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개치보 설치 후 용수공급 부족
환경단체 "생물다양성 후퇴, 생태계 변화...폐쇄해야"

[경남=뉴스프리존] 허정태 기자=친환경 재생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소수력발전소가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생태계 변화까지 초래한다면 친환경 전력생산시설로 볼 수 있을까.

물의 위치에너지인 낙차를 이용해 소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가 들어선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엄천강 개치보는 적어도 친환경 전력생산시설이 아니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엄천강 개치보 소수력발전소는 2015년 설치된 뒤 당초 산청군에서 직영해오다 수익성 등의 문제로 현재는 민간업체에 위탁해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엄천강 개치보 발전 직전 담수된 강물   사진 허정태 기자
산청군 엄천강 개치보 담수 사진 ⓒ허정태 기자

그런데 군이 민간에 운영권을 넘긴 뒤부터 소수력발전소는 하천 생태계 혼란이나 농번기 농업용수 공급 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전수익에만 혈안이 되면서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남강 상류에 해당하는 임천강은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모래주사, 여울마자, 큰줄납자루 등이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고로 꼽히는 지역이다.

또 임천강 하류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면서 천연기념물 448호인 호사비오리가 해마다 찾오는 곳이기도 하는데, 지금은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서 야생생물 보호어종들이 눈에 띄게 줄거나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증언이다.

지리산권남강수계네트워크, 수달친구들, 지리산생명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 함양자연환경동아리 등 환경단체들은 물론 인근의 지역주민들도 "소수력발전사업은 수익도 없고 지역에 도움도 안 되는 사업인데 행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즉각적인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천강을 경계로 인접한 산청군과 함양군의 입장은 무엇일까. 두 지자체는 엄천강 유지 관리를 위해 지난 7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국립생태원, 교육지원청,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남강 수계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협의체’를 구성하는 업무협약 체결한 바 있다.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엄천강 개치보 소수력발전 후  메마른 엄천강변   사진  허정태 기자
엄천강 개치보 소수력발전소 설치 후 물길이 틀어지고 메말라 있는 엄천강 ⓒ허정태 기자

하지만 산청군 에너지관리 담당은 "소수력발전소 유지보수 등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이 많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입찰 과정을 거쳐 민간에서 무상으로 위탁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용수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생물다양성 훼손 등 생태계 악화를 우려하는 농민들과 어업허가권을 가진 지역주민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의 폐쇄 요구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엄천강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나 낙동강홍수통제소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위협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존, 농업용수 공급 등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강은 단순히 흘러가는 물이 아니다. 메말라가는 엄천강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강으로 되돌리기 위해 지자체를 비롯한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천강 복원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상류, 지리산의 건강함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소수력발전소와 함양군 유림면 운서리 소수력발전소 역시 폐쇄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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