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스포츠 최고봉이자, 프로 진출 전 선수들이 거치는 마지막 무대인 대학스포츠. 2년 동안 연세대학교 스포츠 매거진 기자로 일하며 보고 배운 대학스포츠의 아쉬웠던 지점들과 발전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과연 대학스포츠는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반등할 수 있을까.

대학스포츠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다. 경기장을 찾아가면 선수들의 학부모, 취재를 온 학보사가 관중의 전부일 때가 더러 있다. 일반 재학생들은 경기가 있었는지, 때로는 운동부가 학교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기업들이 홍보를 위해 프로스포츠팀을 인수하듯, 대학스포츠 팀 또한 학교의 얼굴로, 또는 재학생들의 유흥거리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언제 어디서 경기가 열리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와 대학스포츠를 주관하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KUSF)에서 대학스포츠를 단순히 프로스포츠로 가기 위한 선수들의 쇼케이스장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곤 한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는 대학스포츠가 꼭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이든 KUSF든 모두 금전적, 시간적 노력을 들여 대회를 운영하는 만큼 더 의미 있는 경기들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앞에서 말했든 대학스포츠는 선수들이 프로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그렇기에 대학스포츠에 관심을 보이는 팬들은 주로 프로스포츠 팬 중 더 딥(deep)하게 종목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KUSF의 경기 영상 저작권에 대한 엄격한 제제가 아쉽다. 물론 한국프로야구(KBO), 프로농구(KBL) 등 대부분 스포츠가 방송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어 영상의 재생산을 공식적으로 막는다. 하지만 KBL의 경우, 영상의 재생산을 암묵적으로 허용해 리그의 홍보에 사용한다. 때문에 KBL 하이라이트,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들을 유튜브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BO의 경우도 비슷한 운영을 취했지만 2022시즌부터 재생산을 엄격히 금지했고, 이는 프로야구 인기 하락의 한 원인으로도 지적받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KBO와 KBL 중 어느 한 쪽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계권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닌, 자체 기술로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하는 KUSF의 경우 영상 제작을 통해 얻는 수익이 별도로 없다. 또한 영상의 재생산이 가능하다면 프로 선수들의 대학 시절 플레이가 더 많이 재생산되어 웹상에 돌아다닐 것이고, 이만큼 좋은 대학스포츠의 홍보 수단을 찾기는 힘들다.

럭비는 올해 대회 운영 방식의 변화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럭비는 올해 대회 운영 방식의 변화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더불어 KUSF에서 운영하는 경기가 보다 더 ‘공식 경기’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KUSF 경기 일정은 자체 홈페이지에만 업로드되며, 이를 각 학교의 학보사가 개별 SNS에 홍보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전달 방식이다. 대학 측에서 공식적으로 현수막과 같은 방식으로 표시를 하는 것도 공식 경기임을 보여주는 사소한 변화가 될 것이다.

나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티켓의 발권이다. 럭비부는 연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5개 운동부 중 유일하게 KUSF에 속하지 않고, 대한럭비협회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나가는 부서이다. 올해 대학럭비협회가 개최한 OK슈퍼럭비대회에서는 파격적으로 티켓을 발급하며 유료 관중을 받았다. 이는 아무런 재제 없이 경기장을 열어두던 과거보다 오히려 관중 수가 느는 결과를 가져오며 대성공을 거뒀다. 유료 티켓으로 ‘공식 경기’임을 드러내면서 관중들이 느끼는 해당 경기의 희소성이 올라가며 거둔 성과였다. 덤으로 얻은 수익은 더 발전된 다음 대회를 위해 사용됐다. 또한 대한럭비협회에서 경기 전 나눠준 초청 표를 통해 럭비계 인물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경기장에 발을 딛게 만들며 관중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KUSF 역시 이를 답습한다면 재학생들은 포함해 더 많은 사람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교에서는 일반 학생들이 대학 운동부가 ‘우리 대학팀’이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운동부 선수들을 체육관이 아닌 강의실로 향하게 했던 KUSF의 ‘학사관리 정상화 및 학습권 보장 정책’이 일반 학생들의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여줬다.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밥을 먹으며 선수가 아닌 친구였던 대학스포츠 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러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대학스포츠를 왜 봐야 하는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올림픽 계주보다 학창 시절 운동회 계주가 더 재밌지 않냐’고 대답하곤 한다. 대학 선수가 아닌, 친구들이 경기를 뛰는 만큼 더 몰입해 응원을 할 수 있다. 꼭 대학스포츠 팀이 이겨 학교 이미지를 증진하는 것만이 팀의 존재 이유가 아닌, 재학생들을 가슴 뛰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대학교에서는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일례로, 몇몇 대학들에서는 일반 학생들이 운동부 선수들의 성적을 위해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를 기획했었다. 이를 역으로, 선수들이 학생들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스포츠는 경기의 수준도, 경기 안에 담긴 스토리텔링도 단순히 선수들이 거쳐 가는 곳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들이 많다. 프로스포츠의 구조를 갖추는 동시에 대학스포츠가 가진 장점들을 유지한다면 최소한 학생들에게는 정말 사랑받는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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