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반도체 메모리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한진만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메모리 감산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며 "다만 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이나 과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한진만 부사장(왼쪽 첫번째) 등 경영진이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한진만 부사장(왼쪽 첫번째) 등 경영진이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발표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 최근 반도체 업계의 감산이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반도체 산업은 일단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중간에 생산량을 줄이는 게 손해이므로 예측을 통해 생산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마이크론은 지난 달 29일, 기존 공장 생산량을 줄이고 장비 구매 예산도 삭감해 2023 회계연도 설비투자를 50% 축소하고, 연말연초 가동률을 5%가량 감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7∼9월 예상 매출을 42억 5000만 달러(약 6조 860억 원)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매출 6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낸드 시장 점유율 2위권의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도 반도체 생산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삼성전자가 타격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최도연 연구위원은 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주문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3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대비 0.1% 늘어난 77조 30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9.9% 하락한 11조 3000억 원"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12조 1000억 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사업부별 영업이익 추정치 중 반도체는 전분기대비 39.8% 하락한 6조 원을 전망했다. 최 연구위원은 "세트 수요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른데 반도체 주문 속도는 더 빠르다. 재고 부담에 의한 주문 축소 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해석된다"며 "약 3년간 지속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역사상 최대 수준의 재고 부담을 발생시켰다. 상승 사이클이 길었던 만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망에도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은 그동안 감산 없이도 위기를 잘 넘겨 왔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1996년 이후 반도체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감산에 나선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 공장이 생산라인을 축소 운영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세로 도시 자체에 봉쇄령이 내려진 탓이었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11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을 때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고, 대신 공정 효율화 작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을 써왔다.

한편 삼성전자는 1993년부터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매출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70%, SK하이닉스가 28.60%, 마이크론이 22.80%를 기록했으며, 낸드 점유율도 삼성전자가 33.90%로 1위, 키옥시아가 18.90%로 2위, 웨스턴디지털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3.90%와 13.20%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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