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자르기·책임회피'만 하는 자들 향한 광장의 분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단 말입니까? 경찰이 유가족들을 분향소에서 끌고 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분노합니다. 시민들이 비탄에 잠겨 슬퍼하는 이 때에 너희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빛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망발을 쏟아내는 천공이라는 자와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공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망언을 쏟아내는 전광훈이라는 자는 필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자들인만큼 이러한 자들에게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그 존재의 이유를 이미 상실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도 되지 않아 발생한 10.29 참사(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집회가 5일 저녁 서울시청~숭례문 간 도로 사이에서 열렸다. 약 6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156명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책임을 정면으로 따져 물었다. 외신인 CNN의 기자는 이날 인파를 약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촛불행동이 주최한 이날 촛불집회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교의식으로 시작됐다. 원불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 4개 종단에서 각자의 의식으로 고인의 넋을 달래면서 책임회피로만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박주환 신부는 윤석열 정부가 근조라는 단어를 뺀 검정리본을 공무원들에게 착용토록 한 데 대해 "당신의 죽음이 안 됐기는 하지만 나와는 무관하다는 일이라는 표식"이라며 "문상이나 조문의 문은 죽음의 원인이나 상태 등을 묻고, 망자에 대한 슬픔에 공감하며 남은 유가족들을 위로한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박주환 신부는 이어 "죽음의 진상에 대한 의문과 애도는 슬픔과 상처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의미이자 하나의 단어"라며 "위패와 영정도 없는 곳에서 근조라는 단어조차도 가린채 검은 리본 달고 동냥하듯 하는 가증스러운 참배로는 결코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박주환 신부는 이번 10.29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모친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화환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데 대해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라며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그는 "경찰이 유가족들을 분향소에서 끌고 나가는 모습에 우리는 분노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박주환 신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하는 천공이 '너희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빛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망발한 것과 전광훈씨가 이태원 참사를 북한의 공작이라고 우기는 데 대해 "필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자들인만큼 이러한 자들에게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그 존재의 이유를 이미 상실했다"라고 직격했다.
박주환 신부는 "분향소에서 유가족을 끌어낼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시민들은 이들을 끌어내야할 것"이라며 "온나라 사람들이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고통겪고 있는데도 참사를 사고라 부르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기하라는 정부의 지침은 이 일이 자신들과 무관함을 만천하에 알려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발상에 불과하다"고 거듭 직격했다.
박주환 신부는 지난 2014년 여름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극한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만나 위로한 바 있다.
박주환 신부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10.29 참사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사회현실에 관심을 두며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모토는 '내 알 바 아니야'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해'다. 인간의 비참은 불행한 소수에게 닥친 불행한 운명이 아니라 불의의 결과다. 이같은 불의는 항상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주환 신부는 시민들을 향해 "사람의 목숨을 발판삼아 나라를 빛나게 하자고 떠들고 해묵은 종북몰이로 전쟁의 위협을 부추기게 하는 희대의 종교사기꾼과 더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애도를 강제하고 정부 존재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이 윤석열 정권"이라며 "인간의 고통앞에 중립은 없다"고 직격했다. 그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를 끝에 세 차례 외쳤다.
이날 집회에선 기존에 외치던 '윤석열은 퇴진하라'와 집회 목적인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외에도 '퇴진이 추모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 등의 구호를 볼 수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 △참사 책임자 반드시 처벌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대책 수립 등을 윤석열 정부를 향해 외쳤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의 경우 코로나 이전엔 지금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사고 하나 없이 무사히 치러진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6개월만에 국가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이같은 비극적인 참사가 터진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노골적인 '꼬리자르기'식 행태로 일관하며, 일선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고 있어 공감능력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마저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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