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기자를 자처하면서도 특종이랄까, 단독기사를 쓴 적이 별로 없다. 기자 초년생 때는 회사에서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출입처에서 능력있는 기자로 대우받고 싶은 욕심, 같은 출입처 타사 동료들 잘코사니 놀려먹고 싶은 심술 등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흘러가면서 특종이라는 것이 같은 기자들 사이에서나 떠들썩한 화제가 될 뿐 정작 독자(시청자)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어차피 알려질 사실을 조금 일찍 보도한 것일 뿐이다.

기자의 취재방식은 다양한 것 같지만 사실 단순하다. 출입처에 죽치고 앉아서 가져다주는 보도자료를 적당히 요약해서 기사 쓰는 경우, 브리핑에 우루루 몰려가 몇 마디 묻고 듣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기획으로 좋은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이런 자세로 특종 건지기는 어렵다. 그러면 특종은 어떻게 나오는가. 대부분 이해관계가 있는 취재원과의 거래의 결과로 나온다. 검찰이나 정치에서 나오는 특종이 전부 그렇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학연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 상호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은밀한 거래도 있지만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관철시키기 위한 검찰-언론 간 조직적 거래가 태반이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영향력 큰 언론사 특종이 많은 이유다. 기자 개인의 능력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내가 평생 특종을 우습게 본 이유다.

그러나 전혀 다른, 진짜 특종도 있다. 「시민언론 더탐사」나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MBC ‘스트레이트’ ‘PD수첩’,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처럼 어떤 제보를 받거나, 미심쩍은 일이 안테나에 걸릴 경우 집요하게 현장을 찾아다니고 관계자를 만나 탐문과 확인 끝에 만들어내는 특종이다. 그 시작이 바로 ‘합리적 의심’인 것이며 기자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필수적 특성이다.

나는 능력도 없고 성격적으로도 맞지 않은데다 일선 기자 때 누가 시켜주지도 않아 한 번도 탐사보도의 맛을 못 봤다.

그런데 뉴스공장장 김어준씨는 현장취재도 안하면서 큰 사건 터질 때마다 연일 특종을 터뜨린다. 그는 합리적 의심을 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퍼즐조각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타고 난 기자요, 언론인이다.

이런 그를 한동훈 장관은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다. 내가 볼 때 김어준씨는 기자의 최대 덕목인 합리적 의심 능력을 갖춘 분이다. 진짜 ‘직업적 음모론자’는 음침한 곳에서 기자들이나 법사들 데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 꾸미는 윤석열 한동훈 같은 특수통 검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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