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컨베이어 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장에서 2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정규직 직원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도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대차 관련 4건, 기아차 관련 2건을 선고했다.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노동자는 430명이다. 대법원은 승소한 원고들이 직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인정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노동자 고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사업주(원청)에 직접 고용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재판부는 3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년이 지났거나 파견관계 판단이 더 필요한 일부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판결 의미를 정리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판결 의미를 정리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7일,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 입장을 내고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제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도급계약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파견 제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허용업무가 한정적이고 기간도 2년으로 제한되는 등 매우 경직적"이라며 "현장에서 의도하지 않게 불법파견 논란이 지속해서 생기고 있다"고 지적한 뒤 "직접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관리 등 간접 생산공정까지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확대해 기업에 예상치 못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이날, "오늘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하도급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사내 하청업무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경총은 "다만, 대법원이 현대차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부품조달 물류업무에 대해서는 구체적 심리를 위해 파기 환송한 것은 다행"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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