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처벌·재발방지 등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이유, 세월호 유족들은 아이들과 아직 이별하지 못했다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세월호 사건 이후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아닌 애도만 해야 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심리학자인 김태형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상규명없이 애도가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8년여 전의 세월호 사건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직도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은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 

김태형 소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외출하셨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진정한 애도가 가능할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아닌 애도만 해야 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심리학자인 김태형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상규명없이 애도가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이태원역 1번출구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아닌 애도만 해야 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심리학자인 김태형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상규명없이 애도가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이태원역 1번출구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형 소장은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 죽음이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진정한 애도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소장은 "세월호 유족들이 지난한 세월 동안 줄기차게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것은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기에 '애도'를 할 수가 없었다"라며 "그 결과 마음속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가 없어서였다. 그분들은 아직도 아이들과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김태형 소장은 "이런 점에서 이번 참극에 대한 책임규명을 포함하는 진상규명은 반드시 또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분명한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는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나간 젊은이들을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고,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없이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청년들을 진정으로 애도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8년여 전 소중한 자녀들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은 당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줄곧 촉구해왔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이를 위해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극한 단식농성을 한 바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2기 특조위(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진상규명을 해내지 못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2기 특조위(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진상규명을 해내지 못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같은 세월호 유가족의 피맺힌 외침에도 진상규명을 거세게 방해했으며,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도 역시 진상규명 방해에 적극 가담한 바 있다. 또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들은 '왜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았느냐'는 책임소재를 물타기하기 위해 '유병언-구원파'로 시선을 돌리는데 앞장섰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혀 요구하지도 않았던 '특례입학' 등의 소재까지 끼워넣었고, 유가족들을 갈라치기 위한 악질적 공격도 이어졌다. 이같은 공격으로 인해 결국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는 수사권·기소권이 제외된 조사권만이 부여됐고,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는 시행령을 강행해 특조위를 무력화시킨 바 있다. 또 새누리당 추천으로 특조위에 참여한 이들은 앞장서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결국 1기 특조위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훼방과 함께 해산되고 말았다.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2기 특조위(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진상규명을 해내지 못했다. 

국회는 지난 2017년 11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고, 이듬해 12월 이른바 2기 특조위가 세월호 사건 재조사를 1년6개월간 실시했다. 이후 2기 특조위의 활동 연장 요구로 국회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활동기간을 올해 6월까지 1년6개월 연장한 바 있으나 역시 수사권·기소권이 빠진 조사권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즉 효능감이 부족한 누더기 법안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월호 사건 재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소·고발한 11건과 특조위가 수사의뢰한 8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진상규명 방해 행위에 대해서만 일부 책임을 물었을 뿐, 박근혜 청와대의 각종 조작이나 전원구조 오보, 국정원·기무사 등의 유가족 사찰 등 나머지 의혹은 죄다 무혐의로 처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등 핵심 사안들은 밝혀내지 못했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영상 중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등 핵심 사안들은 밝혀내지 못했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영상 중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등 핵심 사안들은 밝혀내지 못했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막판 형기의 4분의 1가량밖에 채우지 않은 박근혜씨를 사면하기까지 하며, 임기 동안 세월호 진상규명을 할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했다.

국가시스템의 붕괴를 또 보여준 이번 이태원 참사에 있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등의 과정 없이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또다른 대형 참사가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등은 또다시 위협받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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