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강경구 김을 김성호, 그리스 스케치 여행
22일까지 나마갤러리서 회화 드로잉 등 선봬
박주열 대표 후원 '갤러리스트-작가 아름다운 동행'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여행은 떠남이다. 반복된 일상에서의 탈출이기도 하다.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는 이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도 있다. 무엇이든 몸과 마음을 새롭게 셋팅하는 계기가 된다. 삶의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것이다. 세상을 다시 느끼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예술가들엔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가 돼준다. 한국화단의 중진 작가 4명(안창홍 강경구 김을 김성호)이 최근 보름간 함께 그리스 스케치 여행을 다녀왔다.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 ‘신화의 땅과 바다’가 22일까지 갤러리 나마에서 열린다.

나마갤러리 박주열 대표

이번 전시가 마련되기까지는 나마갤러리 박주열(미술사학 박사)대표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 갤러리스트와 작가의 아름다운 동행이다. 박 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같이 먹고 자고 보고 느낀 것을 각자의 가슴으로 그려낸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 작은 마음을 보탰을 뿐”이라며, “반 고흐의 프로방스 여행의 설렘 같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 고흐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올리브 숲을 강렬한 원색과 동적인 터치로 그려내면서 프로방스의 감흥을 새롭게 보여줬다. 한낮에 햇빛을 잔뜩 받으면서도 작업하는 것이 정말이지 매미처럼 즐거웠다고 토로했다. 여행이야말로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달콤한 백일몽을 꿈꾸게 하고,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안창홍 작가
안창홍 작가
안창홍 '그리스 바다'
안창홍 '그리스 바다'

안창홍 작가는 코발트색 바다와 하얀 집, 사이프러스 나무의 풍경에 스며들었다. 그러면서도 작품 ‘이카로스의 추락’에선 현대인의 욕망을 은유하고 있다. 그리스 하니아의 꽃과 총을 든 민속인형도 드로잉의 소재로 소환했다. 작가의 자화상 같이 읽혀지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고졸한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토기나 토우의 인물상을 불러 온 작품 ‘고대인물 연구’는 작가가 평소 가면이나 박제품을 모았던 취미의 연장선상에 있다.

강경구 작가
강경구 작가
강경구 '코린토스 해풍'
강경구 '코린토스 해풍'

그리스의 산과 바다는 강경구 작가의 선 굵은 작품과 가장 잘 어우러지고 있다. 작가의 선 뿐만 아니라 색도 굵고 강렬하다. 다소 메마른 산과 짙은 바다는 작가의 선과 색을 닮았다. 작품 ‘코린도스의 해풍’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닷바람과 맞서고 있는 풍경이다. 부주키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해변을 향해 두팔벌려 춤을 추고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시킨다.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김을 작가
김을 작가
김을 '에게해2'
김을 '에게해2'

그리스 여행이 신화와 철학, 신과의 만남이자 에게해와의 조우였다고 말하는 김을 작가는 에게해 해변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에 작가 자신이 듯한 인물들을 작게 배치하고 있다. 마주한 풍경이었음을 증언하는 듯하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를 오브제 같은 조형물로 재창조하기도 했다. 작품의 모티브는 늘 여행지에서 수집한 인형이나 미니어처들이다. 장난감 놀이하듯 그는 작업을 한다. 어린아이 같이 순수의 눈을 가진 작가다. 실상 내적으로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처럼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너머에서 일어나는 ‘메토이소노’를 찾아나서는 여정이 그의 작업이라 하겠다.

김성호 작가
김성호 작가
김성호 '그리스 기억'
김성호 '그리스 기억'

김성호 작가는 그리스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풍경을 한 화폭에 끌어모아 병렬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 폭의 두루마리 그림같이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자연스레 크기와 장소가 바뀌고, 이동하고 결합 변형되고 단순화되면서 그리스 땅의 역사에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고 있다. 게다가 그곳에서 가져온 화산암 석회질 흙을 색으로 사용하면서 낮은 채도의 따스한 빛이 감도는 회폭을 만들었다. 마치 한지 창호에 스며든 ‘걸러진 빛’을 떠올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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