다. 혈맥으로 이어진 화맥(畵脈)이라 할 수 있다.

나마갤러리서 5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만나다-일맥상통(一脈相通)-소호 김응원, 류민자, 하태임 가족전’은 이같은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리다.

하태임 'Un Passage No.214116' 

예부터 난초 그리는 법은 서예에 가까우니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있은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조선후기 소호 김응원은 글씨에 뛰어나 행서와 예서를 특히 잘 썼으며, 묵란(墨蘭)을 전문으로 그렸다. 그의 난법(蘭法)은 추사의 기품있는 필선을 잇고 있다. 활달한 필세는 흥선 대원군의 석파란과 견주어 소호란이라 불릴정도였다.

김응원 '괴석묵란도 10곡병'
김응원 '괴석묵란도 10곡병'

동양화를 전공한 류민자 작가는 여러 형태의 다채로운 굵고 짧은 선들을 조합하여 꽃을 만들고 줄기를 그린다. 소호란의 힘찬 필선을 엿볼 수 있다. 마을, 사람, 나무 등 다양한 주제를 섭렵한 채색화 작가지만 유난히 꽃으로 소재로 한 그림이 많고, 밝고 화사한 여러 색채를 조합하여 빛를 버무려내고 있다. 미술평론가 조은정은 “전통 화조화(花鳥畵)의 화목이 된 적이 없는 버섯, 고사리, 개망초 같은 하잘것 없는 식물들이 출현하는 그의 화면은 화사한 색조의 대비와 함께 생에 대한 환희를 불러일으킨다. 하잘것없는 것들의 귀환, 민화가 주는 생의 찬미를 그의 빛나는 화면에서 만난다”고 평했다.

류민자 '시간 속으로'
류민자 '시간 속으로'

하태임은 붓을 든 팔을 회전시키며 아름다운 칼라밴드를 그려낸다. 마치 그녀의 오랜 선조 할아버지가 난을 치듯 하태임 칼라 밴드는 선으로부터 면이 나타나고, 가늘고 엷은 면이 중첩되어 아름다운 색이 조화로운 형체가 된다. 하태임은 힘 조절을 위하여 캔버스를 뉘어놓고 작업한다. 팔을 휘젓는 거리만큼이 그의 칼러밴드 영역이다. 바닥에 놓인 평면에 팔을 이용하여 형태를 부리는 것은 동양화의 방식이다.

서양화가 하태임에게서 김응원의 여백의 선과 류민자의 찬란한 색채의 견고한 선들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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