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지 '캐피탈' 100대작가 발표, 한국작가로는 양혜규 93위에 올라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올해 생존작가 중 가장 중요한 예술가로 이름을 올린 작가는 독일 화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 )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홈페이지
게르하르트 리히터 홈페이지

독일에서 발행되는 경제전문지 캐피탈지가 매년 11월 발표하는 ‘100대 작가 명단’에 따르면 의게르하르트 리히터는 2003년 처음 랭크된 이래 지금까지 19년간 1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상위 10위권의 면면을 보면 그 뒤는 미국의 브루스 나우먼(1941~ ),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 ), 로즈마리 트로켈(1952~ ), 미국의 신디 셔먼(1954~ ), 영국의 토니 크랙(1949~ ), 덴마크의 올라퍼 엘리아슨(1967~ ), 독일의 안젤름 키퍼(1945~ ), 남아프리카의 윌리암 켄트리지(1955~ ), 독일의 이미 크뇌벨(1940~ )이다. 작년과 비교해 6, 7위만 뒤바뀌었을 뿐 10위권의 작가 순위는 변동이 없다. 코로나 이후 미술 분야의 움직임이 크지 않았으며 주요 작가는 영향없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상승률을 보인 작가는 미국의 설치 미술가인 바바라 크루거(1945~ )로 작년 80위에서 19계단 상승해 6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바바라 크루거는 지난 2019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 전시로 아시아에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전시한 바 있다.

■ 한국 작가는 단 1인, ‘양혜규’ 93위로 작년보다 6계단 올라

대한민국의 작가로는 단 1명 설치미술가 양혜규’(1971~ )가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해 93위에 올랐다. 명단에 의하면 시장성을 넘어선 스테디셀러 작가의 저력을 보여주는 아시아권의 작가는 단 4명으로, 대한민국의 양혜규(1971~ ), 중국의 아이 웨이웨이(1957~ ), 일본의 오노 요코(1933~ ), 히로시 스기모토(1948~ )이다.

대륙별로 보면 유럽이 64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미국이 있는 북아메리카 27명, 아시아 4명, 남아메리카 3명, 아프리카 1명, 중동 1명이다.

■ 국가별 분포는 독일, 미국, 영국 순

100대 작가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총 22개 국가에서 선정되었다. 국가별 작가 수로 보면 독일이 29명으로 가장 많다. 작가를 선정하는 독일 잡지사의 영향력을 제외하고라도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에서 주요한 작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이 24명으로 브로스 나우먼, 신디 셔먼, 제프 쿤스(1955~ ), 리차드 세라(1939~ ), 제니 홀저(1950~ )등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다. 세 번째로 많은 국가는 영국으로 토니 크랙, 데미안 허스트(1965~ ), 데이비드 호크니(1937~ ) 등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100대 작가 명단 중 남성은 71명, 여성은 28명의 비율이다. 10위권에는 로즈마리 트로켈, 신디 셔먼 2명이 있고, 여성 작가의 약진이 주목되고 있지만 남성 작가에 비해 비중이 적은 현실이다.

■ 전통 회화, 조각 설치 강세속 사진과 미디어 약진

100대 작가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매체는 회화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조각, 설치가 각각 16명이다(중복 제외). 또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 외에 사진과 미디어 아트가 성장세로 주목된다. 독일 사진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1955~ )와 같은 사진 작품과 미국의 제니 홀저(1950~ )와 같은 미디어 아트도 수요가 많다. 세르비아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1946~ )와 같은 작가들과 같이 퍼포먼스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밀접한 콘텐츠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관람객들은 뉴욕이나 런던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을 감수할 정도다. 한편 미국 재스퍼 존스, 영국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팝 아티스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 전시회에서 수요가 많았다.

■ ‘내일의 별’ 올해의 주목할 작가는 영국의 ‘토니 크랙’

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주목할 작가로 영국의 조각가인 토니 크랙(1949~ )이 꼽혔다. 토니 크랙은 1970~80년대에 오브제들을 모아 쌓아 만든 작품으로 유명하며 플라스틱, 진흙, 돌, 청동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작가이다. 1988년에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영국을 대표해 참가하였으며 터너상을 수상, 2016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작위를 수여받았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국의 모마까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같은 도시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조각은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주목할 작가들로 콩고에서 태어난 노르웨이 미술가 산드라 무징가(1989~ ), 스위스 화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미리암 칸(1949~ ), 이란 아르메니아 설치 예술가인 나이리 바흐라미안(1971~ ) 등을 집중했다.

한편 주요 작고작가 명단에는 독일의 요셉 보이스(1921-1986)가 1위에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의 백남준은 15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15명의 작가가 랭크되어 독일(6인)보다 많다. 명단을 올린 국가는 오스트리아(1), 프랑스(2), 한국(1), 벨기에(1)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경매위주 시가감정 시스템 바꾸야"

최근 ‘프리즈 서울’ 등 아트페어와 전시에 미술품을 구입하려는 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또 미술사에 남을 작가는 누구일 것인가? 미술품의 가치 기준은 시장성 이전에 예술적, 미학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것은 미술품 시가감정 뿐 아니라 미술품 컬렉터의 관점에도 유효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볼 때 한국미술의 세계화, 국제화도 아트페어 등 시장 중심에서 탈피해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미술관, 비엔날레 등 주요 시장 외적인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국가의 정책방향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실효적이며 신뢰할만한 미술품시가감정 도구(툴: TOOL)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대표 이호숙·정준모. 이하 ‘센터’)는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탈’의 쿤스트 콤파스(Kunst Kompass) ’100대 작가 명단’의 선정 기준과 그 면모를 분석해 소개하며, 센터의 시가감정 판단 기준에 대입해 한국미술시장의 시가감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센터는 미술품 시가감정이 지향할 방법으로, 시가감정을 경매가격에만 의존해서 결정하는 현 업계의 관행에 반해 감정의 결과와 근거로 예술적, 미학적 가치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주창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가격은 2명 이상이 경합했을 때 내정가의 상한가를 수십 배 상회하는 결과로 낙찰되는 등 거래의 주변 상황적인 부분에 의해 가격이 변동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부분이 미술품 경매의 묘미이고 또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지만, 미술품 자체가 아닌 다른 여타 조건에 의해 결과값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유통 경매 시장의 관점에서 이러한 가격 변동성은 문제점이 없으나, 공개거래 기록이라는 객관성의 명목으로 경매가를 참고하는 미술품 시가감정의 관점에서 시가감정의 관점을 재고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센터는 현재 센터가 미술품 시가감정을 할 시에 공개거래 기록인 경매결과와 시장추이 뿐 아니라 미술가의 전시, 평론, 수상, 소장이력의 중요도를 분석해 예술적, 미학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미술품 시가감정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센터는 이런 종합적인 예술 가치 평가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의 신뢰할 사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독일의 ‘100대 작가 명단’이 주목을 받는 것은 대개의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매체들의 작가들 순위가 미술시장, 특히 경매시장의 낙찰률과 낙찰가를 중심으로 결정되는 데 반해 이 ‘미술 나침판’의 경우 시장과는 관계없이 다른 기준으로 작가들의 순위를 결정한다는 데 있다. 사실 미술계의 순위를 매기는 일은 계량화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다양한 요소를 정량화해서 점수를 매겨 총점을 내는 순서로 작가의 순위를 정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의 약 3만 명 이상의 작가를 대상으로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과 100개 이상의 주요 그룹전에 참여한 횟수이다.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을 포함한 세계의 300여 개 미술관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모든 미술관의 개인전에 같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MoMA, 테이트모던, 구겐하임, 함부르크반호프, 퐁피두센터 등 주요 미술관 등 1·2·3 등급으로 차등을 두어 점수를 부여한다.

또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휘트니 비엔날레 등 100개 정도의 주요 국제 미술행사의 참여도, 300여 개 표본미술관의 해당 연도 작품 소장 여부와 건수, 터너상이나 기타 주요 미술상 수상 횟수, ‘아트인 아메리카’ ‘플래시 아트’ ‘쿤스트포름’ ‘파케트’ 같은 주요 미술전문지에 리뷰나 작가론이 게재되는 것도 점수로 환산한다. 이들 잡지에 많이 오르내릴수록 당연히 점수도 높아진다. 이 외에 공공미술의 참여도와 그 설치 위치도 반영한다.

센터에 의하면  쿤스트 콤파스 ‘100대 작가 명단’과 같이 미술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그대로 미술품의 시가감정 평가 기준에 부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품이 예술적 가치와 시장 가치를 함께 지닌 까다롭고 세밀한 대상인 만큼 시가감정 방식도 시장 기록인 경매가에만 의존하는 단편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면 평가의 근거에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많은 미술가 평가 기준이 시장기록인 것을 감안하면, 캐피탈지의 ‘100대 작가 명단’이나 센터의 종합적인 시가감정 기준은 반드시 참고하고 따라야 할 가치 선정 기준인 것이다.

‘100대 작가 명단’에 대해 분석해 보자면, 뒤셀도르프의 미술잡지 기자로 일했던 빌리 본가르드(1931~1985)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100대 작가 리스트는 1985년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잡지 ‘아트쾰른’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 후 그의 아내 린데 로 본가드가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최근에는 매년 11월 독일의 경제지 ‘캐피탈’에서 발표하며 올해로 52번째를 맞이했다.

처음에는 100인의 생존작가만 선정했지만 1987년부터 작고작가들의 순위를 정하는 ‘올림프(Olymp)’ 명단과, 해당 연도의 12개월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주목할 만한 ‘내일의 별’ 작가 명단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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