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인권침해 130건 국민청원 게시판 태움 근절을 위한 서명이 빠르게 늘어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지난 설 연휴 때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병원 내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해 투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간호사의 유족과 남자친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간호사 사이의 고질적 악습인 ‘태움 문화’가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움 근절을 위한 서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 간호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란 제목의 국민청원은 18일 게시됐다. 20일까지 2만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해당 글 외에도 18일 이후 태움과 관련된 또 다른 청원 글은 10여 건 더 올라왔고 34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최근 송파의 대형 병원이 간호사는 제대로 실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간호사 신입 교육에 있는 '태움 문화'가 특히 논란이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직장 내 괴롭힘인데 이런 왜곡된 교육 구조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간호사들의 말이다. 이들은 A씨가 간호사들 사이에서 흔히 '태움'이라고 불리는 가혹 행위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안타까운 사연이 A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간호사협회가 진행 중인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지난해 12월28일부터 1월23일까지 약 1달간 접수된 설문만 7275건에 달했다. 실명으로 피해가 접수된 건만 130여건에 이르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차별, 일·가정 양립 등 노동관계법과 관련된 인권침해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근로를 강요하거나 연장근무를 강제했다는 응답은 2477건과 2582건이었다.

신입 간호사는 보통 4~5년차 간호사에게 1대1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프리셉터'라 부르는 선배 간호사들은 담당 환자 돌보기만도 하루가 짧습니다. 이들에게 교육 대상인 신입 간호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또한, 간호사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외근로수당이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2037건, 연차유급휴가를 합리적 이유없이 제한한 경우는 1995건, 유해한 작업환경이나 물질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는 952건 접수됐다.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거나(926건), 육아휴직 신청 및 복귀 시 불이익을 받았고(648건), 임산부에게도 동의 없이 야간·연장근로를 시켰다(635건). 심지어 응답자의 18.9%가 최근 12개월 내 환자(59.1%)나 의사(21.9%), 환자의 보호자(5.9%)로부터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시달렸다.

간호사들은 교육기간 동안 신규간호사를 정원 인력에서 제외하는 등 간호사 교육제도에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편 병원 측도 감사팀 등을 중심으로 관련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움'이 사실로 드러나면 곧바로 징계와 시정조치를 하고, '태움'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교육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중환자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줄일 방안이 있는지도 찾겠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A씨는 이달 15일 오전 10시 40분께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유족도 반대해 A씨에 대한 부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용노동부 또한 한림대성심병원의 간호사 강제동원사건 후 논란이 된 간호사 처우 및 근로환경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건국대병원, 동국대일산병원, 울산대병원, 부산의료원 6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고, 모든 기관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담당자는 “연장근로, 연차휴가 수당, 최저임금 미달, 간호사초임 미지급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뤄졌고 해당병원장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는 단계”라며 “대부분의 병원업계가 조기출근 관행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문제가 만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병원물품 구입을 강요하고, 강요 후 임금을 차감하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갑질 문화도 나타났고, 급여에서 차감하지는 않아 법위반은 아니지만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드러나 권고조치 할 예정”이라며 “간호협회에서 전달받은 건은 사실 확인 후 사업장 감독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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