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동반자(同伴者)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던 제 아내 정타원(正陀圓)이, 새로 입주하신 요양사가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하고, 삼시 세끼 식사를 균형 있게 해 주신 덕분인지, 그리고 미국 뉴욕에 사는 큰 딸애가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엄마를 보러 12월에 귀국한다고 해서인지, 요즘 약간의 차도를 보여서 여간 기쁜 게 아닙니다.

아내가 무엇인가요?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가요? 그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단어는 <여보(如寶>입니다. ‘여보’는 원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가지고 있다는 일곱 가지의 보배의 하나이지요. 전륜성왕은 지상을 무력이 아닌 정법(正法)으로 전 세계를 통치하며 황제에게 요구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불교 설화에 나오는 왕입니다.

그 ‘여보’가 기력을 회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명한 여류 소설가 신달자 씨가 어느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대담을 나누던 중에 진행자가 남편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9년 동안 시어머님의 병간호를 극진하게 해드렸고, 20년을 넘게 남편의 병 수발을 불평 없이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고맙다는 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에 비가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나! 여보 비 좀 봐요! 당신이 좋아하는 비가 오고 있네요.”라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남편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말없이 묵묵했던 남편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 졌습니다.

텅 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 채 우두커니 고독을 바라보며, “남편이란 존재는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가 아닐까요?” 라는 고백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어느 가정에 무뚝뚝하고 무척 고집이 센 남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예쁘고 착하고 애교가 많았기 때문에, 아내의 상냥스러운 말과 행동이 남편의 권위적인 고집불통과 무뚝뚝한 불친절을 가려주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퇴근하는 길에 가게에 들러 두부 좀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이 남자가 궁상맞게 그런 봉지를 들고 다니냐 고 하면서 벌컥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아내가 직접 가게에 가서 두부를 사 오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유품을 바라보다 검은 봉지에 담겨 으깨진 두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 슬픔과 후회가 동시에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의사가 사망 사실을 확인해 주며, 덮여 있는 흰 천을 벗기자 아내의 예쁘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는데, 뜨거운 눈물이 꺼 억 꺼 억 소리를 내며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다 보니, 남편은 그만 아내를 부르며 울부짖고 말았습니다.

슬픔이 가라앉자 남편은 난생처음으로 아내의 차디찬 손을 붙잡고, 생전에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했습니다. “여보! 정말 미안해요. 나 때문에 당신을 먼저 가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이 무뚝뚝한 아내가 되고 내가 상냥한 남편이 되어 그때는 내가 당신을 왕비처럼 잘 모실 게요.”

그날 이후 남편은 어느 식당을 가든지 두부 음식은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안 맞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리고 가끔 잔소리하고, 이따금 씩 화를 내서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옆에 있어 준다면 그것만 이라도 그 가정은 행복한 가정 그 자체가 아닐까요?

아름다운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 위하여, 누가 먼저가 아닌 서로서로 먼저 이 말을 꼭 전해주면 어떨까요? “당신이 옆에 있어 주셔서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옆에 있을 때 잘해 주는 배려를 항상 베풀어 줌으로, 남은 생애(生涯)를 사랑의 손을 굳게 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날마다 행복과 축복이 풍성히 넘치는 인생의 동반자 ‘여보’와 사랑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정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합니다.

원불교의 <대한 종사 법어>에 『부부의 도』 법문이 있습니다.

첫째, 서로 오래 갈수록 공경심을 놓지 말 것이요,

둘째, 서로 가까운 두 사이부터 신용을 잃지 말 것이요,

셋째, 서로 근검하여 자력을 세워 놓을 것이니 라.

어떻습니까? 아내는 보물과 같다는 뜻의 <여보如寶>가 아니라, 진짜 보물, <진보(眞寶)>가 아닌가요? 오늘날 우리가 평생을 해로(偕老)하며 살 만큼 살았습니다. 반평생을 바보처럼, 사람이 좋아 무조건 베풀며, 세상이 좁다 하고 뛰어다니던 저를 믿고, 묵묵히 인내하며 살아온 저의 아내, 그 <여보>가 회생(回生)하여 두 손 꼭 잡고 한날한시에 떠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아내 덕분에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생에 못다 한 아내, 그 ‘여보’와 영생토록 '여보’로 살고 싶다고 하면,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일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0월 1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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