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모태은기자]버린 만큼 비용을 부담하자는 의미로 종량제가 도입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무단투기를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서울 관악구 신원동의 한 전봇대 아래 버려진 일반쓰레기 종량제봉투(10L)에서 음식물과 재활용쓰레기가 함께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폐기물 수거 구역도 아닌데 너도나도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무단투기보안관은 누가 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쓰레기를 샅샅이 뒤졌지만 투기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과 택배 송장은 없었다. 영수증은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조각났고 택배 송장은 주소와 이름 부분만 제거된 상태였다.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 일반 비닐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던지고 가거나, 차까지 몰고와 쓰레기를 버렸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감시카메라를 의식하면서도 쓰레기를 버리고선 유유히 사라진다. 집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정해진 장소에 둬야한다. “영수증이나 공과금 고지서, 택배 송장을 고의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아무리 무단 투기 쓰레기를 발견하더라도 과태료를 매길 수 없다”며 “양심만 떼고 버리는 쓰레기는 (단속해도)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대형봉투에 일반 쓰례기와 음식물등을 넣고 버린 봉투 ⓒ뉴스프리존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관악구청 무단투기 대응팀과 함께 직접 실태를 살펴봤다.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봉투에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들어있기도 하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 경우도 마찬가지, 원칙을 지킨 듯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먹다 남은 음식물이 가득하다. 이날 2시간 동안 신원동 일원에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배출 규정을 지키지 않은 봉투 10여개를 발견했다. 그러나 단 한 건도 무단 투기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감자 껍질과 두부 등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한 검은 비닐 봉투에는 버린 사람을 특정할 증거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음식물용 봉투를 구매하고 분리수거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버린 것인데, 모두 10만원 이상의 과태료에 해당하는 무단투기이다. 무단투기보안관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예 추적할 수 있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쓰레기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는 2012년까지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과 재활용 증가 등 19조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냈지만, 무단투기로 적발되는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등 부작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18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속한 쓰레기 무단투기는 총 2474건이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1419건에 대해 1억9540만원의 과태료 부과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단속 건수(1920)는 28.9%, 과태료 부과(1162)는 22.1% 증가했다. ‘쓰레기 정류장’으로 불리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은 257곳에서 165곳으로 35.8% 감소했다.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가격을 올려 음식물 등의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방법도 매번 거론되지만, 가격 인상 부담이 오히려 이용률 감소로 이어질거란 우려에 현실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구는 활발한 단속과 더불어 쓰레기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로 시민 생활습관 개선에도 나섰다. 단속 강화가 ‘채찍’이라면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는 주민 인식을 바꾸는 ‘당근’인 셈이다. 올해부터 수거 횟수는 주 3회에서 토요일을 제외한 주 6회로 늘어났다. 구는 마을버스와 지정 게시대 등에 무단투기 근절 안내하는 홍보 현수막을 붙이고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동별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배출 시간(오후 6시∼자정)을 지키지 않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무단투기 쓰레기도 여전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시민들의 의식변화이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기보다 공동체를 생각할 줄아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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