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야당 의원 발언중에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웃기고있네" 라는 비웃음의 표현으로 메모하다가 '이데일리' 카메라에 딱 걸리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를 하던 중 오간 메모로 김은혜 수석은 곧바로 펜으로 문제의 메모를 지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정말 용납이 안된다”라는 항의가 민주당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 얘기에도 사과 한번 못 받고 여기까지 왔다. 웃기고 있는 자리냐"라며 "국회 모독이다. 명백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모욕죄로 고발 조치를 취해달라”고 메모 작성자 확인을 요청했다.
운영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누가 썼나?”라고 물었고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주춤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은혜 수석은 "강 수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 적은 메모인데 혹시나 의원들의 질의 내용에 대한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돼 지웠다"라고 해명했다.
강승규 수석도 "사적 대화를 제 메모지에 나누고 지워버린 것이다, 제 메모지가 옆에 있어서 어제 일 가지고 얘기하다가 한 것"이라며 주 위원장이 사적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있냐고 묻자 "사적 대화를 공개할 이유는 없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수석들 발뺌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욕설과 다를 게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메모의 질의 당사자 강득구 의원은 “거짓말 여왕, 김은혜 수석!”이라고 외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사적 대화중 나눈 필담'이라는 김 수석의 해명에 “'날리면'에 이어서 기가막힌 해명이 나왔다"라며 "국정감사 자리에 참석한 기관증인이 감사에 집중하지 않고 떠들다가 걸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해명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대통령실은 회의하는데 직원들이 삼삼오오 떠들고 필담을 나누는게 가능한가? 도대체 대통령실의 기강이 어디까지 무너진 건지 모르겠다. 일국의 대통령이 이런 사람들을 참모로 믿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걸 믿고싶지가 않다"라고 했다. 용 의원은 "국회에서 이xx들이 떠들다 걸리면 ㅇㅇㅇ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말미에 덧붙였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SNS로 "10.29 참사 책임을 추궁하는 야당을 향해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는 또 하나의 참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김은혜를 경질하고 사과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수진 의원(비례)은 “국감장에서 깔깔, 큭큭 거리던 대통령실 참모들의 웃음소리에 분노가 치민다”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새벽 1시 45분, 운영위원회 국감 마치고 이제 집에 돌아왔다.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아픔 때문에 온 국민의 가슴이 절절한데… 정치인의 책임은 더욱 크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웃기고 있네’라는 조롱 섞인 대통령실 수석의 비아냥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잠을 못 잘 것 같다”라며 “156명의 죽음이 희화화되는, 타인의 아픔에 진영 싸움으로 맞대응하는 그들에게서 책임은 둘째치고 휴머니즘조차 찾아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김은혜 수석이 과거 윤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을 '날리면'으로 해명한 것을 그대로 반사했다. 그는 SNS에서 "국민여러분 자세히 봐주십시오 '웃기고 있네'가 아니라 '옷이 끼었네' 입니다"라고 비꼬았다.
황교익 칼럼니스트도 "'다시 한번 봐주십시오. '유지하고 있네'라고 썼는데 '지'가 '기'로 보이게 쓰고 '하'를 빠뜨려서 오해가 발생했습니다'"라고 "김은혜가 이 정도의 변명은 해줘야 하지 않나요?"라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