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칼럼니스트

태움

지난 설날 연휴에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신규간호사가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병원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병원이라고 손꼽히는 병원입니다. 간호부 시스템도 잘 잡혀 있어 간호학생이라면 모두가 입사하고 싶은 병원이지요.

그런데 그런 병원 안에서 신규간호사가 ‘태움(Burning)’으로 인해서 자살을 하였습니다. 신규간호사면 이제 갓 병원 적응하기 시작하며, 의학공부 다시하고 3교대 하고 엄청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일 것입니다. 남자친구의 글에 따르면, 신규간호사의 경우 1대1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잘 가르쳐 주지 않았으며, 오후 1시에 출근해서 새벽 5시에 퇴근하였다고 합니다.

그럼 태움이란 무엇인가요? 태움이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뜻이지요. 교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이는 직장 내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며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단어입니다.

의료인들 사이에서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실수는 타격이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움을 통해서 교육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방식이 아닐까요? 엄연히 언어폭력이며, 서로 생명을 다루는 분들이 왜 곁에 일하는 동료는 생각해주지 않고, 때리며, 욕하고, 신규간호사가 결국 병원에 퇴사하게하고, 또 자살하도록 만드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오랜 경력 가진 간호사들도 한때 신규간호사였고, 무엇보다 신규간호사들의 마음을 알 텐데, 무한 반복으로 태움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폐습 자체는 오히려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자기 아래의 간호사 등을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의 이 태움은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의 태움은 의사도 울고 갈 정도로 그야말로 사람을 잡는 수준으로 영혼을 태운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내리 태움’도 있습니다. 대체로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의 80%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바로 이 태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재미있는 사실은 매년 간호대학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 “나는 내 후배가 들어오면 절대 태우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어줄 거야” 같은 말을 합니다. 그러나 막상 후배들이 들어오면 “인사 똑바로 안 해요? 선배는 사람도 아니에요?”라며 태움이 강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실 군대와 다른 점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선임들이 후배들에게 반말을 안 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도 군기가 아주 엄했습니다. 매일 밤 ‘빳다’를 안 맞으면 잠을 못 잘 정도였지요. 그러나 그 일이 하도 모질어 저는 고 참이 되어서도 후임 병들에게 손을 안 대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이상 없이 군대생활을 멋지게 하고 제대를 했지요.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는지라,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이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것이 되는 것은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常道)인 것입니다. 어찌 그 인과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태움’이라는 모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인 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2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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